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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접근

정신장애와 사회통합

본문

 
 
 
지금까지 <함께걸음> ‘정신장애와 사회통합’에서는 사회의 당연한 구성원인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내용을 주로 다뤘다. 그래서 그동안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거나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고발했다. 이번에는 좀 더 시각을 넓혀서 사회언어학적으로 정신장애에 대한 접근을 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백승주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사회언어학에 의한 접근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사회언어학(社會言語學, sociolinguistics)’은 언어를 ‘사회적 맥락(social context)’에서 다루는 언어학의 한 분야이다. ‘발화적 맥락(verbal context)’이 관련 표현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에 비해, 사회적 맥락이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개인의 다양한 사회 문화적 변인들과 연관되어 구성된다. 즉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성별 및 연령, 직업, 교육, 경제적 지위 등의 차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특징과 사회적 연관성에 관하여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회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요즘 장애와 관련된 언어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백승주 “사회언어학에서는 여러 언어 현상들이 언어의 내적인 규칙들(예를 들어 구개음화 등의 음운 규칙) 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관계에 의해 발생한다고 봅니다. 이런 관계를 규정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가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권력, 즉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의 사용 양상을 보면, 이러한 사회적 관계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장애와 관련하여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하는 존재, 또는 수동적으로 보호받는 존재로만 여겨졌습니다. 욕설에 해당하는 말들 중 상당수가 장애와 관련된 것임을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자신들을 부르는 이름을 다시 재확립함으로써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고 제도에 반영하려는 노력들이 있어 왔고, 실제로 그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혐오와 차별의 말들이 범람하면서 장애와 관련된 언어도 영향을 받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절름발이, 에꾸, 병신 등과 같은 욕설이 장애와 관련되어 있는 게 많았고, 이에 대해 장애인들이 잘못된 표현임을 재확립시켰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또라이, 미친놈 등과 같은 비하나 차별, 혐오를 유발하는 용어들이 범람하면서 이들이 장애인, 특히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하며 혐오하는 과정에서 자주 사용됨으로써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실제 영화 <범죄도시 2>에서 정신장애인을 향해 ‘미친놈’, ‘또라이’라고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문제는 ‘미친놈’이나 ‘또라이’라는 말 자체가 가진 문제, 그리고 이 말이 사용된 맥락에서 발생한 문제를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치적 올바름, 즉 PC 운동은 사회언어학에서 흥미롭게 바라보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사회언어학에서는 ‘말은 그냥 말일 뿐이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떤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것에는 힘이 개입되고, 그 힘은 특정 대 상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적용됩니다. 미국의 작가 리베카 솔닛이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입니다.”
 
 
 
▲ 백승주 교수
 
 
정신장애는 ‘통제할 수 없는 악’?
백승주 교수에 의하면 차별과 혐오는 ‘범주화 → 고정관념화 → 혐오/차별’이라는 메커니즘(mechanism, 기계의 구조를 가리키는 동시에 그것에 의한 과정을 의미)을 따른다고 한다. 주로 욕설로 사용되고 있는 병신, 저능아와 같은 말들을 보면 장애인들을 어떻게 범주화하고 고정 관념화하여 혐오와 차별에 이르게 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친놈’이나 ‘또라이’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메커니즘 안에서 작동하는 말들이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새롭게 명명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잘 못된 범주화와 고정관념화가 이루어졌음을 대중에게 인식하게 하고, 이 메커니즘을 깨기 위한 방편이 된다.
 
“‘미친놈’이나 ‘또라이’와 같은 말들이 사람들의 일상 대화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문학작품이나 대중문화에서도 사라지게 하기 어려운 것이구요.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이 말들이 사용된 구체적인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범죄도시 2>에서는 정신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고 ‘통제할 수 없는 악’의 차원으로 규정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의 말들을 사용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혐오와 차별의 메커니즘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장애를 ‘장애’가 아닌 ‘통제할 수 없는 악’으로 정의 내림으로써 애초 정신장애에 대한 접근부터 잘못되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정신장애인을 ‘사전에 격리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했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도 그렇다. 이렇게 사회언어학적으로 접근하면 전혀 다른 관점이 될 수도 있다.
 
장애와 관련된 언어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 필요
장애에 대한 비하나 차별, 혐오 발언은 특히 정신장애에 대해 더 극심하게 나타난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조현병’ 증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조현병을 가진 사람은 커밍아웃을 하기 꺼려진다. 또 대중매체에서는 범죄자에게 ‘정신질환’이 있는지 늘 체크하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로 내보내는 게 일종의 절차처럼 되어 있을 정도로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은 대한민국에서 대단히 부정적이다. 도대체 왜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게된 걸까?
 
“제가 관찰한 바로는 근래의 혐오와 차별 발언이 극단적인 능력주의와 결합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정’하게 경쟁하는 게임에서 패배한 것이라면, 가난한 사람은 그 능력의 부족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에 차별받아도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장애인들의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성일종 의원의 발언은 이러한 사고방식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가난한 사람은 부유한 사람과의 경쟁에서 졌기 때문에 차별을 받아도 되므로 임대주택에 산다는 것이다. 정신장애인도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조현병을 가진 범죄자와 같은 이미지로 능력의 부족함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탓에 ‘격리’의 존재로 여겨진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이젠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들의 노력에 그치지 않고, 사회언어학과 같은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사람들의 정신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회언어학적으로도 발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언어학 연구에서는 장애와 관련된 일반 대중의 인식을 조사한 연구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와 관련한 언어에 대해서 당사자들이 느끼는 인식이나, 사회 전반에서 이러한 언어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고, 그것이 다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추적 등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물들이 축적된다면, 장애인들이 겪는 부조리를 극복하게 하는 여러 정책들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 사진 제공. 백승주 교수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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