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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기고2]조기의료재활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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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높은 삶을 위한 보조자>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직업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을 치료·교육 및 훈련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을 넓은 의미에서 "재활의학"이라고 한다.
 기존의 질병은 치료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후유증으로 인한 신체적 장애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인 변화 외에 직업적,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게 되며 바로 이때 질 높은 삶을 영위하도록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실시하는 것이다.
 질병과 장애의 초기에 재활요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초기에 장애를 극소화할 수 있음에도 치료시기를 놓치면 거의 돌이킬 수 없는 장애로 진행되며 그로 인해 본인과 가족, 사회가 받게 되는 공통과 부담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따라서 장애우의 관리 및 치료에 참가하는 사람은 누구나 책임의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
 한 예로 미국 미네소타 주정부는 연 의료비 5억 6천만불 중 장애우와 만성질환자 유지비로 전체 의료비의 67%를 지출하며 급성 등 일반 환자 의료비 지출은 28%밖에 되지 않는다.
 재활치료를 조기에 실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효과는 의료비 지출과 장기입원 환자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필자의 조사 결과 재활의학과에 입원한 124명의 뇌졸중 환자 중에서 뇌졸중 후 1개월 이내에 재활치료(팀 접근법에 의한)를 실시한 경우 환자의 88%가 독립 보행, 일상생활동작 등의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6개월이 지난 후 재활치료를 한 경우에는 44%만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56%는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것으로 나타나 조기 재활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의료기술과 진단기기의 발달로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와 더불어 장애우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더욱이 인간의 평균 수명이 70-75세까지 연장되어 노인인구가 증가함으로써(노인 인구의 44%는 장애우) 장애우의 숫자는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산업사회 사고, 대형 교통사고의 급증, 환경공해, 임산부의 약물중독, 흡연, 음주 등으로 인한 기형아와 뇌질환자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재활치료를 요구하게 되었다.
 더욱이 현대 의료 개념의 변화, 즉 치료의 가치 척도가 생명을 얼마나 오래 연장했느냐에서 연장된 삶 동안 얼마나 질적으로 삶다운 삶을 영위했느냐로 변화되어 의료인의 책임과 의무가 강조되었으며 이러한 의료개념의 변화로 재활의학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낙후되고 잊혀진 학문, 재활의학>
 장애우는 신체적인 문제 외에 심리적 사회적 직업적으로 여러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은 의사와 간호사의 의학적 행위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몇몇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해서 각자의 분야별로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해야 가능하다.
 팀의 구성원들은 의사, 재활간호사, 언어치료사, 임상심리학자, 운전교육자, 직업카운셀러, 예술치료사(음악·미술·무용), 임상사회 사업사, 자원봉사, 종교인(목사·신부·승려) 등이며 환자가 오면 각자의 분야별로 개별 평가한 후 일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갖게 된다. 이 평가의회를 통해 치료 목표를 설정한 후 각자 개별치료에 임하며 2-3주에 한번씩 재평가의회를 실시하여 처음 설정한 목표가 현실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한다.
 타 진료 종목이 종적인 학문이라면 재활의학은 횡적인 학문이며 분야도 다양하다. 즉 뇌척수질환을 포함한 신경근육골격 및 관절질환과 노인학을 다루는 "일반재활", 선천성기형과 뇌성마비 등 소아질환을 다루는 "소아재활", 심장질환자들에게 초기에 중환자실에서부터 재활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점차 산소 소모량이 큰 활동을 제한시키고 심근과 신경혈 관계의 컨디션 저하를 방지하고 재발을 예방하며 환자 교육을 통해 활동의 한계를 정해주어 사회에 복귀시켜주는 "심장재활", 급성 및 만성 호흡질환자에게 투약보다는 호흡물리치료 및 호흡기 사용법을 가르쳐주어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호흡재활", 마비환자나 사지절단자 등에 보조기 및 의수와 의지를 착용하여 훈련시키는 "보조기·의수지학", 신경근육계 질환의 진단을 주로 하는 "전기 진단학" 그리고 "스포츠 재활"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그러나 임상 여러과 중에 시설이나 의료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어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러 주요과가 있는 반면에 아직 응급의학, 스포츠의학, 노인학, 재활의학 등의 분야는 인식부족과 의료원의 부족 등으로 낙후되고 잊혀져 왔던게 사실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물리치료를 하는 극소수의 몇 곳을 제외하고는 재활치료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아직도 전국 30여개 의과대학 중 15개 대학만이 재활의학과 독립되어 있고 강의가 진행될 뿐이다.
 또한 많은 의료인들조차 의과대학 재학시 교과과정 중 재활의학 과목이 없어 주로 병의 원인·진단·병리 현상에만 중점을 두었으며 장애는 관심 밖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사들이 재활의학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훈련을 받지 못해 재활치료 시기가 경과한 후에 재활의학과에 보낸다든지 아예 초기에는 보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앞으로 의료소송이나 법의학적인 면에서 환자는 물론 의료인 자신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발전으로 일상생활은 날로 편해져만 가고 선진국에 버금가는 여러 시설이나 투자도 많은 반면 장애우의 의료재활은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던 게 사실이며 마치 장애우를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무관심 속에 살아온 것이다.

<체계적인 의료재활에 과감한 투자를>
 장애의 질 높은 삶을 위한 의료 및 직업재활을 포함한 사회복지는 어느 한 분야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각 분야의 노력이 함께 어울어질 때 가능하리라 본다.
 따라서 지방자치제가 확립될 때 어느 지방이 잘 살고 행정이 잘 이루어지는가의 평가는 장애우의 복지시설 및 생활환경의 만족도에 따라 결정날 것이다.
 심리, 직업 등의 사회적인 재활은 의료적 재활의 기초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장애가 생긴 후 각 장애에 알맞지 않아 사용하지도 못할 휠체어 등 보장구의 일시적 선심 공급이나 특수교육, 고용 등 따듯한 배려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를 초기에 극소화시키고 예방하여 기능적인 회복에 중점을 두는 체계적인 의료재활이 더욱 시급한 실정이므로 하루빨리 여기에 눈을 돌려 재활협회 등 사회단체나 정부 산하기관에서 재활의학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며 의료재활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1975년 UN의 신체장애우권리선언에 이어 1981년 세계장애우의 해, 1983년 대한 재활의학회 독립, 지난번 88장애우 올림픽 등 전 세계적으로 장애우에 대한 관심이 집중 될 뿐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달로 장애를 겸한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지방자치 시대를 눈앞에 두어 복지욕구가 어느 대보다 강하다. 이때가 바로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재활원의 건립, 재활의학과가 없는 대학병원의 재활의학과 신설, 재활팀 멤버로서의 질높은 의료기사의 양성에 박차를 가할 때인 것이다.
 또한 급성기의 치료가 끝난 활동 장애우가 조기재활의학과에서 계속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의 확립, 의료재활 수가의 현실화, 장애우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눈초리 제거, 법적지위와 고용확대, 공공건물의 장애물 제거 등 장애우의 재활을 위한 문제는 아직 산재해 있다.

<표1> 재활의학 전문의 현황


<148명 그리고 재활의학의 현실>
 2천년대에 접어들면서 재활의학의 적용으로 얻어지는 이득에 대한 인식이 증가되고 장애우 자신들의 자각으로 그들이 독립적으로 수행 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늘어남으로써 체계적인 재활치료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의료공학적 기술의 발달로 절단자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기자극 의지 및 의수, 마비된 근육을 전기자극으로 기능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적 전기 자극기 등이 컴퓨터의 도움으로 더욱 섬세한 동작을 가능케 하고 그 외에 로봇의 활용, 단추하나로 일상 생활용품 등 주위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첨단기기가 저렴한 가격으로 실용화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시급하며 이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과 함께 의학교육적인 측면에서 각 의과대학의 교과과정에 재활의학과목이 삽입되어 의사국가시험에 시험과목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에는 148명의 재활의학전문의가 있으며 187개 수련병원 중 29개 병원에서 109명의 수련의가 있어 정부와 보사부의 장애우정책에 힘입어 그 숫자는 서서히 늘어날 전망이지만 수련을 마친 전문의의 취직이 힘들어 일정규모 이상(300병상)의 종합병원에 정신과처럼 의무적으로 재활의학과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되어야 하고 재활의학 치료수가의 현실화가 더불어 이루어져야 언제 어디서나 장애우가 의료재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포괄적인 재활치료를 위한 팀 구성원인 물리·작업치료사외에 임상심리학자, 임상사회사업사, 언어치료사, 보조기·의수·의지기사, 운전교육사, 직업재활사 등의 의료기사 양성을 위한 전문학교, 자격증 제도 등도 시급히 정비되어야 한다.
 
또한 보험회사 및 민간자본에 의한 의료재활원의 건립, 현존하는 각 지방의 재활원에 의료 및 직업 재활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 강구, 병원과 가정의 중간 관계인 약간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별 의료양로원의 건립, 파트타임 방문 간호사, 물리치료사 및 의료기사들의 활성화, 급성기의 치료가 끝남과 동시에 장애를 극소화시키기 위해 재활의학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의료적인 문제 뿐 아니라 장애우에 대한 편견과 법적지위, 예외적인 의료혜택, 고용확대, 장애우용품 가격인하, 공공건물의 장애물 제거 등 산적한 문제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장애우는 우리의 이웃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 언젠가 장애우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는 것은 오늘의 장애우 아니 내일의 나와 우리들의 편안한 삶을 위한 길이 아닐까 한다.


글/문재호


 

작성자문재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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