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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옹심이 활동 4개월 차 새내기의 생각

시민을 옹호하는 이야기

본문

 
 
 
새내기의 짝꿍은 20대 여성이며 함께 다양한 체험을 나누고 교류하고 있다. 새내기가 짝꿍과 함께한 1박 2일 속초 여행기를 담아 지난 4개월간 옹심이 활동을 하며 느꼈던 점을 시설, 소통과 교육으로 나누어 글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이 있어 글에서 외국의 제도와의 비교 및 개선의 내용이 비칠 수 있다.
 
장애인과 동행하며 마주한 ‘시설’
8월에 짝꿍과 1박 2일의 속초여행을 갔었다. 짝꿍이 7월에 발을 헛디뎌 발등에 금이 살짝 가서 짝꿍이 좋아하는 산책과 맛집 탐방이 잠시 중단되었고, 모두 떠난 여름휴가를 가지 못한 허한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깁스는 하지 않았지만, 보조기를 찼다. 걷기 편하도록 새내기의 목발을 빌려주었다. 목발 한 짝만 하겠다며 몇 번 연습하더니 금세 발맞추어 잘 걸어 나간다. 한쪽에 힘을 실어 걸으니 편했나 보다.
 
가평휴게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고, 주차한 곳에서 화장실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장애인 복지카드와 짝꿍의 현 다리 상태를 말하면 장애인 주차장 이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일단은 장애인 주차장에 주차하고 관리자에게 사정을 말했다. 그는 ‘안 된다.’고 했다. 과거 새내기는 장애인을 승하차시키기 위해 잠시 장애인 구역에 주차했다가 과태료가 나온 적 있다. 관할 구청에 이의제기와 이유서를 내고 면제받았던 경험이 있어 이번엔 허용이 될 줄 알았다.
 
가끔 할머니를 데리고 병원 또는 어디를 가기 위해 함께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할머니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다. 휴게소에서 화장실 가까이 잠시 주차해서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려 문을 열고 부축을 해 드렸다. 그리고 계단까지 가까이 모셔다드리고 기다리는 동안 뒤차들이 너그러이 봐주지를 않는다. 욕도 한다. 무섭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급해진다.
 
다시 짝꿍의 얘기로 돌아와 화장실 가까이 내려주면서 “꼭 저기 흰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요. 주차하고 갈 테니 저 흰 건물 앞에 있어야 해요”라고 했다. 주차하러 가면서도 불안했다. 짝꿍에겐 핸드폰이 있지만, 전화번호는 없다. 와이파이로 라인(채팅앱)만 사용한다. 차라리 조금 힘들어도 같이 주차하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짝꿍에게 물었지만, 걷기 싫고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짝꿍의 주관적 의견을 존중했다.
 
주차를 겨우 하고 짝꿍을 찾으러 갔는데, 앗! 흰 건물 앞에 짝꿍이 없다. 아뿔싸! 가슴이 두근두근했지만, 얼른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며 “OO씨! OO씨!” 부르기 시작했다. 모퉁이 코너에서 짝꿍이 나온다. 휴우.
 
당시의 놀란 마음은 뒤로하고 장애인 주차와 장애인 차량 등록에 관한 현실성에 관해 논하고 싶다.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가족, 동거인 외에 복지 계통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나 신체적 장애인과 동승할 경우 관리인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을 허용해주는 유동적 시스템이 되었으면 한다.
 
십년감수를 하고 휴게소를 떠나 속초 바다에 도착했다. 짝꿍이 타고 싶어 했던 관람차를 타려는 순간, 기대도 잠시. 관람차를 타러 가기까지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렇지만 짝꿍은 괜찮다고 한다. 목발 한 짝으로 잘 가서 다행이다. 관람차에서 나올 때 서로 전화 연결이 안 되니까 출입구 장소를 알려주고 꼭 여기서 만나자고 이별 아닌 이별을 했다.
 
속초 바다는 유명한 관광지다. 저 관람차를 타면 예쁜 바다와 속초의 하늘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런데, 매표소에서 아니 매표소 가기까지 장애인을 위한 길이 없다. 엘리베이터도 없다. 그러면서 장애인 할인은 있다. 12년 전 할머니를 모시고 일본 여행을 간 적 있다. 구청에서 휠체어 대여를 받았다. 소정의 금액은 지불했다. 그 나라 복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지어진 어느 유명 성인 박물관에 갔었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작게 있어 휠체어를 타고도 할머니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마냥 재미있게 구경하셨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나 역시 잠재적인 장애인이다. 살다가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병이 날지도 모른다. 장애인도 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과연 같은 공간에서 우리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국가에서 또는 지자체에서 계획하고 건물을 세우는 곳들에서조차 함께 공간을 누리지 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것은 많은 깨우침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
 
‘스스로 해’라고 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제반 시설이 필요하다. 함께할 수 있는 공간과 실질적으로 그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는 공간 안에서 서로가 같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더 많아진다. 그렇게 활동이 수월해져야 장애인이 사회로 나올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시설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령화 사회에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개선이 절실해 보였다.
 
관람차가 운행되는 15분간 이런 생각이 머리에서 맴맴 거리는데, 짝꿍이 나온다. 모르는 척 멀리 있었다. 짝꿍이 휴게소의 경험으로 먼저 두리번두리번한다.
 
어두컴컴해지는 속초 바다를 등지며 찰칵찰칵 서로 사진 찍어주기 타임이다. 짝꿍이 사진을 잘 찍어준다. 사진을 찍고 이제 숙소로 향했다.
 
발달장애인과의 소통과 교육에 요구되는 것
짝꿍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펜션에서 얘기를 나눴다.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숙소였는데 바다는 발코니로 잠시만 보고 그간 짝꿍의 마음속에 있던 속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짧은 만남만 가지다 1박 2일 여행을 하며 함께 자야 했지만, 짝꿍에게는 거부감이 없었고 신나 있었다. 오히려 주변에 자랑도 많이 했었다고 한다.
 
사실 쉽지 않은 여행을 택한 이유는 매일매일 짝꿍과의 연락 속에서 ‘정서의 허무함’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발을 다치고 나서는 더 심해졌다. 처음엔 운전 중 ‘한 끼도 못 먹고 아파서 쓰러져 죽을 것 같아요. 힘이 없어요’라는 문자에 짝꿍의 집으로 가는 도중 담당 선생 님께 전화하니 앗! 저녁엔 닭볶음탕에 점심엔 치킨에 피자를 드셨다고 한다. 침착하게 ‘뭐 먹고 싶은 것 있냐’고 하니 ‘냉면’이라 하신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호호.
 
이리하여 남들 다 간다는 여름 바캉스를 떠나기로 했다. 짝꿍의 정서적 배고픔을 달래주고 말 못 할 스트레스 사연을 들어보고자 함이었다. 새내기는 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도, 활동지원사도 아니지만, 짝꿍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가지 않고 그걸 다 누릴 수 있게 알려주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월급이나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짝꿍이 그간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다와 산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돌아가자 했더니 흥분하면서 난리가 났다.
 
본인이 제일 하고 싶은 것 중 현재 못 하는 것이었다. 계속 들어주며 상황파악을 위해 중간중간 질문을 했다. 그리 불만을 토하며 말을 잘하는 줄 몰랐다. 서울로 돌아와서 사실 정황을 파악한 결과 짝꿍의 실수이며 책임이라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 점은 정신적 장애인에게 필요한 법률적 제도가 미약한 현실 때문이라 생각했다. 짝꿍은 얘기하다가 엎드려 잠이 들었고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 꼬박 날을 새었다.
 
딸 같은 나이의 짝꿍이 현재 제일 필요로 하는 건 사랑이다. 아프면 엄마 밥, 엄마 손길이 제일 그리워진다고 했다.
 
아침이 되어 나갈 준비를 하면서 짝꿍이 오늘 점심때 먹기로 한 장칼국수를 사 준다고 했다. 반려견과 함께여서 동반이 가능한 식당 한 곳을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네이버엔 영업 중이라 되어 있건만 가게 문 앞엔 ‘휴가증’이라 한다. 주관이 확실한 짝꿍을 위해 여기 저기 전화를 돌리니 점심시간이라 반려견 출입이 안 된다고 한다. 여름 햇빛이라 차에 둘 수도 없어 행선지를 변경하였다.
 
짝꿍의 동의를 구하고 변경된 장소에 도착해 주문을 했다. 새내기는 아이스커피와 명란알바겟을 선택했는데, 짝꿍은 메뉴판만 쳐다보고 있는다. 30분이 흘렀다. 카운터에서 흘겨봐도 새내기를 신경 쓰지 않는다. 유명 장소라 마냥 기다려 줄 수 없었다. 만날 때마다 물주인 새내기가 눈치상 짝꿍에게 물었다. 짝꿍은 안 먹을 테니 새내기만 먹으란다. 둘이 함께 주문해서 먹어도 장칼국수 가격이다. 짝꿍은 안 먹어도 된단다, 정말이란다.
 
알겠다고 하고 메뉴를 받아왔다. 솔직히 얄미워서 혼자만 먹으려다 종이컵과 포크를 들고 와서 한 입 입 앞에 대니 얼른 마스크를 벗고 냅다 받아 드신다. 호호. 귀엽다. 잘라서 나눠 먹자고 했더니 번개처럼 해치우신다. 여기서도 어제 밤새 하신 얘기를 2시간을 했다. 이 당시 정확한 내용을 확인 못 한 새내기는 짝꿍 편을 들어주었다. 2시간 들어주고 새내기도 여행 중에 하고픈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해버렸다. 짝꿍은 왜 (음식을) 안 시켰냐니깐 “비싸고 돈 아까워서”라고 했다.
 
짝꿍과 새내기와의 만남은 짝꿍이 하고 싶은 만남을 위해 새내기가 새내기의 환경을 맞추는 것이다. 짝꿍은 반려견 산책과 맛집을 좋아한다. 짝꿍에게 질문을 했다. “배려가 뭐예요?” 배워서 잘 안다며 설명을 잘해준다.
 
새내기는 여행을 온 이유를 말해줬다. 뉴스에 기름값도 비싸다고 나오는데, 250킬로가 넘는 운전을 하며 기름 넣고 “톨게이트에서 어제 얼마라고 하는 것 들었죠”라며 영수증들을 보여주었다.
 
“바다 좋아한다면서 바다 안 보고 음악만 듣고 핸드폰만 보면 ‘이번 여행은 짝꿍이 즐거워하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다음에 또 여행 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했다. “만나면 ‘안녕하세요’, 먹으면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주면 ‘감사합니다’, 헤어지면 ‘안녕히 가세요’라 고 한 적 한 번도 없죠? 난 이 커피와 빵을 먹기 전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했다”라고 처음으로 속 얘기를 했다.
 
“안 먹는다더니 이리 잘만 먹으면서”라고 했더니 웃는다.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짝꿍이 열심히 얘기 하며 저 산, 저 바다라고 말한다. 호호. 짝꿍은 겉보기에 발달장애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말을 걸어 주면 의사소통도 잘 되고 SNS에서 자기표현과 글도 잘 쓰고 문장력도 있다. 장문으로 자기만의 표현도 잘하는 편이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임기응변을 잘해서 새내기가 초창기에 만날 적에 담당 선생님께 상담을 했다. 담당 선생님 역시 처음엔 마음의 상처가 있으신 듯 첫 담당이라 애지중지하신 점도 있어 보였다. 여러모로 노력과 도움이 되게끔 많이 챙기시는 점에 감사히 여긴다. 담당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경험의 대처법과 도움을 받길 너무 잘한 것 같다.
 
아직 미숙한 새내기에게는 담당자 또는 보호자와의 사전 의사소통으로 옹심이가 꾸준히 융통성 있게 만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가족 또는 친구와의 소통에서도 마찰이 생겨 상처받는 게 다반사이다. 발달장애인과의 소통이라는 게 배려와 인내를 기본으로 하지 않으면 시민옹호활동가로서도 꾸준한 활동이 힘들 거라 여겨진다. 어느 정도 본인의 성격과 인내의 정도를 알고 꾸준히 소통할 수 있다면 교육을 받고 활동해 봄이 좋을 것 같다.
 
시민옹호활동가 교육을 받을 때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있는 그대로’의 기본에는 많은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있어야 한다. 교육에 서는 봉사가 아닌 ‘동행’이라고 한다. 분명히 한 국가에서 같은 국민으로서의 권익을 추구하는 동행자다. 새내기의 생각에는 배려가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내도 많이 필요로 한다. 장애인들의 권리의식을 옹호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남성으로서 알려줘야 할 부분도 옹호인이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강사는 ‘알려주려고 할 때는 그들이 질문할 때 알려 주라고, 가르치려 하지 말라’고 강의한다. 그런데 장애인의 상황에 따라 그들의 권리가 무엇인지조차 모를 때 또는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지를 모를 경우 대화로 쉽게 풀어나가며 알려줘야 한다. 반복적인 대화로 스스로 깨우치며 알아가야 하는 소통가의 역할을 옹호인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과의 소통으로 인한 반복적 인지훈련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성인 여성 발달장애인의 경우에 형사 사법처리와 관련된 학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새내기의 짝꿍도 충분히 그 교육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스승은 ‘반복적인 연습’이라고 어느 그리스 철학자가 말했다. 새내기도 짝꿍과의 소통이 반복적이어도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은 짝꿍과 똑같이 말도 한다. 첫 짝꿍이라 애증도 가지만 소통이 되는 한 꾸준하게 이어가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짝꿍은 ‘힘들어요’라며 SNS를 보내신다. ‘잠이 보약이에요’라고 답장을 하니 스마일 이모티콘을 보내준다. 호호.
 
 
 
작성자글과 사진. 박은진/시민옹호활동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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