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 한반도의 뜨거운 감자, 대인지뢰금지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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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반도의 뜨거운 감자. 대인지뢰금지조약
지뢰 완전금지 조약에 정부 분단 상황 들어 가입 거부
연간 약2만6천명의 장애우 양산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2천6천명이 지뢰로 인해 장애우가 되고 있다. 이중 80%가 민간인이고, 그중 20%가 어린이들이어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지뢰가 현재 1억1천만 개나 매설되어 있어 계속되는 끔찍한 사고들을 예감케 하고 있다.
이에 캐나다를 비롯한 90여 개국은 인류재앙 극복을 위해 지뢰의 생산·수출 사용은 물론 그동안 묻어놓은 지뢰들도 모두 제거하자며 지난 9월 노르웨이 오슬로에 모여 대인지뢰 사용금지 협약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지뢰생산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몇몇 국가들의 거부로 안타깝게도 그 뜻을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 산하 국제장애우협회는 최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협약적용대상에서 한반도를 제외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협상국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각종 양보를 요구하도록 강요할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또 1993년부터 2003년까지를 아·태장애인 10년 기간으로 정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SCAP)가 발표한 행동계획에도 대인지뢰의 완전한 제거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지뢰는 언제쯤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인가. 그 시기를 정부는 통일 후쯤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오는 12월 3일, 4일 캐나다 오카다에서 열리는 대인지뢰사용금지협약에도 서명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렇다면 통일이 된 후 막대한 지뢰제거 비용은 큰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지뢰로 인한 인명피해를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정부는 지금도 지뢰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들은 엄연히 존재하며 통일이 되기까지 지뢰사고로 발생하는 장애우는 늘어만 갈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유실된 지뢰로 사고 연이어 발생
한국국방연구원 최강 연구원은 최근 "지뢰 금지와 한반도"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우리의 경우 지뢰는 민간인 출입이 차단된 전선지역에 국한하여 엄격한 통제하에 사용되어 왔으며 따라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민간인 피해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무분별하고 무차별하게 지뢰를 사용하는 국가들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던 대인지뢰사용금지협약(이하 협약)에서 한국대표로 참가한 이성주 대표가 발언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 대표자의 이런 주장과는 달리 한반도에서는 국방부의 엄격한(?) 정보통제에도 불구하고 군인과 민간인이 지뢰로 사망하는 사건이 꾸준히 발생되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13일 강원도 양구군 비무장지대 부근에서 대인지뢰가 폭발해 수풀제거작업을 하던 백두산부대 윤 모 병장과 차 모 병장이 사망하고, 문 모 병장과 김 모 이병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월 24일 강원도 철원군에서는 대인지뢰가 터져 나물을 뜯던 주민 박금녀씨의 왼쪽 발목이 절단되기도 했다.
또 경남 양산에서는 60년대 초 원효산부대가 산 정상부근에서 주둔하면서 약 오천 발 가량의 지뢰를 매설했던 것이 그대로 남아 지뢰피해가 계속 발생하자 양산시가 공식적으로 군 당국에 지뢰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뢰제거를 위한 탐사작업을 한 차례 실시하는 데에도 5∼6천만원의 비용이 들어 군 당국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단 상황 계속되면 지뢰제거 요원
이렇게 지뢰로 인한 피해자가 있음에도 지뢰사용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특수상황을 강조한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지뢰를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지뢰문제에 대해 미국이 한 군사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한국에 지뢰가 매설되지 않을 경우 북한의 기습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2만 명 이상의 추가병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한국군 관계자들도 "컴퓨터 모의전쟁에서 북한의 공략에 대비해 지뢰가 이용되지 않을 경우 전쟁 중 하루에 2천5백 명에서 3천 명의 사상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뢰사용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 비무장지대 일대에는 미국이 약 1백만 개의 지뢰를 매설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만은 지뢰설치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우리나라와 미국측의 주장에 대해 캐나다를 비롯한 조약 주도국들은 현재 그 어떤 예외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 국가라도 예외를 인정해 주다 보면 다른 분쟁지대도 예외를 주장할 것이 뻔하고 그렇게 되면 지뢰금지조약의 효력이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지뢰는 장애우를 양산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또 한편 조국분단이라는 상황이 이런 주장을 강력하게 제기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통일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할 이유가 새삼 지뢰 문제에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글/ 노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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