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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패러다임에 맞춰가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되길

장애인권리보장법?

본문

 
대한민국 장애인 인권의 현실
2014년 대규모의 지적장애인 노동착취사건(염전노예사건)이 유엔장애인위원회(아래 위원회)에 보고된 이후에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제16조와 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학대를 당한 장애인을 지원하고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미비하다.
현재 장애인 학대 범죄는 형법과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장애인 학대 범죄는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 불확실, 혹은 처벌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해 지속적으로 장애인 노동착취, 성착취 및 폭력과 학대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피해자들은 정부를 통한 법률지원을 받지 못했고, 대부분 민간기관을 통한 법률적인 도움을 받았으며, 가해자 처벌과 배상이 이루어진 사례도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심지어 피해자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다시 가해자에게 돌아간 사례도 보고되었다.
 
대한민국은 장애인대상 권리 착취, 폭력, 학대에 대응할 만한 제대로 된 법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보호의무자에 의한 학대 등 범죄가 형의 가중사유가 아닌 감경 사유가 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를 악용한 ‘현대판 노예사건’의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것을 돌봐주었다는 사실로 주장했는데, 이는 수사절차에서 가해자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거나 매우 약한 처벌을 내리는 관행을 막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정신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의료적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입원 위주, 병원 기반으로 이루어져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영위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더불어 정신건강전달체계상의 복지 서비스가 상당히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문제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법에서 제공하고 지원하는 서비스에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즉 누가 봐도 장애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중대한 범죄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장애인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처벌을 원하는지의 의사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나 가해자가 숙식을 제공했다는 이유, 심지어 보호자나 보호의무자였다는 이유 등 ‘형식적’인 부분에만 의존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신장애인은 분명히 복지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법이 정하고 있는 ‘형식적’ 내용의 문제로 인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서비스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장애인 인권의 현실이 여전히 열악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자기결정권 등 대한민국 헌법상의 기본권조차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장애인의 역사에서 운동과 투쟁으로 상징된 이동권, 그리고 올해로 시행 10년째가 되는 활동지원제도조차도 아직까지 많은 제도적 미비점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손상을 가지게 되어 병원에서 장애로 진단받음으로써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의료적 모델’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이제는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장애로 진단받아야만 장애로 인정될 수 있는 것보다,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모델’로 장애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15가지의 장애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새로운, 또는 이미 알고 있지만 15가지의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장애도 있다. 최근에는 HIV감염자나 아토피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장애로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만큼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하는 흐름에 따라 법도 개정이 되거나 새로운 법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또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인에 대한 ‘의사결정대리’에서 ‘의사결정지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내용도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실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된다.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성년후견제도처럼 장애인의 의사를 누군가가 ‘대리’해서 결정하는 게 아닌, 장애인이 주체로서 스스로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따라 이젠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과 같은 수동적인 존재로만 인식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도적이며 능동적인 삶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주체’로서의 인식이 필요하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시행을 주목하며
그래서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 및 추진되어 왔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예전 정부에서부터 법안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거나, 발의되더라도 입법기를 지나 폐기되기도 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에 이른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이제 또 새로운 시행착오의 출발점에 서 있다.
변화하고 있는 장애 패러다임에 따라 변화하는 장애에 대한 정의, 기존 법체계만으로는 부족한 장애인들의 욕구와 지원, 장애인 인권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개선 등 헤쳐나가야 하고 검토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기존 법체계에서 장애인이 차별 받고 학대가 일어나도 그에 대한 후속조치나 예방대책이 얼마나 미비한지 우리는 이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얼마나 변화하는 흐름에 잘 맞게 시행될지 주목된다.
과연 대한민국의 당연한 구성원인 장애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 등의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을지, 완전한 사회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중요한 장애당사자의 욕구와 장애인 개인마다 가진 특성에 맞는 적합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그런 대한민국을 만드는 힘찬 걸음이 되기를.
작성자주성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기획팀 간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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