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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사망 원인과 문제 고찰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생존권

본문

 
 
“9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설렘보다 가파른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주변에 장애자녀의 학교 입학을 상담하고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 하루하루가 가시 돋친 공포의 시간이었습니다. 만 9개월부터 시작된 아이의 치료로 저 또한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앞으로도 나와 내 자녀가 고립된 삶을 살까 싶어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습니다. 이 상황을 가정의 문제로만 볼 순 없습니다. 사회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중략)... 장애인 에게도 오늘만의 삶이 아닌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사망 사건이 연일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다. 그동안 발달장애계의 사건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국회에서도 지난 7월 6일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발달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삶의 제반 영역에서 가족에게 평생 동안 돌봄과 지원이 요구된다. 발달장애인이 나이가 들수록 그에 따라 가족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과 지원 강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나는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20대 중반의 자폐성장애인은 그녀의 아들은 매일 자해 행동과 물품 파손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공개된 발달장애인이나 가족의 사망 사건은 대략 30여 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사회가 알아채지 못한 죽음까지 고려한다면 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고,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발달장애인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 사회가 살기 대신 죽기를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무작정 비난하고 그들만의 문제로 도외시한다면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하다. 이는 사회통합과 더불어 삶을 지향하는 패러다임에도 명백히 모순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에 주목하고 분석하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신문은 발달장애인 사망사건의 원인을 다룬 바 있다(2022.07.04.). 2009년 ~ 2022년 발생한 발달장애 가족 사망사건과 관련한 판결문 12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은 대부분 발달장애인 돌봄을 전담하던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수십 년씩 발달장애인 돌봄을 전담한 사례도 많다. 오랜 기간 돌봄을 전담하다가 가족 구성원 중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자신이 암에 걸린 경우 또는 홀로 자녀를 양육하면서 경제적 어려움까지 감내하는 경우 그 외에 우울증 등과 같은 원인으로 인해 속절없이 무너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들은 자신이 사라지면 발달장애인이 혼자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과 돌봄 부담을 다른 가족에게 남기고 갈 수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호소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 가족 사건의 원인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 및 가족의 자살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연구”에서도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요인으로 장애인지 수용 과정의 심리적 충격, 경제적 어려움, 서비스 미흡으로인한 제도적 모순, 사회적 고립 등이 제시되었다. 비교적 최근 연구결과인, 지난 4월 서울시복지재단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방안 연구’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났다. 가족돌봄자 37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가족돌봄자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함을 입증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가족돌봄자의 36.7%가 우울·불안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35.0%가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린 적이 있거나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주된 원인으로 ‘돌봄 스트레스’(75.5%), ‘경제적 문제’(68.6%), ‘우울·불안’(66.5%) 등을 들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법)과 지원 체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어디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인가. 발달장애인 주요 관련자들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서비스 총량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필요한 수준에는 미흡하고 현실적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함을 문제로 꼽고 있다. 따라서 현행 제도에 대한 한계점을 개선하고 효과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발달장애인 가족이 체감할 수 있고 서비스 이용을 촉진하게 하는 탄력적인 제도 적용이 요구된다. 발달장애인법의 제정은 가족들에게 분명 의미 있는 성과이다. 그러나 선언적인 내용이 많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도 여전하다. 2018년 제1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마련은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당사자와 가족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현재 가족들의 어려움과 욕구에 부합한 보다 실질적인 제도 구현을 위해서는 다음 단계의 진전이 요구된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주장하는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마련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가적으로 활동지원의 실효성 높은 이용을 위한 개선안이 절실하다. 특히 심한 발달장애나 중복 발달장애의 경우 여전히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부모들이 많다. 제공 시간이 아무리 많더라도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면 활동지원은 유명무실한 제도인 셈이다. 제도 적용 이래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수당 차등 지급이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둘째, 제도 시행 과정에서 유관 부처 참여와 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처 간의 유기적인 연계망 없이는 실 질적인 지원, 효과성 있는 지원을 기대하기란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은 중장기적으로 자립과 지속 가능한 삶을 두고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영유아기에는 조기 진단과 조기 개입이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아동기에는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지원방안이 교육현장과 공유되고 세 부적인 지원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후 성인이 되면 진로 나 취업을 위해 학령기까지의 각자의 관심사와 기대와 필요에 기초하여 적절한 지원이 연동되도록 작동해야 한다. 생애주기별 그리고 부처별 구분되고 있는 경직적인 지원체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국외의 경우 가족정책이 만들어진 배경은 각기 다르지만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을 대상으로 장애를 고려한 지원을 마련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들이 높은 수준의 돌봄을 담당하고 있으나 개별화된 지원계획과 서비스 제공에서 가족을 포괄하는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되고 있다(이민경, 2022). 보육, 교육, 복지 등 이 유기적이며 통합적으로 지원되는 체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돌봄 강도가 가장 큰 것은 자녀의 도전행동이다. 도전행동 지원은 보건과 복지의 협업, 정신영역과 발달영역의 협업, 물리적 환경과 인적 환경 등 여러 분야와 전문인력 간 유기적인 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전국 10개의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로는 역부족이다.
 
셋째, 가족의 심리정서적 지원에의 접근이 용이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이든 부모는 자녀의 발달장애를 받아들이기란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자녀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우울감, 지인망 협소, 사회적 관계 단절 등은 가족이 직면하는 또 다른 심각한 어려움이다. 발달장애인 부모의 심리적 어려움은 발달장애인 가족 사망의 원인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현재 시행되는 발달장애인 부모상담지원사업과 가족휴식지원제도가 있다. 그러나 부모상담지원사업의 경우 매년 사업 예산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우처 기간도 짧고 제약 조건으로 인해 가족의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최대 2년까지 지원이 가능하나 재이용에 제약이 있어 상담의 연속성이 끊길 수 있다. 무엇보다 정작 지원이 필요하지만 정보접근이 낮은 가족의 경우,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를 극복할 방안도 필요하다.
 
 
넷째, 발달장애인 이웃인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거두게 해야 한다.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은 말한다. 우리 아이를 ‘조금은 다른, 평범하지는 않지만 이상하지 않은 그런 이웃으로 생각해줄 수는 없냐고...’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긍정적인 관계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다. 모든 사람의 삶은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은 이러한 연결성과 소통이 더 필요한 대상이다. 따라서 발달장애를 이해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나 강의를 통해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해나 인식은, 사소하지만 자연스럽게 만나고 더불어 사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며 더 확실하게 각인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에서 비장애인과 만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시행되도록 실천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요즘 우리는 대중매체를 통해 우영우 변호사와 영희를 만났고 만나고 있다. 대중은 드라마 속 비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하는 방식에 분노하고 탄식한다. 그러나 나쁘다고 지탄받는 그 사람이 평소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신은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참고문헌>
서울시복지재단. 2022.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방안 연구” 이민경. 2022. “장애인가족지원에 대한 국외사례 고찰과 함의”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 424호 
한국장애인개발원. 2017.  “장애인 및 가족의 자살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연구”
한계레신문 기사(2022.07.)
작성자글. 이복실/서울특별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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