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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인권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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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14년째가 되었다. 전 세계 사교육의 끝판왕인 우리나라에서 14년이란 시간은 로스쿨 입학 제도를 정복하기에 지나치게 긴 시간이다. 로스쿨에 지원하려는 자는 어느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학과를 나오는 게 유리하며, 어떤 로스쿨에선 어느 나이와 어떤 성별의 지원자를 선호하는지, 리트, 토익, 학점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및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까지도 통계적으로 분석되어 어느 정도 정답이 도출된 상태다. 이렇게 로스쿨 입학 제도의 A부터 Z까지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음에도 아직까지 로스쿨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만은 이렇다 할만한 답이 없다. 다만 이 질문에 관해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라는 대답만은 반드시 피하라는 것이다.
 
‘일반 송무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의 권리를 실현시켜주는 것도 인권을 위하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선뜻 대답하기 곤란한 것도 사실이고, 변호사에게 찾아올 정도의 법적 분쟁(紛爭)이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기가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객관적이고 실체적인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즉 변호사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고 열린 생각을 가지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권변호사’라는 말은 상대적 정의가 아닌 객관적이고 실체적인 진실에 따라 정말로 피해자인 경우에만 변호하겠다는 의미이며 그리하여 자신들이 정의의 기준이자 집행자가 되겠다는 다소 근원주의적이자 교조주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변호사를 양성하는 기관인 로스쿨로서는 자기들이 양성하고자 하는 변호사와는 대치되는 생각을 가진 이런 지원자들을 섣불리 받아주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인권변호사’가 되겠다는 말은 어쩌면 회색지대에 있어야 할 변호사가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건에서나 실체적 진실은 분명히 존재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불가능하지 않은 사건들도 소수지만 존재한다. 이런 사건들에서 실체적 진실을 비교적 명백하게 밝힐 수 있는 이유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억압하고 착취할 때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고아, 장애인, 과부, 난민 등과 같이 사회로부터 구조적으로 억압과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더라도 이에 대해 하소연할 수 없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는 자들, 이런 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범죄들은 너무나 공공연하게 그리고 거리낌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4월 중순 변호사시험 합격 발표가 있던 날, 드디어 나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때의 나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비용을 생각할 때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공익이나 인권변호사는 전혀 고려되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일단 일반 로펌에 가서 송무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송무일은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내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기독교인으로서, 그리고 ‘나의 아저씨’를 네 번이나 봤던 사람으로서 ‘이지안’에게 ‘박동훈’ 같은 존재가 되어 내 주변에 존재하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막연한 소망을 이번에 실현해보자고 생각했다. 이에 결코 할 생각이 없었던 ‘인권단체’에서 무려 ‘공익변호사’로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먼저 공익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친한 동생을 통해 이곳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이곳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에 특화된 사업을 위탁받아 정신건강권리옹호 센터를 신설하여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일하기 시작하여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사건들을 주로 접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의 인신매매시장이 제도적으로 공인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동의입원’ 및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을 규정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가족을 보호의무자로 지정하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양 및 돌봄의 책임을 법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은 과도한 부양의무를 지게 된다. 가족들이 위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보호입원제도 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한편 정신병원은 정신질환자 한 명을 입원시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매달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고 또한 해당 지자체로부터 보조금까지 매달 받으므로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처를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보호의무자와 일부 정신병원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맞으면 보호입원제도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방법의 사실상의 인신매매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자가 처한 현실은 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수 만 명의 정신질환자는 국가와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아 정신병원에 팔려나가 죽을 때까지 평생 갇혀 가축처럼 지내는 비참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이야말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너무도 명백한 그런 소수의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부터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들 이 정신질환자들을 국가의 효율을 저해하고 자신들의 삶을 위협하는 일종의 위험물로 취급하여 최선을 다해 이들을 사회의 밖으로, 정신병원으로 분리·배제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변호사가 추구해야 할 실체적 진실은 너무도 분명하다. 정신질환자의 삶을 비참하게 망가뜨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보호입원제도를 비롯한 강제입원제도를 폐지하여 이들에게 이루어지는 대규모의 인신매매가 더 이상 자행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도덕과 정의는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주춧돌과 같다. 몇 푼의 돈 때문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신매매를 허용하고 있는 현 상황은 사회를 지탱하는 무너져서는 안 되는 마지막 도덕적 기준을 훼손하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사회는 유지될 수 없고 그 구성원은 비참 한 야만의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 그렇기에 최후의 도덕적 마지노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곳을 사수하는 일 또는 이미 무너져버린 도덕적 기준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야 말로 공익적인 일이고 이러한 일을 하는 변호사가 공익변호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억압당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자유를 회복시키는 일을 하는 변호사가 인권변호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정신질환자가 당한 억울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들의 인권을 신장하고 도덕의 마지노선을 보수 내지 사수 하는 일을 하는 새내기 인권변호사이자 공익변호사이다. 만약 시간을 거슬러 로스쿨에 지원할 때로 돌아간다면, 이제는 면접관들에게 로스쿨 지원 동기를 ‘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성경 말씀 한 구절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직 공의를 물 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흐르게 하라(아모스 5장 24절).’
 
 
 
작성자글. 임봉준 변호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 사진. 이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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