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처럼 녹아내린 춤살이 30년
본문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이어지고 춤과 함께 호흡하며 지내온, 춤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에 불과한 몸이다. 춤추는 사람으로서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는 춤을 어떻게 무대위에 올려야 할지 고민하면서, 춤을 위한 춤이아니라 춤이 무용가 개인의 전유물이 되지 않고 또한 춤이 무용수 개인의 취미로 전락될 수도, 전락되어서도 안된다는 춤의 철학과 눈이 내 나름대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역사와 사회 , 내 주위의 이웃을 폭넓게 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장애우문제에 대해 춤으로 접근해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 창작무용 안무자로서 되풀이되는 수없는 공연을 올리면서 의식적으로 관객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관객중에 장애우들의 모습을 하늘의 별따기처럼 보기 드물다. 관객을 보고 반응을 감지하면서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마치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처럼 거북스러웠다. 그러나 내 자신의 직접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런지 금방 스쳐 지나버리게 된다.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깊고 넓게 실감케 하는 순간을 되풀이해서 맞았다. 감상에 젖고 충동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나의 얕고 짧은 생각에 이웃과 사회를 향한 큰 기운을 불어넣어준 계기를 만났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장애인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랑의 장애인체험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기독교회관 앞까지 약 1km를 휠체어를 타고 행진하면서 부끄러운 나 자신을 질책했다.
이후 공연 때문에 외국에 나갈 기회를 많이 갖는 나는 그 경험 이후 모든 것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거리, 공연장, 백화점, 호텔 등에 설치된 편의시설, 모든 시설 이용에 있어 ‘장애우 먼저’가 지켜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목발을 짚고, 휠체어에 몸을 싣고 흰 지팡이를 눈으로 삼아 목적지를 향해가는 장애우를 보면서 수없이 마음 속으로 되뇌였다. “춤을 출 수 있는 몸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춤밖에 모르는 제가 장애우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을까요”, “장애를 가진 분도 힘겹겠지만 장애우를 자식으로 둔 어머니 심정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요. 춤으로 장애우를 위로하고 장애우를 자식으로 둔 어머니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을까요.”
사랑의 장애인체험대회 이후 일본 나고야시에서 열렸던 제2회 한일장애인교류대회에도 동참하여, 장애우 자식을 둔 어머니들의 얼굴 표정과 자식을 극진하게 사랑하는 자상한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춤과 삶, 삶과 춤으로 이어져 앞으로도 춤과 함게 살아야 하는 나에게 춤의 가치를 높여주고 나아가 무용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고 무용이 모두 함께 사랑하고 가꾸어 나가야 될, 살아 숨쉬는 춤으로 이어지게 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기에 지금도 춤을 가르치고 창작에 몰두하는 춤인생이 즐겁기만 하다.
글/ 윤덕경 (서원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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