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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3] 무료로 운전 가르켜 드립니다

국립재활원과 송파탄천운전연습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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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3]

 

"무료로 운전 가르쳐 드립니다"


국립재활원과 송파탄천운전연습장을 찾아서

 

 

  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지체장애우 서용익씨는 평상시 보행보조기인 워커에 의지해 걸어다닌다. 그런 그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 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 올해 그는 더 이상 참다못해 "나도 운전을 배우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운전학원들의 백이면 백 안된다는 것이었다.
여주의 한 운전학원에 핸드콘트롤(수동조절장치)이 장착된 장애우용 차량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까지 문의를 했지만 "고장나서 운행을 할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서씨는 "그럼 내가 수강료 외에 수리비용까지 낼테니 고쳐서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래도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달에 30명이 운전 배우는 송파운전연습장
 
 

▲실기교육

 결국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그가 찾은 곳이 서울 송파구청이 운영하는 탄천운전연습장(02-410-3355∼9). 이곳은 장애우만을 위한 운전연습장으로 비용도 무료다. 장마철이 아닌 시기에는 공터로 사용하고 있던 빗물펌프장을 송파구청 측이 실기면허시험 과목인 코스와 주행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보수해 94년 9월 문을 열었다.
  대우에서 기증받은 한 대를 비롯해 모두 3대의 차량으로 강사 3명이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한 달에 모두 30명의 장애우들이 격일로 한 시간씩 수업을 받는다. 거주지에 관계없이 접수를 할 수 있지만 대기기간 동안 학과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공승용씨를 비롯한 송파구에 소속된 정식 운전강사 두 명도 모두 장애우이다. 그 외에 자원활동으로 번갈아 가면서 오전과 오후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지체장애인협회 송파지회 회원들이나 모범택시 운전봉사회 회원들 모두 장애우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니 만큼 무엇보다 마음 편하게 운전을 배울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이곳의 수강생들은 손꼽는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7월에 운전을 배우고 있는 대학생 이은주씨는 "이런 곳이 있는 게 너무나 고맙다"며 "누군가 결석을 해서 자리가 비게 되면 시간을 연장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해 먼 길을 와야 하지만 배우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송파구청 사회복지과의 운전연습장 담당 곽인식씨는 "강사임금이나 차량유지비 등 연습장 운영비로 연간 4천여만원의 예산이 들기 때문에 자치단체에서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워낙 장애우들이 다른 곳에서 운전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있다 보니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며 "빗물펌프장이 있는 다른 구에도 설치가 확대되거나 서울을 비롯한 각 시도가 공식적으로 장애우 운전연습장을 운영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론교육과 1종 실기교육도 진행하는 국립재활원

▲운전연습장

 

  탄천연습장 외에 국립재활원(02-901-1581∼5)에서도 무료로 운전을 배울 수 있다. 94년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애우 운전반 운영을 시작한 이곳은 국립시설인 만큼 보다 앞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2종 외에 1종 면허 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도록 모두 5대의 차량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한 달 평균 15명 정도가 오전 9시 30분부터 5시까지 운전을 배우고 있다.
  또 이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우, 혹은 지방에서 올라온 장애우들은 원하면 기숙사에서 무료로 숙식을 해결하면서 운전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 달라진 운전면허 시험방법에 따라 본 면허를 위한 도로주행 시험용 차량도 마련해 놓고 강사가 충원되는 대로 내년부터 정식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이곳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실기교육에 앞서 학과시험을 위한 도로교통법 등의 이론교육 뿐만 아니라 운전예절, 차량 수리법 등을 한달 동안 미리 배우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 기간동안 모의 운전 연습기와 시청각 교재를 통해 매일 2시간씩 기본적인 운전 요령들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한 다음 실제 차에 오르도록 하고 있다. 학력이 낮아 학과시험에 자주 떨어지던 사람들도 시청각 교육을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그 다음 한 달 동안 한 시간씩의 본격적인 실기교육을 거치는 과정까지의 2개월 코스가 기본이다.
  국립재활원 김수경씨는 "단순히 기능적으로 운전면허를 잘 따게 한다는 목적보다는 기본적인 이론과 예절교육도 중시하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라며 "이론 교육기간이 너무 길다고 불평하던 사람들도 결국 나중에는 자동차 운전에 대해 세세하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관들의 단점이라면 신청 후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대기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강습료가 무료라는 점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거부를 당했던 장애우들이 마음 편하게 배울 수 있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기 때문이다. 국립재활원의 경우 제주도에서부터 운전을 배우기 위해 올라온 장애우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탄천연습장은 현재 대기자가 두세 달 줄을 서 있는 상황인데 매달 60여명의 인원이 새롭게 신청해오고 있다. 또 국립재활원에서 2종 운전면허취득을 위해 강습 받기를 원한다면 6∼7개월씩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1종은 신청한 그 다음달에 강습 가능). 또 강습시간대도 보통의 근무시간과 같아 일반 사업장에 취업한 장애우들이 퇴근 후에 배우기는 곤란하다는 불편도 있다.


 

장애우 운전자 44.6%가 개인교습으로 면허 취득


  장애우에게 2종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83년 이후 97년 2월 현재 전체운전면허 취득자 1천 7백 75만 1천 8백 68명 가운데 장애우는 0.4%인 7만 1천 1백 79명, 그러나 대부분의 운전 학원의 문이 장애우들에게 꽁꽁 닫혀있는 현실을 볼 때 그 숫자도 경이롭기만 하다. 일반학원들은 장애우들이 손으로 작동해 운전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떨어져 합격률이 낮고, 강습 중에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여러 가지로 번거롭다는 이유로 장애우들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사설학원으로서는 새한자동자학원(655-0003∼4)이 가장 먼저인 10여 년 전부터 장애우 운전반을 운영해오고 있고, 현재 새한 외에 삼일학원(451-3131)과 한일학원(907-7744∼6)이 장애우 운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을 다 합해도 10여 개소가 조금 넘을 뿐이다.
  그래서 장애우들은 주위에서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 공터 같은 곳에서 개인적으로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립회관에서 94년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애우 운전자 중 44.6%가 개인교습으로 면허를 취득했다고 답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95년 7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기능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모든 전문학원은 장애우 차량을 구비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서울 강서면허시험장 등 전국 7개에서만 실시하던 운동능력측정검사도 모든 면허시험장에서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그러나 형식적인 검사만을 위해 제대로 핸드콘트롤을 장착하지 않거나 장착차량이 있어도 여전히 장애우 수강생을 받지 않아 문제인 것이다.
  정립회관의 조사에 따르면 차량유지비로 평균 18만원의 추가비용이 들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했던 것에 비춰볼 때 자가운전을 하게 되면서 평균 35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절약된다고 장애우 운전자들은 답하고 있다.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자가운전은 대부분의 중증 지체장애우들에게 하나의 숙제이자 절실한 생활기술이다. 특히 1종 면허는 장애우들의 열악한 취업현실에서 택시영업과 같은 직종의 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립재활원 김수경씨는 "1종면허 과정에 지난해 모두 13명이 참여했는데, 이후 택시회사에 취직해 멋진 유니폼을 입고 국립재활원을 찾아올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런데 청각장애우들은 더욱 문제다. 95년 7월 1일부터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됐지만 운전을 배울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완전히 막혀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우들은 일반차량을 이용하긴 하지만 의사소통이 어렵고, 수화통역사를 배치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사설학원에서는 얘기도 못꺼내게 한다. 송파운전연습장과 국립재활원측도 지체장애우를 위한 별도의 차량만 있어 청각장애우만을 위해 일반차량을 별도로 배치하기가 예산상 어렵고 아직은 그렇게 연속적으로 차량을 활용할 수 있을 학과시험을 통과하는 청각장애우의 수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각장애자복지회 김학영 과장은 "장애우가 운전을 배울 공간이 없다는 것은 전반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에서 일반 학원이라도 몇 개소를 지정해서 청각장애우와 지체장애우들이 불편없이 함께 운전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한혜영 기자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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