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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 장애여성운동, 서로 한 수 배우자

높은 관심과 열기 속에 진행된 국제장애여성교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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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97서울국제장애인복지대회

 

장애여성운동, 서로 한 수 배우자


높은 관심과 열기 속에 진행된 국제장애여성교류회

 

  

  이번 서울국제복지대회 기간 내 열린 RI 총회에서 장애여성분과 신설이 결의됐다. 75년 RI 역사에서 장애여성에 대한 공식적인 조직마련과 활동을 위한 모임의 장이 단 한 번도 마련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장애여성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실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회 마지막날인 9월 29일, 국제장애여성운동의 교류회와 장애여성인권에 대한 심포지엄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주관하에 열렸다. 국제장애여성들의 뜨거운 교류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세계의 장애여성운동가 한 자리에 

 

▲국제장애여성운동

"테레사 수녀를 가리켜 "거지처럼 살다 여왕처럼 죽었다"라고 말하는데 우리 장애여성들도 현실은 비록 어렵지만, 우리가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를 바란다." 국제장애여성교류회에 참석한 신낙균 정무 제2장관은 이같은 축사로 참석자들을 치하했다. 또 복지부 장애인재활지원과 양인순 과장은 "30년 공무원생활 중 3분의 1을 여성분야 정책을 담당했기 때문에 자신도 장애여성의 문제에 공감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정책을 마련할 때, 장애여성을 위한 시책을 우선적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해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성분과 빗장을 여는 사람들 위원장으로서 한국대표로 참석한 채은하 교수(한일신학대)는 20년 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던 아픈 경험을 꺼내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2년 전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하면서 장애여성운동이 시작됐다"며 "처음엔 장애여성들이 모여서 자신들이 그동안 겪었던 아픔을 서로 나누면서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홍보는 많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장애우연합회 회장 비너스 일레강(Venus Illegan)에 따르면 장애우연합회는 1980년에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2명의 장애여성이 회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 조직은 시골 구석까지 퍼져있어 전국에 204개 조직망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정부와 비정부, 장애우단체가 참여하는 장애여성조직을 10월중에 결성할 계획도 갖고 있어 한국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녀는 "필리핀이 한국보다 경제가 뒤떨어져 있음에도 이렇게 장애우복지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필리핀의 최대 재원인 인력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여성의 전화 신혜수 회장(한일신대 교수)은 참가자들에게 전체 한국여성운동의 발자취를 설명했다. 그는 "70, 80년대는 여성들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으나 이제는 남성과 함께 가야할 때"라면서, "장애여성들도 남성, 비장애우를 배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의 전화에서도 11명의 상담원 중 1명은 장애여성을 뽑을 생각이며, 성폭력상담카드에 장애우인지 비장애우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항목을 신설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예정된 발표자는 아니었으나 인도네시아에서 참가한 세강 세파리(Soegag Separi)씨는 "뜻깊은 자리에서 인도네시아의 장애여성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 공식적인 일정이 끝났음에도 모든 참가자들이 경청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98년은 RI 장애여성분과 원년

 

  장애여성에 대한 논의는 이날 오후에도 계속됐다. "장애여성의 인권"을 주제로 한 RI 심포지엄이 열려 오전에 발표자로 나왔던 비너스 일레강, 채은하 위원장, 미국의 캐시 마티네즈가 보다 전문적인 내용으로 논의를 진행한 것이다.
  제일 먼저 RI 사무국장 수잔 파커(Susan Paker)씨는 "세계 185개국이 비준한 유엔협약에는 장애여성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여성 차별철폐 협약, 아동의 권리를 위한 협약, 장애우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협약, 이렇게 세 개의 협약이 있다. 이것은 각 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RI와 에스캅총회에서도 장애여성의 문제가 논의되었으며, 심포지엄 직전 끝나 RI 총회에서 98년부터 RI 내에 여성분과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세계장애우연구소의 캐시 마티네스(Kathi Martines)는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렸던 국제장애여성리더쉽포럼을 담은 비디오를 준비해 그때의 감동적인 모습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며 대회의 의의와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또 최근 감명깊게 읽었다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강에서 모아진 돌들」(척추장애우를 소재로 한 소설)과 포럼비디오테이프를 채은하 위원장에게 선물했다. 또 최근 미국에서 판매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휠체어를 탄 바비인형    "베키"도 참가자들에게 소개한 후 한국이 빗장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유니세프 극동지역에서 아동보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메기몽치(Maggie de Monchy)는 장애아의 어머니다. 그는 장애소녀와 장애여성의 인권에 대해 발표하면서 가정폭력과 아동의 상품화, 전쟁 등이 아동과 여성을 장애우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우의 사회통합과 장애우의 조기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 각국과 기관을 대표해 참가한 장애여성들은 앞으로의 연대를 한마음으로 다짐하며 행사를 마쳤다.
  이러한 논의들이 다른 나라의 장애여성들의 생활을 실제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이라기보다 주로 국가정책적인 이야기가 오가서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다고 평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참가자들은 모처럼의 만남이 너무 짧은 시간만 허용된 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대회참가를 위해 인천에서부터 왔다는 김정민 씨는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그렇지만 외국의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들의 앞선 제도가 부럽기만 했다. 장애여성을 위한 시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관계자의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 노윤미 기자

 

 

"한국에서 온 윤 수녀님 잊을 수 없어요"


워싱턴국제장애여성리더쉽포럼 개최 주역 캐시 마티네즈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장애여성리더쉽 포럼의 기획자 캐시 마티네즈는 선천성 시각장애우로 현재 미국에 있는 세계장애우연구소(WID)에서 국제업무를 맡고 있다. 그녀는 또한 "장애우고용위원회"가 뽑은 100인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세계장애우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가

  장애인권사업, 재활사업, 정책사업, 보장구사업, 에이즈환자를 위한 사업 등 포괄적인 인권사업을 하고 있다.

세계장애우연구소 내에는 여성분과가 있는가

  여성분과는 따로 없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 장애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고 있다.
  클린턴은 당선 후 장애여성을 많이 고용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많은 장애여성이 정부고위직에서 일하고 있다. 정부에는 여성 정무장관,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서 34명의 장애여성이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또 각 시는 장애우 실태조사와 모니터, 장애여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팀을 구성할 의무가 있고, 실제로 그렇게 실시 중이다.

워싱턴대회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많은 것이 있지만, 그 중 아프리카에서 15명이나 참가한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현재 아프리카는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2천불을 지원받아 대회에 참가했다. 모든 것은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국에서 온 윤석인 수녀님도 기억에 남는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미국까지 참가한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워싱턴대회같은 행사를 다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국가가 국제행사를 전적으로 부담하기엔 예산 등의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지역별로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미국에서는 장애우를 고용할 때, 남녀비율을 고려한 법이 있는가

  그런 법은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남성에 비해 여성의 취업률이 낮다.

최근 정신지체 여성에게 강제불임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미국의 상황은 어떤가

  얼마 전까지 불임시켰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장애여성이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의사들이 권유지만, 지금은 장애여성이 아이를 낳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사들 스스로가 배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다. 과거 흑인이 장애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설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탓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 때문에 그런 것을 믿을 사람이 많았었다. 장애여성의 출산문제도 그런 편견 때문이다.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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