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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이 쉬워지는 시각장애인 메이크업 노하우 총정리

슬기로운 뷰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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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에 앉아 있는 혜경 씨. 테이블 위에 혜경 씨가 소장한 화장품 일부를 펼쳐놓았다.
 
흥미나 관심이 쏠리는 방향, 우리는 이것을 ‘취향’이라고 부릅니다. 세상에는 꾸미지 않은 단정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눈에 띄는 화려함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가진 매력이 모두 다른 이유도 바로 이 취향 차이 때문인데요.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옷차림과 액세서리, 표정과 행동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모든 표현 방식에는 그 사람만의 취향이 담겨 있고, 취향은 곧 그 사람만의 개성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시각장애 당사자이자 화장에 진심인 취향을 가진 한혜경 님과 함께 간편하면서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화장 노하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Q1.
독자들을 위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프트웨어 접근성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27살 한혜경이라고 합니다.
 
Q2.
거울을 보지 않고 하는 화장, 어렵지는 않나요?
유튜브를 보면 ‘어둠 속에서 화장하기’라는 콘텐츠가 있어요. 나중에 결과를 보면 조금 부자연스럽긴 해도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반응이 많죠. 화장을 하는 것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만, 손에 익으면 괜찮아져요. 저도 화장이 손에 익을 때까지는 제 사진을 가족에게 찍어서 보내주고 이게 괜찮은지, 발색은 잘 되었는지 확인을 많이 했었어요.
 
Q3.
혜경 씨에게 화장이란 무엇인가요?
재미죠(웃음). 저도 귀찮고 하기 싫을 땐 화장을 안 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화장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남들 눈에는 전·후가 같다고 할지라도 나를 꾸미는 일이 저에겐 ‘나 오늘 준비됐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요. 저에게 화장은 ‘오늘 내가 무조건 예뻐진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나를 준비시킨다’, ‘나를 가꾼다’라는 느낌에 가까워요.
 
혜경 씨가 왼손으로 마스카라를 바르는 모습을 직접 재현하고 있는 측면 사진.
 
Q4.
단순 재미라고 하기에는 화장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들었어요. 화장품도 많이 가지고 계신다고요.
어머니가 ‘화장품이 쓰레기같이 많다’고 표현하시곤 해요(웃음). 립 제품만 거의 50개가 넘거든요. 예전에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개인 교습을 10회 정도 배운 적이 있어요. 회기마다 아이돌, 스튜어디스, 면접, 하객 등 다양한 컨셉을 가지고 배웠어요. 그때 화장품의 다양한 색상, 재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화장품을 많이 샀었어요.
 
Q5.
메이크업 수업은 어떤 계기로 수강하시게 된 건가요?
단순히 저의 메이크업만을 위해서는 아니고,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이 화장을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싶어서 수강했었어요. 제가 화장을 하니까 주변 시각장애인들로부터 ‘어떻게 화장해?’, ‘어떻게 하면 화장할 때 리스크(실수할 위험성)를 줄일 수 있어?’라는 질문을 엄청 많이 받아요. 화장 관련 콘텐츠는 많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어떤 노하우를 알려주는 곳은 없다 보니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한때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체장애인, 근육병 장애인을 위한 화장품 창업까지도 생각했었어요. 손목에 아령을 두르거나 발가락에 마스카라를 끼워가며 연구하듯이 화장을 했어요(웃음). 그때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저만의 노하우를 많이 알게 되었고요.
 
Q6.
그때 알게 된 비결들! 하나씩 공개해볼까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장 꿀팁이 있나요?
이건 메이크업 수업 때 배운 내용인데, 연예인들도 많이 쓰는 방법이에요. 립 화장을 하고 나서 휴지나 물티슈를 손가락에 감아서 입에 넣고 입술을 오므리면서 ‘뽕!’ 하면서 빼는 거예요. 립스틱을 바르고 나면 치아에 묻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특히, 시각장애인은 ‘잘 안 보여서 저런가 보다’라는 시선이 예민하니까 화장할 때 이런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또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립 화장을 처음 시작할 때 립글로우(립스틱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액체형 제품)로 시작하는 거예요. 고체형 제품을 쓸 때는 화장품이 입술로 바로 가야 하는데 그 위치가 손에 익지 않으면 잘 몰라서 실수할 가능성이 커요. 립밤이나 립글로우 제품으로 입술의 위치를 익히는데 조금 익숙해지고 나면 그다음에 틴트나 고체형 제품으로 넘어가는 거죠.
 
Q7.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편한 화장 제품도 추천해주세요!
실제로 제가 시각장애인 친구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제품은 ‘롬앤의 제로쿠션’이에요. 색도 색인데, 아무리 올려 발라도 피부가 두껍지 않게 자연스럽고 얇게 표현이 되거든요. 마스카라는 솔이 짧은 게 좋아요. ‘이니스프리 스키니 마스카라’나 ‘지베르니 마스카라’가 눈 옆에서 핸들링하기도 편하고 얇게 표현되어서 화장하기도 좋아요.
 
혜경 씨가 추천하는 제품들. 제일 왼쪽부터 눈썹 브러쉬, 팬 브러쉬, 가운데 하단 롬앤의 제로 쿠션, 가운데 상단 (좌측) 굴곡이 있는 뚜껑 디자인의 립스틱 제품과 (우측) 각진 디자인의 일반 립스틱 제품, 마지막 오른쪽 브러쉬 스펀지 클리너
 
Q8.
공부든 운동이든 장비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추천할만한 화장 도구도 있을까요?
저는 시각장애인한테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화장 도구가 ‘팬 브러쉬(파우더를 하고 나서 얼굴에 묻어 있는 여분의 가루를 털어줄 때 사용하는 털이 넓게 퍼진 브러쉬 제품)’예요. 얼굴에 화장 가루가 너무 과할 때 터는 용도로 사용해요. 파우더가 뭉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예방적으로 꼭 털어주는 게 좋아요.
또, ‘브러쉬 스펀지 클리너’가 있어요. 브러쉬를 한 번 쓰고 나면 가루가 어느 정도 묻어 있는지 알 수 없어 화장이 과도하게 되거나 뭉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이 제품을 이용하면 브러쉬를 다시 깨끗한 상태로 만들 수 있고 발색에도 효과적이에요.
마지막으로 ‘눈썹 브러쉬’가 있어요. 많은 사람이 ‘이건 왜 달린 거야?’라고 하는데 시각장애인한테는 특히 빗 부분이 마스카라가 뭉쳤을 때 풀어주는 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은 제품이에요.
 
Q9.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한 팁도 있나요?
우선, 기름종이 쿠션 제품(투쿨포스쿨 바이로댕 피니쉬 세일 오일 페이퍼)이 있어요. 비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만든 제품이지만, 퍼프에 부착된 접착지로 기름종이를 가볍게 떼어낼 수 있게 만들어 놔서 근육병 장애인에게도 좋은 제품이에요.
또 팔이 많이 불편한 사람은 립 뚜껑이 네모난 것보다는 디자인에 굴곡이 들어간 제품이 좋아요. 립 뚜껑은 본래 꽉 닫혀 있기도 하고 손잡이 자체가 비장애인 중심이죠. 뚜껑에 굴곡이 들어간 제품은 힘이 지지가 되어서 살짝만 돌려도 잘 열려서 사용하기 편리할 거예요.
 
Q10.
구분이 애매한 화장품을 구별하는 노하우도 있으시다면서요?
화장품 용기를 만졌을 때 특징이 강하면 어떤 제품인지 대충은 알아요. 다만, 디자인이 비슷해서 구분이 애매하거나 색상만 다른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산 경우라면 구분이 필요하죠. 저는 주로 ‘점자 스티커’를 활용해요. 제품명, 색상, 브랜드명 정도를 점자 스티커로 제작해서 용기에 붙여놓죠. 섀도우 팔레트의 경우, 가장 연한 색은 뭔지, 펄은 어디에 있는지 기호로 구분해두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L=라이트’, ‘P=펄’, ‘B=베이스’ 이런 식으로요. 용기가 너무 작거나 점자를 제작하기 귀찮을 땐 그냥 테이프만 붙여서 촉감으로 같은 제품을 기능에 따라 구별해요.
 
Q11.
메이크업의 시작과 끝 클렌징이라고 하잖아요. 화장 지우는 팁도 있나요?
저 같은 경우는 립앤아이 리무버를 화장솜에 묻혀서 아이 메이크업을 지우려고 하니까 눈에 자극이 많이 되더라고요. 제품 중에 마스카라 모양으로 된 아이리무버가 있어요. 이걸로 1차 제거를 하고 나머지 부분은 클렌징 오일을 써서 화장솜으로 지우면 눈에 직접적인 영향도 안 가고 좋아요.
지체장애인이나 근육병 장애인들은 클렌징을 할 때, 흘러내리는 제형보다는 클렌징 밤 형태가 좋아요. 손에 바르고 얼굴까지 가져가는 시간 동안 오일은 흐르잖아요. 클렌징 밤은 반고체 형태의 제품이라 사용하기 편해요.
 
Q12.
마지막으로 화장에 관심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서 한마디 해주세요!
어느 분야도 그렇지만 많이 연습하면 원하는 게 언젠가는 돼요. ‘시각장애인은 아이라인은 안 돼’, ‘마스카라는 안 돼’, ‘그냥 피부만 해도 이뻐’ 이렇게 주변인의 말에 의해서 나의 장애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안 하게 되는 것에 이유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성자이은지 기자  lonely_lo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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