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일이 너무 좋아요" 간바컴퍼니 아사우미 유리 씨
아사우미 유리 인터뷰 / 특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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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바컴퍼니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근로자 아사우미 유리 씨(32세). 그녀는 간혹 질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른 답변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유리 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간바컴퍼니의 스탭 야마지 케이타 씨가 재차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설명해주면 조금 고민하다 답변을 이어간다.
본래 부끄럼이 많은 성격인지, 아니면 위생 문제 때문인지 유리 씨는 마스크를 한 채 인터뷰에 응했으나 사진촬영 요청에 따라 마스크를 벗자 수줍은 유리 씨의 미소가 눈에 띄었다. 유리 씨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
매일 왕복 4시간의 거리를 홀로 출퇴근하는 유리 씨
취로계속지원 A형, 금전 관리는 부모님이
간바컴퍼니로 출근하기 위해 그녀는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준비한다고 한다. 위생이 중요한 간바컴퍼니 쿠키 공장이기 때문에 용모도 단정히 한다. 마스크, 교통비 등을 챙겨 집을 나선다.
집을 나온 그녀의 출근길은 조금 복잡했다. 하필이면 집과 간바컴퍼니의 사이에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호(琵琶湖)가 있어 강을 끼고 뺑 돌아서 가야 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출발해 교토역을 거쳐 환승한 뒤, 간바컴퍼니 근처 역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 역에서도 다시 20분을 걸어야 하니, 유리 씨의 출근길은 여전히 길다. 그렇게 하면 2시간의 출근길이 지난다.
9시가량 간바컴퍼니에 도착한 유리 씨는 9시 30분 쿠키 공장 업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잠시 기다린다. 그러곤 9시 30분이 되면 일을 시작한다. 유리 씨의 업무는 날마다 다양하다. 유리 씨는 자신있게 설명했다. “쿠키 반죽을 트레이에 펼치거나, 위탁생산(OEM) 작업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날엔 건조실에서 쿠키를 말리는 일도 해요.”
유리 씨는 오후 6시까지 간바컴퍼니에서 일을 한다. 중간중간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12시 30분부터 1시 10분까지 40분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또 오후 4시에 10분 가량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를 활용해 점심식사를 하기도 한다.
처음 간바컴퍼니에서 일하게 된 것은 15년 전 학교 진로 담당 선생님의 소개로부터였다. 당시 ‘장애인들 지원을 잘해주는 곳이 있는데 취업해 보지 않겠냐’라는 제안을 통해 간바컴퍼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취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루하루 성실히 지내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 15년이 지났다.
△ 간바컴퍼니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사우미 유리씨, 흰 위생복을 입고 있다.
간바컴퍼니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은 모두 취로계속지원 A형에 근무하고 있으며, 평균 임금은 월 12만 4천 엔(한화 약 124만 원)이다. 이 중 유리 씨는 월 13만~15만 엔(한화 약 130만~150만 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다만 금전 관리는 아직 부모님이 도와주고 있다. 유리 씨는 매달 2만 5천 엔(한화 약 24만 원) 정도를 개인 용돈으로 받고, 부모님이 은행에 입금해 주면 스스로 인출해 사용한다. 나머지 금액은 저축에 사용된다. 예전에는 인형이나 작은 소품을 사는 데 용돈을 썼지만, 요즘은 일할 때 필요한 헤어핀이나 마스크 등을 주로 구입한다고 한다. 그만큼 일을 소중히 여기고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저녁 6시, 뜨거운 햇살이 한풀 꺾일 시간. 유리 씨는 퇴근해 집으로 향한다. 집까지 가는 길은 이제 너무나 익숙해, 주저함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먼 거리를 출퇴근하고 일상을 누리고 있는 유리씨에게 버스나 차량을 이용하거나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는지 물어보자 유리씨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인지 갸우뚱해 하며“아닌데...”. 이내 간바컴퍼니의 스탭인 케이타 씨가 "버스타는 것 어디서 배웠어요?"라고 다시 묻자 그때서야 비로소 "기숙사요"라고 답변했다.
20대 초, 당시 그는 자립을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선생님에게 지하철 타는 법, 표 사는 법, 길을 잃었을 때 대처하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웠다. 3년 동안 이어진 이 기숙사 활동은 지금의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만든 기반이 되었다. 유리 씨는 선생님과 요즘도 연락하고 지낸다며 자랑했다.
저녁 7시 30분 가량 유리 씨는 집에 도착한다.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보상하듯 가족들과 저녁도 먹는다. 유리 씨는 집에서 드라마 시리즈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해 퇴근 후에는 TV와 가장 가깝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오면 몸이 지치기도 하고, 평소 사람을 많이 만나는 걸 선호하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출근하지 않는 공휴일에는 빨래나 청소를 하는 등 집안일을 돕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게 밤은 깊어지고, 유리 씨는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린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간바컴퍼니’는 빠지지 않아
“친구들과 더 어울리고 싶다”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유리 씨. 그녀는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으로 두 가지의 소소한 바람을 전했다. “쿠키 만드는 과정 중에 이렇게 쿠키 반죽이 펴진 걸 모양 만들기 위해서 누르는 작업이 있는데 언젠가 그걸 해보고 싶고요. 연말에 (간바컴퍼니에서 하는) 망년회가 있는데 거기에 꼭 참여해서 놀고 싶어요. 친구들과 더 어울리고 싶어요.”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유리 씨는 간바컴퍼니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옆에 있던 간바컴퍼니의 스탭 케이타 씨가 “혼또니 간바컴퍼니 스키데스”라고, 직역하자면 ‘정말 간바컴퍼니를 좋아한다’고 거들었다. 일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매일의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그녀. 내일도 유리 씨는 익숙한 출근길을 따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간바컴퍼니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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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취재. 이미정 편집장, 김영연·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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