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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인권, 반차별의 가치를 내세운 아시아 장애인 공론의 장, 20주년을 맞이하다

아시아장애인국제교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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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6회 아시아장애인국제교류대회가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됐다. 1995년 일본의 공동련과 한국의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공생, 인권, 반차별의 가치를 위시로 장애인 국제 교류대회의 서막을 알렸으며 2004년 필리핀, 2007년 베트남, 2010년 중국, 2013년 대만 등에서 한국, 일본, 중국, 필리핀, 대만, 베트남 6개국이 장애인아시아교류대회를 개최해왔다. 한국은 교류대회를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성년후견제도 도입 계기를 마련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 이번 교류대회는 한국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일본 공동련, 중국 연길장애인연합회, 필리핀 BBMC 총 4개국에서 총 50명이 참가했으며 이번 호에서는 이틀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를, 다음 호에서는 방문기관을 중심으로 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각국의 장애인정책의 흐름과 인권의 현주소를 살피다

26일 일정은 각국의 대회인사로 시작됐다. 호리 도시카즈 공동련 대표는 1945년 이후 일본의 장애인제도 정책의 흐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은 패전 후 혼자 남겨진 고아들을 위한 대책으로 1947년 아동복지법이 제정된 이래 1949년 신체장애인복지법, 생활보호법, 정신위생법 등 많은 법률이 쏟아져 나왔고, 그것이 현재의 사회보장법 관련 법정비로 이어졌다. 호리 도시카즈 대표는 “일본의 제도 정책의 실태와 상황, 그것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들이 바로 ‘장애인 당사자’라는 점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생활곤궁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사회적 기업을 비약시켜 나갈 수 있는 논의를 서로 다른 국가의 입장을 넘어 심도 있게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이사는 1995년 4월에 시작된 이래 20년간 이어진 한·일장애인국제교류 20년을 맞이한 소회를 밝히고, 이어 한국의 장애인제도 정책의 흐름을 설명했다. 김정렬 이사는 “이번 대회는 20년을 평가하고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향후 어떠한 형태로의 교류로 나아갈지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BBMC의 리처드 아르세뇨 대표는 필리핀 장애인제도 정책의 흐름을 되짚어보고, 필리핀 장애인 인권의 현주소를 밝혔다. 2006년 유엔에서 CRPD(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된 이후 2007년에 필리핀이 이 기준에 비준했다. 리처드 대표는 “CRPD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필리핀 정부에 압력을 넣는 역할을 한다. 현재 필리핀은 200만 명 이상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 고용주들이 장애인을 채용하는 것에 굉장한 부담을 가지고 있고 장애인연금조차 없다. 그래서 장애인은 가족, 친구의 도움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다행히 장애인우선구매제도와 사회적사업소의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으며, BBMC는 2030년까지 2분의 1의 빈곤층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지체장애인협회 이춘자 대표는 중국의 장애인제도와 정책의 현주소를 알렸다. 중국은 총 인구는 약 13억 명이며 2006년 제2차 전국 장애인 표본조사 데이터에 근거해 전국 장애인 총수는 8,296만 명으로 전국 총 인구의 6.34%이다. 1988년 중국정부는 중국 장애인연합회를 설립했고, 현재 장애인 보장법과 장애인 취업 조례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장애인들의 취업에 대해 이 대표는 비극적이라고 언급하며 “기업의 우대정책도 있으나 대부분 실행은 안 되고 있다. 장애인 취업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마련된 중증장애인 추가지원 정책을 소개하며 “이런 정책에 힘입어 최근에야 장애인증을 발급받는 장애인들이 늘었다. 정부와 장애인이 부단히 노력하면 중국의 장애인정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시민센터 정책기구 주임 연구원인 사토 히로키 이탈리아 사회협동조합의 원류와 현상에 대해 기조강연을 했다.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은 유럽 안에서도 우등생으로 꼽히며 2005년에 사회적기업법이 만들어졌고 2015년 기준 약 1만1천 개 정도로 추산된다. 사토 히로키 연구원은 사회협동조합의 전망에 대해 이탈리아에서도 사회적협동조합도 실패율이 꽤 많다고 지적하며, “위험성(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경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큰 과제”라고 짚었다.

 

각국 사회적기업의 흐름과 전망은

이튿날 이어진 교류대회의 일정은 각국보고에서 토론회로 이어졌다. 공동련 사이토 겐죠 사무국장은 일본에 있어서의 사회적사업소(사회적기업)의 제도와 운동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공동련은 이탈리아 사회적협동조합과의 만남을 계기로 2005년 이후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사람들의 참가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기업을 사회적사업소라 이름 짓고, 그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 공동련은 그간 작업소의 대부분이 직원-훈련생(장애인)이라는 상하관계 안에서 운영된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대등하게 더불어 일하는 공동 사업소를 제창하고 있다. 한편, 사이토 겐죠 사무국장은 “일본의 사회적 사업소도 장애복지 서비스제도를 이용하는 곳이 많고,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면도 많다”고 한계점을 지적하며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타이완 등 아시아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발전이 커져 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서동운 센터장은 한국의 사회적기업의 흐름과 전망을 짚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1997년 외환위기로 야기된 소득 양극화와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경제로 도입되기 시작해,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에 적합한 이상적인 모델로 주목받았다. 서동운 센터장은 사회적기업의 법제도 및 정책 개선방안으로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 ▲사회적기업 정의와 인증제도 개선 ▲사회적기업 법인격의 신설 ▲사회적경제 당사자조직의 강화 ▲지원제도의 개선 ▲사회적 기업지원을 위한 사회적 금융의 활성화를 꼽았다. 이어 “사회적경제의 발전은 단순히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고 소비, 기부, 투자 등등 일반 시민과 기업, 다양한 조직들의 연계, 지원 활동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BBMC의 리처드 아르세뇨 대표는 필리핀 사회적기업의 현주소를 살폈다. BBMC는 그간 노숙인이나 한부모가정 등을 위한 사회적기업이 조직됐다는 한계점을 딛고 장애인이 주체가 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은 필리핀에 당면한 새로운 문제이다. 현재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엘리트층을 위해 운영되는 단점이 있고 2000년 대 후반 6,000개 정도였으나 정부가 축소해 지금은 2,000개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이 조언을 준다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류의 장, 그러나 한계도 지적돼

각국 보고에 이어진 토론회는 20년을 맞이한 한일교류대회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자리였다. 아시아장애인교류대회가 각국이 신뢰할 만한 교류의 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각국의 상이한 관심사는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한국의 주된 관심사가 정책, 이동권 등 제반 문제라면 일본 공동련의 경우 사회적기업에 중점을 뒀다.

김정렬 이사는 “풀뿌리 교류이기 때문에 일본의 장애인 정책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 교류대회를 통해 한국보다 앞섰던 일본 JDA를 만든 사람들과의 연대를 했고, 이 만남은 한국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데 이바지했다. 또한 한일교류과정을 통해

성년후견제도 도입을 마련했다”고 성과를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지역으로 넓히는 것은 의미가 있었지만, 사전에 충분한 교류가 부족해 확장하는 데만 의의를 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이토 겐죠 사무국장은 아시아장애인교류대회가 아시아 장애인들의 차별, 인권 문제, 함께 살아가는 것 등을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했으나 언어적 장벽을 한계로 지적했다.

향후 추진방향으로 한국 측은 한일장애인 국제교류 20년 백서를 발간해 각국에 끼친 영향에 대해 정리할 필요성을 밝혔고, 아시아 지역 장애인들과의 인적 교류 확대와 박람회 형식의 국제대회 개최 정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 측은 보고서나 백서 등을 만들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25주년이 되는 2020년에는 몽골에서 아시아가 다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풀뿌리 한일교류를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된 20년 역사를 통해, 아시아장애인교류대회는 아시아 장애인의 사회차별을 없애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의 바람처럼 5년 후 25주년에는 광활한 몽골 대륙에서 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장애인 인권을 위해 힘썼던 지난 5년의 눈부신 성과를 밝히고, 화합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은정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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