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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② "아이요? 저도 갖고는 싶었죠"

축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결혼, 그리고 불임수술
25명 어린 원생 돌보며 사는 이양숙 김용성 부부

본문

"간질발작 후 남편이 돌봐줄 때 제일 고맙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신지체인 부부 33쌍이 생활하고 있는 충남보령정심원의 커플들 가운데 가장 잉꼬부부로 꼽히는 이양숙 김용성씨 부부. 양숙씨는 일반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10살 때부터 발병하기 시작한 간질 때문에 정심원으로 오게 됐다고 비교적 또렷하게 자신의 지난날을 기억한다. 사실 결혼 전에는 같은 나이 또래의 남자 원생들에게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갖거나 자신이 결혼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았었다. 그저 나이 어린 원생들을 돌보는 것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라는 생각만 하며 살기로 한 것이다.
 

▲충남보령정심원

  그러던 어느 날 원 선생님이 원생인 김용성 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넌지시 물어오며 그와의 결혼을 적극 추천해오는 것이었다. 결국 85년 다른 12쌍의 커플과 함께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후 지역 내 모범택시운전자회의 도움을 받아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신혼여행도 다녀오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한테 사랑받는 기쁨을 알았다. 원에서 마련해준 장롱과 침대로 근사하게 꾸며진 두 사람만의 신방은 이전에 여러 명이 함께 자던 기숙사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포근하기만 했다. 

  기혼숙사에 있는 24쌍과는 달리 이들 부부는 별도의 공간에서 결연 된 25명의 여자원생들을 돌보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이불을 개도록 일러주고 옷을 갈아 입히고 매끼니 약을 먹는 아이들을 신경 쓰고 학교수업을 마친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누어주고 잠자리에 들게 하기까지 양숙씨의 신경은 온통 아이들에게 가 있다.

  그 중에 은경이라는 아이가 양숙씨는 제일 마음이 쓰인다. 정신지체인 엄마와 다른 장애를 갖고 있는 아빠 사이에 태어나 은경이는 바로 몇 년 전 이 시설에 맡겨졌다. 이 아이는 아직 걷는 일이나 무엇을 먹는 일이 서툴다. 대소변도 완전히 가리지 못한다. 양숙씨는 "얘가 제일 편찮아요. 그래서 제일 신경이 쓰여요"라며 손수 간식을 먹여보기도 한다.

  텔레비젼에서 임신한 여자의 행복한 모습이나 귀여운 아이를 볼 때면 자신도 직접 배아파 낳은 아이를 가져봤으면 하는 바람을 남몰래 품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신과 같이 간질이나 정신지체 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여러 차례 들은 터라 결혼을 며칠 앞두고 다른 여자 원생들과 같이 양숙씨도 불임수술을 받았다.

  대신 자신을 맡고 있는 25명의 아이들에게 모든 사랑을 주는 것을 인생의 의미이자 과제로 알고 살기로 했다. "얘들이 나를 엄마라고 불러요. 남편 생일 때에는 아이들과 함께 "아빠 생일 축하해요"라고 말해줘요." 이렇게 말하는 양숙씨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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