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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로 써보는 ‘기후위기와 장애’

기후위기와 장애인

본문

 
 
올해 6월 발표된 캐나다 McGill 대학의 ‘국가기후 변화 공약과 정책에서의 장애포용(Disability Inclusion in National Climate Commitments and Policies)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정 당사국 192개국 중 35개국만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에서 장애인을 지칭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중국, 일본을 포함 한 주요 선진국은 이에 빠져있다. 기후위기 적응 계획에서 장애인을 언급한 국가도 45개국에 불과하며 주요 경제국은 15개국에 그친다. 연구에 참여한 세바스티앙 조도인 교수는 “정부로부터 장애인이 조직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기후위기 계획에 포함될 수 있는 방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실망스러움을 표했다.
 
세계 각국은 장애인을 기후위기에 취약한 그룹으로 나열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조치에는 그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조항을 만들지 않거나 정책 설계 단계에서 장애인에 대한 완전한 참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장애인’이 함께 논의되고 있는 연구는 드물며, 장애인에게 기후위기의 위협이 실제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른다. 무엇보다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로 기후위기가 표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함께걸음>은 장애 당사자에게 기후위기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모아보기로 했다.
 
질문 하나. 기후위기에 대한 본인의 관심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서울주민(가명/시청각) “기후재난이라는 용어가 사용될 정도로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걸 인지하고 있지만, 장애유형에 맞춰진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이걸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인식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 만큼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전체 응답자 중 63%는 기후위기에 대해 ‘조금 관심 없다’를, 나머지는 ‘조금 관심 있다’를 택했다. ‘전혀 관심 없다’와 ‘매우 관심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느끼지 못한 이유에는 ‘잘 알지 못해서 어렵다’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질문 둘. 기후위기와 관련한 생활 불편 혹은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나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지체장애 당사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생활 속 불편을 다음의 세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 ‘이상기후로 인한 체온조절의 어려움’이다. 실제 의학적으로 지체장애인이 폭염과 한파 등 극한의 환경에 노출될 경우 교감신경계의 혈관운동 장력 부족으로 인해 심혈관계와 체온조절에 대한 부담을 비장애인보다 많이 느끼게 된다.
 
문혜경(지체) “지체장애인은 아무래도 체온조절이 힘든 편인데, 이상기후가 잦으면서 체온조절이 더 힘들어졌어요. 냉난방기로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해서 비용이 더 많이 들고요.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에 습하고 더운 날씨에는 사타구니 피부 염증도 조심해야 해요. 반대로 너무 추운 날에는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동상에 걸릴 위험이 커요. 면역력이 비장애인보다 낮기 때문에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더 높아졌어요.”
 
두 번째로 ‘이상기후로 인해 이동권의 제약’이 가중되기도 했다. 눈이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원래도 외출의 제약이 많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름철 장마가 길어지고 겨울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한 달가량 외출을 못해 불편을 호소한 응답자도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종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난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재난 현장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문제’를 가장 우려했다.
 
소소하이(가명/지체) “5년 전인가? 당시 대학교 건물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진이 나서 다들 대피한다고 난리가 났었어요. 건물을 관리하는 총동아리연합회 측에서 재난 대피를 해야 하니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휠체어는 버리고 가야 한다고…. 저 말고도 휠체어를 탄 학생이 3명인 가 더 있었는데 비장애인 친구들이 4층에서 1층까지 저희를 다 업고 내려갔었어요. 주변에 사람이 없었거나 있다고 해도 ‘누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본인 대피하기에 바빴더라면 저흰 꼼짝없이 갇혀 있었어야 했을 거예요.”
 
지체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도 적절한 방법으로 긴급한 재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어 영문도 모른 채 재난 상황에 고립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 정신장애 당사자는 ‘조현병이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아닌 사람에 비해 더 크다’고 응답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아본 결과, 실제로 미국 랭곤메디컬센터가 뉴욕시 건강 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19 감염자 7,34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약 2.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0배 이상 높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종합환경과학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폭염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 비율은 불안이 31.6%로 가장 컸으며 이어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로 집계됐다.
 
기후위기로 인해 이전엔 없었던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빠담빠담(가명/청각) “산업화에 따라 미세먼지와 황사같은 대기오염 현상이 심해지게 되면서 사람들이 기관지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많이 찾고 또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으로 일상에서도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쓰잖아요. 청각장애인은 구화인과 수화인이 있는데, 구화인인 저는 사람들의 입모양을 보면서 의사소통을 해야 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불편이 생긴 거죠.”
 
이동진(시각) “기후위기 대응으로 전기차를 많이 도입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전기차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참 무서운 존재거든요. 내연기관차는 움직이면 소리가 나는데 전기차나 전동 킥보드는 소리가 잘 안 나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잘 안 갖춰진 도로 환경에서 갑자기 크락션을 ‘빵!’하고 울리면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오히려 또 따른 사고가 날 수 있어요. 전기차로 인해 환경오염이 줄어드는 것은 찬성하지만, 어쩌면 시각장애인에겐 살인무기가 될 수도 있거든요.”
 
질문 셋.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생활 속 환경운동이 있나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애인 당사자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환경운동에는 무엇이 있는지 물어봤다. 에어컨 적정온도 유지, 천연 수세미와 친환경 세제 사용, 분리수거, 대중교통 이용, 불 끄고 생활하기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실천 방법들이 답변으로 쏟아졌다. 그렇다면,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을까? 그들은 ‘장애 생활의 불편과 환경오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늘 고민이 있다고 답했다.
 
수박(가명/지체) “의료적인 처치 시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하죠. 분리수거도 어렵고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의료적인 목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빈도가 잦았다. 혼자 장을 보고 짐을 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또한 매장 접근성으로 인해 가볍고 일상적인 물건도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생활 속 환경 운동을 실천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분리수거함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점자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아 어디에 어떤 쓰레기를 분리배출해야 하는지 몰라 이를 실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주민(가명/시청각) “대학교 근처 원룸에서 자취하던 시절에는 건물 옆 전봇대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렸어요. 그래서 저시력으로도 ‘전봇대 밑에 쓰레기를 버린다.’라는 사실이 확연하게 보였고 서울로 이사 와서도 그렇게 했었어요. 전봇대 밑이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날은 ‘내가 1등으로 버렸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날 살고 있는 집 건물에 계도문이 붙었어요. 여기 사는 사람이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게 목격되어 주민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고 적혀 있었어요.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지정된 요일, 지정된 시간 이후에 버려야 된다는 것을 2년이나 지나서 알게 된거죠. 그리고 그때 전봇대 앞이 아니라 그냥 집 앞에 바로 버려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장애인 입주자를 대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과 같은 기본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장애인도 환경 운동을 실천하기 더 수월할 것 같아요.”
 
한 응답자는 차량을 구입할 때 환경을 위해 기왕이면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전기차 충전 단말기의 높이나 설치 구조상의 문제로 인해 혼자서는 이용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에 결국 휘발유 차량을 구매했다. 휘발유나 LPG 차량의 경우 셀프 주유소를 가더라도 장애인 차량 주유를 도와줄 직원이 항상 상주해 있기 때문이다.
 
질문 넷.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에는 어떤 점이 고려되어야 할까요?
빠담빠담(가명/청각) “기후위기가 닥쳐오면서 장애인한테도 적지 않은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돼요. 하루빨리 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어 환경을 복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택범(지체)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배뇨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카테터를 사용하면서 일회용을 많이 사용하고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일회용보다는 간편하게 소독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제품들이 많이 나와준다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소하이(가명/지체)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엔 다른 장애인 근로자분도 많아요. 저희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재난 대피 훈련을 하는데, 평소에 장애인 근로자 한 명당 몇 명의 비장애인 근로자를 특정해서 재난 발생 시 대피를 도와주는 역할로 지정해둬요. 그럼 재난이 발생했을 때 서로 우왕좌왕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피를 할 수 있는 거죠. 법적인 제도 하에 장애인 근로자가 있는 모든 사업장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가 함께 가는 기후위기 대응이 되려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기후위기 대응 대책은 본질적으로 피상적이다. 그에 대한 구체성은 피해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의 목소리에 의해서 도출될 수 있다. 장애인들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장애유형에 맞춘 정보 전달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포용적인 환경 운동은 물론 기술의 발전만큼 소외된 사람들의 권익도 보호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환경운동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위기 문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될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성자글. 이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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