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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희망찬 출근을 합니다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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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이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직장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 설문조사¹⁾에 따르면 직장인 82%는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을 가슴속에 품고 일을 한다고 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직장이지만, 일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요즘 사람들은 회사 밖에서 행복을 찾기 바쁘다. 반대로 직장 생활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은 사람도 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해미 씨가 그렇다. 그녀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굿윌스토어’에서 10년 이상 근속한 우수 사원이다. 2012년 6월 밀알 송파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한 굿윌스토어는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금으로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여 노동참여를 통한 자립생활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선한 기업이다. 현재 12개의 매장에 270명의 장애인 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예상치 못하게 그녀로부터 건네받은 쪽지에는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면 좋은 이유’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큼지막한 이유만 여섯 가지나 된다. 굿윌스토어 밀알 송파점을 총괄하는 박경호 원장과 정해미 씨가 전하는 그중 몇 가지를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굿윌스토어는 최저시급을 준다. 또한, 정규직 채용을 통한 장애인의 고용 안정을 보장한다
2021년 기준 굿윌스토어 전체 근로자 중 장애인 고용 비율은 76.2%이며,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비율은 95.5%이다. 인터뷰가 진행된 밀알 송파점에만 55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 모두 최저시급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사실 노동자에게 최저시급을 지급하는 것이 엄청나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만 갖춰도 최고가 되는 것이 장애인 노동의 현실이기도 하다. 1인 이상의 근로자를 둔 모든 사업장은 국가가 정한 임금의 최저 수준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장애인 근로자는 이러한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 최저임금의 효력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훈련’이라는 이름에 갇혀 법적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만 수천, 수만 명에 달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전년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중증장애인 노동자 중 한 달에 30만 원 이상의 임금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는 전체 장애인 노동 인구의 30%를 넘는다. 언뜻 보면 일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이지만, 일하는 속도가 비교적 느리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노동력 자체가 법에 의해 평가절하되고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비장애인과 다르게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박경호 원장은 장애인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박경호 원장
 
“기본적으로 우리의 삶은 노동이 없으면 안 되는 구조예요. 일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욕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아실현의 욕구와 맞닿아 있죠. 사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장애인과 함께 일하면서 기업의 목적을 추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당해서는 안 되죠. 장애인이 근로자로서 추구하는 욕구와 가치, 또 본인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충분히 누리고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기업이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그런 점을 보장하기 위해서 저희 굿윌스토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죠.”
 
23살에 조현병 진단을 받고 28살이 되어서야 장애인 등록을 한 정해미 씨는 비장애인 신분으로 취업도 해보고 장애인 신분으로 취업도 해봤다. 영어유치원 활동보조, 사무보조, 미싱사 보조 등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일들은 6개월을 채 못 넘기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해미 씨의 노동에 대해 ‘느리다’라고 평가했다.
 
정해미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생활의 안정이 없었어요. 일자리를 구해도 금방 관두게 되었죠. 제대로 된 월급도 받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을 전전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너무 느리대요. 뭐든지 하는 게 느렸어요.”
 
굿윌스토어에서 해미 씨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느리다’가 아닌 ‘해미선임’이라는 말이다. 이곳은 장애인 근로자도 일을 잘하면 승진을 시켜주는 승격제도가 있다. 그에 따른 수당도 당연히 지급된다. 해미 씨는 ‘해미선임’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2. 굿윌스토어는 근로 사원들을 잘 대해준다
- 눈높이에 맞는 직업 배치, 사후 관리, 사원들을 위한 직업상담, 근로 사원들의 의견 존중, 쉬는 시간 확보
“재미있어요.” 그녀의 직장 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그녀의 담당 업무는 고객 전화응대 및 사무보조다. 기증자로부터 기증품 방문 수거 예약을 잡거나 기증품 내역을 전산에 입력하는 일을 한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었다.
 
“지금은 단골고객을 응대하는 업무를 제일 좋아해요. 처음에는 복사기나 파쇄기도 사용할 줄 몰랐어요. 전화를 돌려주는 법도 몰라서 고객들의 전화를 실수로 끊어버리기 일쑤였어요. 태워 먹은 코팅지도 참 많죠. 그럴 때마다 옆에서 많이 기다려주고 도와주셨어요.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기다려줄 수 있는 게,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 같아요.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지금은 꽤 오래전 일이지만, 그녀는 입사 초창기에 직업 재활 담당자에게 1:1로 업무 수행 교육을 받았다. 직접 쓴 대본을 모니터에 붙이고 이를 따라 읽으면서 전화응대 업무를 시작했다. 전화 상담이 끝날 때마다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상황에 따른 고객 응대 매뉴얼을 해미 씨 맞춤으로 수정해나갔다. 그 기간만 4~5년이 된다. 그러한 경험이 지금 업무를 혼자 수행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자산이 되었다. 그녀는 비장애인 직원들의 배려와 인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복사기와 파쇄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알고, 고객들의 전화를 돌려주는 일도 손쉽게 해낸다. 전화응대를 함께하는 후임도 생겼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업무 노하우를 후임에게 알려주며 본인이 배려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실수를 해도 똑같이 이해해주는 선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굿윌스토어의 운영방식에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 내 상담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밝혔다.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업무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해요. 회사는 그걸 그대로 이해해주는 분위기예요. 제 업무가 감정노동자로서의 업무이기 때문에 전화를 응대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밀려오는 순간이 있어요. 처음에는 그런 스트레스를 혼자 다스리는 게 힘들었는데, 회사에서 이해해주는 분위기 덕분에 오히려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오전과 오후 2번, 총 30분간 별도로 쉬는 시간을 가진다. 업무 강도와 정신장애 특성상 중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회사에서 배려해준 덕분이다.
 
3. 굿윌스토어는 복지가 잘 되어 있다
- 복지포인트, 쾌적한 환경과 인권을 보호하는 분위기, 매년 진행되는 인권교육,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마음 쉼표 상담 프로그램, 한마음 캠프, 담소 나들이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서 삶이 더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이 굿윌스토어의 지향점이에요.”
박경호 원장은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통한 장애인 근로자의 삶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의 주요 비전이라고 전했다. 소위 말하는 워라밸, 근로자의 일과 삶의 균형이 잘 맞춰진 걸 넘어서 일을 통해 삶에 대한 부분을 같이 꾸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굿윌스토어는 사회적응 훈련 일환으로 장애인 근로자들의 여가활동도 회사에서 책임지고 지원한다. 코로나19 전에는 ‘한마음 캠프’를 진행하여 연 1회씩 회사의 지원으로 전 직원이 해외여행, 제주도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은 요리, 체육, 음악, 미술 등 소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여가활동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비스 지원에 대한 의무가 있는 복지관이나 장애인 서비스 기관에서조차 코로나19를 핑계로 지원 중이던 서비스나 사업을 없애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굿윌스토어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근로자에 대한 복지지원이 유지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정해미 씨도 업무적인 성장 외에 그녀의 인생이 일을 통해 많이 성장하고 달라졌음을 밝혔다. 경계성 장애가 있는 그녀는 자신의 장애를 ‘어중간한 장애’라고 표현했다. 신체장애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지능이 너무 낮은 것도 아니라 일반 회사에 다닐 때 갈등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장애인 등록도 미뤘다. 그러나 굿윌스토어에 들어오고 나서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장애 유형은 다르지만, 장애가 있는 당사자끼리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다른 장애인 사원들이 자신에게만큼은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잘 털어놓는다고 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해미 씨는 근로자 대표로서 회사와 직원들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도 담당하게 되었다. 해미 씨에게 회사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만큼 이제는 해미 씨도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해미 씨는 자신의 장애가 이제는 오히려 장점이 되어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일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 그녀는 근무하는 동안 학점은행제를 통해 오랜 꿈이었던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취득하고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꽃꽂이 교육을 수료하여 장애인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장애인 채용 기업들이 굿윌스토어를 통해 본받아야 할 점
최근 굿윌스토어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거나 운영될 장애인 채용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이라는 핑계로 장애인 노동권 보장은커녕 장애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정도에만 만족하며 어영부영 운영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굿윌스토어는 현실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면서도 어떻게 기업을 ‘잘’ 운영하는 것일까? 일반 기업의 경우 비장애인이 주류인 업무 환경에 장애인 근로자에게 한자리를 내어준 격이라 비장애인과 장애인 직원이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을 따로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반면, 굿윌스토어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시작하여 업무의 기본세팅이나 환경 자체가 장애가 있는 사람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라서 그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박경호 원장이 설명이다. 추가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기 전 사업주가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 사항에 관해 물어봤다.
 
박경호 “가장 중요하고 쉬우면서도 또 어려운 게 있어요. 일단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려면 이들을 배려하고 이들이 여기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자신이 있어야 해요. 이것이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대표부터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 직원들까지 모든 직원이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일하는 환경도 마찬가지로 갖춰져 있어야 하죠. 장애인 근로자가 일할 때 조금 버거워 보이면, ‘왜 그런 것도 못 해서 나까지 힘들게 하냐?’라는 마음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믿어주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회사와 비장애인 직원들의 철학이 중요한 거죠.”
 
↑ 정해미 씨
 
정해미 씨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출근길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웃으면서 ‘그렇다’라고 답했다. A4 한 장을 꽉 채운 그녀의 쪽지 말미에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에 대한 그녀의 바람이 적혀있었다. 그 원문을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들과 이 사회에 전한다.
 
“안정적인 급여와 최저시급이 보장되는 것은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 꼭 필요합니다. 다양한 일자리를 중증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이 평등이 아니라, 배려받는 분위기 속에서 눈높이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주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진정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일을 못 한다고 편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보다 조금 불편할 뿐 배려받으면 얼마든지 장애인도 일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중증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더불어 일을 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있습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린다면 내 동료, 내 가족같이 일할 수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며 보람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말로만 인권이 있는 사회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인권이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서 직장인 1,4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충동적으로 사표를 내고 싶었던 순간’에 대해 10명 중 8명이 ‘있다’라고 답했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lonely_lo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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