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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른 기쁨, 아이

[전정옥의 정신지체인 성 이야기 (마지막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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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결혼 그리고 가족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성을 만나고 싶고 이성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정신지체성인의 경우에는 단지 지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이성과의 교제, 만남, 결혼 그리고 출산이 허락조차 되어 있지 않다.

  그 어느 누가 사랑받고 싶어하고, 가정을 꾸리기를 원하는 그들의 권리를 막을 수 있는가?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남은 인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을 해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그들 스스로 내리는 결정을 존중하자.

  많은 정신지체인들은 자신들의 의지에 반하는 불임수술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신지체인의 대부분은 20대까지 성장한다. 따라서 불임수술에 대한 결정은 그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지능이 낮더라도 사회의 적응력이 뛰어나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20대에 또는 30대에 어떠한 모습으로 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주 심한 정신지체인의 경우에는 신체적으로 성관계를 갖거나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더구나 수용기관에서 집단적으로 살다보면 이성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불임수술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부모들은 불임수술에 관한 의견에는 매우 다양함을 보인다. 불임수술을 결정하는 이유 중에 낙태에 대해 도덕적으로 수용을 못할 경우 임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임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부모들의 의견보다는 수용기관의 사회복지사나 원장이 설득(?)에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신지체자녀를 둔 부모들은 좀더 일찍 성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부분의 정신지체인들이 늦게 성장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법적인 절차에서도 정신지체자녀를 둔 부모일지라도 자녀가 18살이 되면 자동적으로 자녀의 대리인이 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추세는 정신지체자녀에게 부모나 법적인 대리인이 불임수술을 강제적으로 시키는 것  은 좀 더 어렵게 해놓았다.

  이것은 대부분의 정신지체인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배움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14살이 되면 정신지체인들은 대부분 성숙해지고 학교, 작업장 그리고 그룹홈에서 사회에서 통합되기 위한 사회적 기술들을 배우기 때문에 더 가능해진다.

  정신지체커플이 부부로서 생활을 하는 데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함은 지나치지 않는다. 남편의 출근을 도와주고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은 부부생활의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과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을 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부생활의 중심은 두 사람의 관계성에 있다.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방법들을 알려주고 문제가 발생할 당시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지원체계가 있어야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두 사람의 관계가 밀접하느냐 등에 따라 해결가능할 수가 있지만 임신과 출산의 문제는 시댁과의 관계로 이어진다. 정신지체부부가 원만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사느냐 하는 문제의 초점은 사실 두 사람의 친밀도뿐만 아니라 성관계 그리고 아이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결혼 후 임신이 두려워서하는 강제적인 불임이 아니라 두 사람의 결혼생활을 관찰하고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부모, 의사, 사회복지사, 수용기관의 원장, 심리치료사, 재활치료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의논을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사항은 고려해야 한다.

  하나, 정신지체성인이 다른 피임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는지 그리고 다른 이유로 피임이 불가능한지를 확실히 알아보아야 한다.

  둘, 성관계를 한다든가, 결혼생활은 가능한데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셋, 정신지체가 유전성이라는 것이 유전검사를 통해 입증이 되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넷, 정신지체성인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어야 한다. 물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중요한 사회문제에 있어서 정신지체인들의 권익을 보호해주기 위해 법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경우가 있다. 특히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장애우에게는 법의 정비가 아니라 병원관계자, 병원의 보조사, 간호사, 의료사회복지사, 그리고 다른 시민들이 비장애환자들과 관련된 참을 수 없는 행동들을 허용하고 용서를 해줄 수 있는 태도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바라지 않은 임신 그리고 낙태

계획되지 않은, 바라지 않은 임신으로 한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원하지 않은 임신이 자신을 잘 방어할 수 없는 정신지체성인에게 일어날 경우에는 걱정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임신을 종결하는 즉 낙태를 하는 것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정신지체성인에게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 중의 하나다.

  호주에서는 낙태에 관하여 각 주마다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뉴사우스웨일즈에서는 낙태가 큰 도시의 병원 어디서나 가능하다. 작은 도시에서는 때로는 비전문가에 의해서 행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뉴사우스웨일즈의 낙태에 관한 법에서는 낙태를 행하는 의사는 의사자격증이 있는 전문의여야 하고 낙태가 심각한 위험에서부터 그녀의 인생에서 또한 신체적·정신적 건강까지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 의사에 의해서만 행해질 수 있다.

이것은 낙태가 미치는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그리고 경제적인 부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태를 할 수 있는 법적인 나이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특히 정신지체성인의 경우에는 낙태와 관련된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부모나 전문가들도 결정하기가 힘들다.

만약 정신지체성인이 18살 이하이거나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부모나 또는 법적 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호자, 수용기관의 책임자들은 적절한 성교육과 피임하는 법들을 알려 주어서 원하지 않은 임신의 가능성을 줄이도록 조처를 해야 하는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정신지체자녀들의 권리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음 하나, 낙태에 관한 부모의 동의가 꼭 필요한 것인가?

  물음 둘, 낙태에 관한 부모의 동의가 정신지체자녀를 대신할 권리가 있는가?

  물음 셋, 낙태가 임신한 정신지체성인이나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행해지지는 않았는지

작성자전정옥 ( 장애인편의시설촉진 시민모임 사무국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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