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진흥법 개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말하는 현재와 미래
기획 / 장애계 30년 전과 오늘 [좌담]
본문
△ 2026. 1. 12.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 모습. 왼쪽부터 김주영 교수, 이미정 편집장, 김영연 기자, 박승희 교수. 박옥순 전 간사는 온라인을 통해 좌담에 참석했다.
양적 성장 이뤘지만 질적 도약은 미흡
이제라도 통합교육, 특수교육 제대로 이행해야
【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장애운동⋯, 그 길을 묻다"] 기사에서 이어진 기사입니다. 】
이에 <함께걸음>은 1990년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특수교육진흥법 전면 개정의 최전선에 섰던 원로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당시의 문제의식과 제도 설계의 맥락, 그들이 기대했던 특수교육의 방향과 현재의 문제점을 다시 짚어보고자 했다. 좌담회에는 박승희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명예교수, 김주영 한경국립대학교 유아특수보육학 교수, 박옥순 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가 참석했다.
90년대 장애학생의 교육 기회 제공이 목적
사회 : 90년대 당시 특수교육 정책의 중요한 과제와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박승희 : 당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장애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후 교육 배치할 때 부등호가 ‘일반학급에서 특수학급, 그리고 특수학교' 순으로 명시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장애가 있으면 무조건 특수학교로 간다는 인식을 바꾸려 했던 거죠.
김주영 : 1994년 개정된 법안의 핵심은 네 가지였습니다. 의무교육 법제화, 조기교육 법제화, 통합교육 명문화, 그리고 개별화교육계획(IEP) 도입입니다.
통합교육은 효과 이전에 인권의 문제였다
사회 : 1990년대 당시 '통합교육'의 개념은 지금과 달랐을까요? 당시 현장에서 그린 통합교육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나요?
김주영 : 당시 특수교육 종사자들은 거의 모두 통합교육에 동의했습니다. 통합교육은 교육 효과 이전에 인권의 문제였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또래들과 분리된 학령기 경험을 강요받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봤습니다. 분리는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에서의 배제를 의미했죠. 하지만 일반 교육현장에서는 “왜 장애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와야 하느냐”는 반응이 흔했습니다. 교장이나 교사들 사이에서도 통합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컸죠.
박옥순 : 통합교육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특수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어요. 특수학교를 없애자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말한 특수교육의 핵심은 'Inclusion’이었습니다. 장애학생이 일방적으로 일반학생들에게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 받는 통합이었죠.
김주영 : 통합교육을 물리적 통합이라고만 생각하면 특수학교가 없어져야 되는 것처럼 오해되기가 쉬운데 사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만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비장애학생들에게도 장애 감수성을 키우고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그래서 장애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일상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조기에 형성하는 것이 강조됐어요.

△ 2025년 8월 27일 (가칭) 성진학교 설립안 승인요구 기자회견 모습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현재 진단 후 부모지원체계 미약
치료기관과 부모의 이해 맞물려 장애아동은 뒷전
사회 : 조기발견과 치료를 제도화해서 여러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기진단 이후 장애아동들은 오히려 너무 일찍 분리교육으로 가거나, 진단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보이는데요.
박승희 : 조기 진단 체계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조기 진단의 필요성이나 이해도가 낮은 부분이 있다고 봐요. 아직까지 의료적 모델이 우세해서 장애 부모들도 아이들이 진단을 받으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부모들이 해야 하는 양육보다 전문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단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모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부족하니까 사교육 전문가들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게 되고 정보가 부족한 부모들은 또 거기에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부모들은 불안감과 치료비 만드느라 힘들고, 장애 아동은 아주 어려서부터 힘든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바우처도 제대로 관리 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0세부터 6세 사이에 장애나 발달 지연이 발견된 아동에 대한 가족 지원, 부모 지원이 보다 촘촘하게 꼭 필요합니다.

△ 김주영 한경국립대학교 유아특수보육학 교수
김주영 : 2007년도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조기교육이 굉장히 강화됐는데, 문제는 유치원까지는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0~2세 영유아의 교육은 아직 공식적인 교육기관이 특수교육지원센터로 한정되어 있어요. 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지는 보육과정도 무상교육으로 인정은 하지만, 전문교사 확충 등 제대로 된 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양적 확대에도 통합교육은 여전히 형식에 그쳐
사회 : 90년대 초에 장애인 교육의 방향이 통합교육에 맞춰졌는데 오히려 요즘에는 장애인 부모들이 특수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주영 : 1994년하고 2024년을 대비해 보면 통합교육은 양적으로 정말 확대됐어요. 지금은 장애학생 76%가 일반학교에 있어요. 94년에는 43% 이상이 특수학교에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양적으로는 성공했죠. 그러나 특수교사가 일반학교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 문제입니다. 장애학생들을 교사가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것이죠. 최근에는 느린 학습자, 경계선 학생 지원을 일반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도 해서 특수교육이 일반교육에 흡수될 위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통합만을 강조하기보다, 특수학교·특수학급·일반학급 모두가 제대로 갖춰진 상태에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 박승희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명예교수
박승희 : 교육부가 통합교육을 말하면서도 특수학교 신설을 계속 발표해 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저는 우리가 아직 통합교육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통합교육이 지난 30년 동안 정말 최소한으로, 일반교육을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 우리끼리만 너무 열심히 해왔어요. 유치원, 초등학교는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왔지만, 중·고등학교는 형식적인 통합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교육은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크고 이제부터 일반교육에서 더 적극적 참여와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간제 교사 증가·승진 기회 부족 등으로 인한 교사 권위, 안정감 약화
사회 : 최근에 장애 학생의 부모가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내는 등 부모들과 교사 간 신뢰 관계가 깨진 상황입니다. 특수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김주영 : 첫 번째로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기간제 교사가 늘어났습니다. 두 번째로, 특수교사는 승진이나 보직을 맡을 기회가 매우 적어요. 장학사로 나가더라도 특수교육 전문 장학사 말고는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또 특수교사는 수적으로 소수이고, 학교 조직 내에서 보직이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 특수교육보조원이 부모와 직접 소통하며 정보를 관리하는 구조가 더해지면서 특수교사의 전문성은 점점 주변화됐습니다. 세 번째는 부모 인식 변화로 교사의 권위와 안정감이 약화됐습니다.

△ 박옥순 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박승희 : 특수교사들이 유자격자들이지만 정기적으로 전문성을 쇄신 및 증진하는 교사 재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 교육도 강의 중심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심각하고 어려운 사례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워크숍 중심 연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 장애학생 100명 중에 74명이 일반학교의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에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공동 연수를 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예비교사들의 교생실습이 여전히 특수학교에만 집중돼 있는데 지난 35년 동안 이걸 못 바꿨어요. 그러다 보니까 초임 교사가 특수학급이 처음 생기는 일반학교에 혼자 배치되게 되면 물어볼 동료, 선배 교사가 없으니까 저한테 전화해서 “교수님, IEP 고안에 확신이 안 듭니다. 질문이 있는데요”하며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임교사들은 최소 3년 정도까지는 장학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봐요.

△ 1999년 3월 장애인신문 기사 '일반학교 특수교사 힘들다'
특수교육지원센터 역할은 확대됐지만
초임교사 배치로 전문성 저하
사회 : 특수교육의 전반적인 지원을 하는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예전에는 없다가 현재는 전국에 권역별로 설치돼 순회교육, 진단·평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주영 : 특수교육지원센터의 기능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 일선 학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기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장애영유아교육, 특수교육실무사 교육, 부모교육, 교사 연수, 학부모 민원 중재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다만 이렇게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에 경력이 많지 않은 초임 교사들이 배치되는 현실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는 자리인 만큼, 인사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박승희 : 특수교육지원센터 발령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수석교사처럼 일정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우대받아 배치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센터는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지역 특수교육의 방향을 이끄는 전문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순회교육, 오히려 중증장애 학생 교육권 소외시켜... 없어져야
박승희 : 그리고 무엇보다 순회교육 제도가 문제가 많은데요. 순회교육은 특수교사가 재활원이나 가정에 있는 중증장애 학생을 찾아가 일주일에 한 두 번 수업을 하는 방식인데, 가장 많은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가장 제한된 교육을 받는 구조에요.
순회교육 받고 있는 학생들 중에 정말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분명 많습니다. 학교를 오가며 또래를 만나고, 교실에서 생활하는 경험 자체가 교육이기 때문에 순회교육이 아닌 실제 등교가 필요합니다.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순회교육 대상자의 다수가 학교로 이동이 가능한 학생들이라고 봅니다.
사회 : 과거에는 활동지원인 등 제도가 없어 순회교육이 불가피했지만, 지금은 시대 변화에 맞게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김주영 : 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순회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너무 많은 차별을 받고 있어서 이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소외돼 있다는 점이 특히 안타깝습니다. 순회교육을 받고 있는 부모와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더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IEP, 현재는 안정됐으나 일반-특수교사
협력 구조 미흡
사회 : 현장에서 개별화교육계획(IEP)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요.
김주영 : 94년도에 처음 개별화교육계획이 법제화되면서 갖춰야 될 서류들이 너무 많았어요. 교사들이 혼란 속에 빠졌었죠. 지금은 기본 교육과정이 나오면서 조금 방향성도 잡히고 안정된 상태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중심의 개별화교육계획 수립과 실천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어요. 개별화교육지원팀이 법제화 돼 본래는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협력하도록 되어있지만, 현실은 다 특수교사에게만 몰려 있고, 팀에 들어와야 될 인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질 않는다는 거예요.
박승희 : 그렇죠. IEP를 쓰려면 특수교사 입장에서도 일반학급에서는 이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수업 받는지 물어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써야 하는데 한 두 번 물어봐서 거절 당하면 쓰기가 어려워지고..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도 있는데요. 사실 IEP의 근본 취지는 장애 학생 교육권 존중이에요. 아무리 쉬운 내용이라도 목표와 방법을 문서화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 행위의 품격을 높이는 거죠. IEP가 없으면 교사 마음대로 오늘은 카드놀이, 오늘은 비디오 보기로 즉흥적 수업이 되기 쉽죠. IEP는 특수교육의 질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교수들이 조금 더 역할을 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우리나라에서 IEP가 들어올 때 미국은 대략 서너 장이었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잘못 들어와서 소책자 한 권이예요. 한 학생당. 교사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짧고 효율적인 IEP양식을 저희들이 만들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현장에서 SOS가 나오는 걸 그때그때 해결해 주는 역할을 국립특수교육원에서 해줘야 합니다.
양적 성장 넘어, 질적 전환의 30년으로
사회 : 향후 특수교육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핵심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승희 : 이제 앞으로의 30년은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함께 변해가는 세상을 맞이해야 합니다. 일반교육도 우리의 전문성이 많이 요구돼요. 느린 학습자도 그렇고, 정서행동 장애아들도 심각해지고, 비장애 학생들도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가진 학생들이기 때문에 특수교사들이 특수교육의 전문성을 더 강화하면서 일반교육 전문성도 갖춰야 합니다. 교원양성대학의 모든 예비교사들은 2008년부터 교직으로 특수교육개론 한 과목을 필수로 듣게 되어있는데, 가능하면 통합교육방법론 등 추가로 한 과목 정도 필수과목을 더 늘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주영 :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지역사회 장애인 관련 기관과 연계 협력해야 해요. 발달지원센터, 가족지원센터 등과 정보를 나눠야 합니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도 중요한데, 대학에서 장애학생을 받기만 하지 질적 지원 방안이 부족해요. 개인별 지원 계획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특수학교도 거듭나야 해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통합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특수학교로 변화돼야 합니다.
박옥순 : 오늘 나눈 많은 문제의식들이 30년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들 같아요. 이 이야기들을 앞으로 30년 후에 또 반복해서 듣지 않으려면 오늘 나온 수많은 의제들을 제대로 조직화해내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통합교육이라는 건 사실 문화라고 생각해요. 이번 좌담회가 중요한 기회로 작동됐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
1990년대, 장애 학생의 교육권은 존재하지 않는 권리나 다름없었다. 갈 학교가 없었고, 법은 오히려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했다.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계산, 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육구걸’을 해야 했던 부모들.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라는 외침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요구였다.
그로부터 30년, 특수교육은 분명 양적으로 성장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은 늘었고, 특수교사 수도 크게 확대됐다. 장애 학생의 다수는 이제 일반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지원체계도 발전했다. 겉으로 보면 특수교육은 제도적 틀을 갖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장은 이와 상충된 모습이다. 통합교육을 외치던 부모들은 이제 분리 교육의 상징인 특수학교 설립에 목소리를 높이고 장애학생 교육권 확보를 위해 서로 하나가 되었던 특수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신뢰가 아닌 견제와 불신의 관계로 전락했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특수교육은 갈 길을 잃었다.
△ 1993년 11월 6일 '장애인교육법제정을 위한 범국민 대회' 모습.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라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이번 좌담에서 책임 구조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30년 전에도, 지금도 특수교육을 전담해 이끌 행정적 컨트롤타워는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생기고 역할은 확대됐지만, 전문 인력 배치와 권한, 위상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현장에서 구현할 힘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또 조기진단 이후의 공백도 문제로 제기된다. 조기발견과 조기교육은 제도화됐지만, 정작 부모와 가족을 지원하는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불안한 부모들은 사설 치료에 의존하고, 장애학생은 너무 이른 나이부터 분리된 교육과 경쟁적 치료의 대상이 된다. 이는 30년 전 ‘갈 학교가 없던’ 구조가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제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 통합교육의 목적도, IEP의 취지도,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존재 이유도 모두 장애학생이 존엄한 학습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교사나 학부모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이해가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통합사회를 위해 진정 장애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번 좌담에 참석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아직 통합교육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고. 지난 30년은 특수교육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질적 전환을 이뤄야 할 시간이다.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이 함께 변하고, 전문성이 강화되며,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30년 전, “교육은 생명”이라는 말은 생존을 위한 외침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이제 그 생명은 단순히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넘어, 학교 안에서 존중받고, 배우고, 성장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다.
---------------------------------------------------
관련 기사
장애계 30년 전과 오늘 [특수교육] ① :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장애 운동⋯, 그 길을 묻다"
작성자글과 사진. 함께걸음미디어센터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