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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장애우복지현장을 찾아(1)]유배지, 그 어두운 기억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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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배지, 그 어두운 기억을 넘어서…
영국의 유배지라는 어두운 기억을 넘어 장애우복지의 꽃을 피워 나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의 땅 오스트레일리아. 새롭게 다가오는 대륙, 오스트레일리아 장애우의 일과 삶 그리고 장애우복지 현실은 무엇인가. 지난해 7월 연수교육을 다녀온 장애우 권익 문제연구소 김정열 실장의 여행기를 통해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얘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김정열 (장애우 권익 문제연구소 실장)

 

<죄수의 나라 "호주">
 나라로 보기에는 너무 큰 대륙 오스트레일리아.
 아름다운 항구가 있는 나라.
 영하의 겨울을 찾기 힘든 대륙. 사람이 살아가는 데 좋은 기후를 가진 나라.
 면적이 남한의 1백배, 인구는 남한의 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천팔백여만 명이 헐헐하게 살고 있는 나라 호주. 사람을 아끼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중시하고 있는 나라.
 백호주위를 포기하면서 외국의 질 높은 인력을 받아야 할 형편에 놓인 나라.
 1차 산업에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팔천불의 국민 소득을 올리고 있는 노상에 널려진 자원을 가진 축복의 나라 호주.
 추우면 보일러의 온도를 높이기보다는 옷 하나를 더 껴입는다는 자원을 아끼고 절약을 생활화하고 있는 나라 오스트레일리아.
 유배지의 나라, 죄수의 나라 호주. 이러한 역사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의 복지제도보다 훨씬 좋은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는 나라.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 전철을 이용하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별로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도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나라.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이 없는 나라. 뽑기 경쟁에 밀리거나 돈이 없어 학교에 들어가지 못해 공부를 포기할 필요가 없는 사회. 직업이 없어 굶거나 길거리에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나라. 표 파는 관매기는 있으나 개찰구를 따로 마련할 필요성이 없을 만큼 신뢰와 믿음이 있는 사회 오스트레일리아.

 <대만의 "움직이는 길" 경험>
 어릴 때에는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미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 여행을 막 마치고 오신 젊은 세계사 선생님으로부터 다른 여러 나라 얘기를 들으면서 미국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란 것과 그리 좋은 나라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미국이 아니더라도 살기 좋은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중 호주에 대한 인상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단지 유색인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뒤로한 채,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일반적인 상황에서 호주를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 보지 못한 채 고교시절을 보냈다.
 지난해 4월쯤에 재활재단 이청자 부장님으로부터 호주 코웬대학에서 연수를 할 계획이 있으니 같이 갈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6년째 장애문제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었고 개인적 역량에 한계를 느끼던 차에 우리보다 발전된 사회를 직접 가보는 것으로 고민의 돌파구를 마련에 계기를 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7월 30일 12시 15분 호주행 싱가폴 항공에 몸을 실었다.
 일행 대부분이 초면이었으나 타향살이가 애향심을 일으키는 동기가 되고 조국을 떠나면 애국심이 보다 깊이를 더한다는 말이 있듯 아직 한국도 채 벗어나지 않은 비행기 안에서도 마치 외국에서 동족을 만난 사람들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중간 기착지인 대만까지 2시간 10분 정도 비행기의 강력한 에어콘에 한여름이라는 것도 잊고 내내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일행 중에는 여러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처음 나가는 해외여행으로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특히 어릴 때 기 차체가 움직여 목적지에 편히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었는데 대만 공항에서 말로만 듣던 움직이는 길을 이용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을 긴 여행 내내 즐겁게 해주었던 전정옥씨(지금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지만 그 당시는 군포에 있는 중학교의 특수학급을 맡아 있었던 교사였다)가 "실장님 저쪽에 "움직이는 길(moving-road)"이 있어요"라고 알려줘 꿈을 이루게(?) 됐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정확한 이름은 "오토 스타트(auto-start)", 중국말로는 "주도(走道)"라고 했다.
 전정옥씨의 농담으로 "움직이는 길" 위에서 한바탕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는데 이 움직이는 길은 특히 몸이 불편하거나 짐이 많은 여행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배려였다.
 대만 공항의 기억을 뒤로하고 싱가폴까지 1시간 정도의 시차를 가지며 4시간 동안 비행을 했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 시간 시계를 뒤로 돌려놓으며 호주를 향했다.
 비행기 안에는 호주로 수학여행을 가는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일본 학생들이 많이 동승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 코메디와 CNN뉴스는 물론 일본영화를 틀어주고 있었다.
 낯설고 지루한 6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최종목적지인 퍼스 공항에 도착해 2시간 정도 여권수속을 마치고 나니 새벽 3시가 되었다. 공항에서도 30분 정도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도착지 서부 호주 퍼스시 서쪽 끝에 위치한 "킹스대학" 기숙사에 여장을 풀었다.
 아침 8시에 기상을 해야 일정에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집에 전화할 여유도 없이 곧 잠자리에 들었다. 계절이 뒤바뀐 경험에 대한 감흥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일주일 내내 빡빡한 연수일정에 들어가 서부 호주의 장애우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게 되었다.

<인종, 성별, 장애로부터 평등>
 오후 6시면 공식적인 일정이 끝나기 때문에 저녁식사 시간 후에는 퍼스시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렇게 궁금했던 편의시설을 눈여겨보았다. 장애우를 위한 특별한 장치를 찾았으나 장애우를 위한 별다른 표시는 없었고 대신 몸이 불편한 사람은 물론 유모차나 자전거, 휠체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계단 바로 옆에 계단 넓이만큼의 경사로가 반드시 설치되어 있었으며 육교에는 계단 대신 자전거도 이용할 수 있는 인상적인 타원형의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지하철 역사 안에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그리고 들어가는 입구도 턱이 없는 1층에 있어 지하철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백화점, 상가, 은행, 박물관 등등 공공시설에는 눈에 쉽게 들어올 정도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연수시작 첫날 오전 9시부터 연수책임자인 코웬대학 연구소 책임자인 "콕스" 교수로부터 연구소에서 하는 일 그리고 서부호주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 호주의 장애우 복지정책의 방향과 과제 그리고 연수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여러 가지 설명 중에서 호주의 장애우 복지를 특징짓는 가장 큰 특징은 "평등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 사는 모든 사람은 인종, 성별 그리고 장애문제로 차별 받지 않는다. 평등 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로 인해 직업을 갖는데 부당한 처사를 받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호주는 이미 1987년 "장애인 서비스 법"을 개정해 장애우에 대한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보다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장애우에 대한차별을 막기 위해 1993년 "미국 장애인법(ADA)"에 영향을 받아 "장애인차별금지법(DDA)"를 제정했다.
 호주가 "장애인 서비스 법"으로 이미 장애우에 대한 구체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새롭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통합의 기본이 되는 접근권 보장과 고용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하면 호주 국내를 운행하는 모든 버스나 택시는 휠체어 장애우가 탈수 있는 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비롯 장애우의 사회참여를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의 역할과 내용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가 연수하는 기간에 이 법의 실행을 위한 직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행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주도적으로 만든 "장애인협회(PWD:장애인권익을 위해 만들어진 자기 옹호기관)"의 "자신타 리" 회장(장애우 부모)으로부터 서부호주의 장애우권익을 위한 노력을 들을 수 있었다.
 "리" 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핵심은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차별 대우란 장애우도 똑같은 환경 속에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우받아야 함에도 장애우가 비장애우보다 불리하게 취급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고용, 교육, 대중 이용시설 접근, 숙박시설, 사고 파는 분야, 클럽활동, 스포츠, 연방법의 참여프로그램, 재산준비, 서비스, 편의시설 등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또 고용에 있어 직업에 대한 본래의 욕구를 이행할 수 있는 장애우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선발과 모집, 고용의 조건과 기간, 승진, 전임(전속)훈련, 고용 원조, 면직이나 다른 손상 등에서 장애우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고용주 자신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장애우 차별 원천봉쇄(?), "장애인차별금지법">
 그렇다면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법률적 제약을 무시하고 일어나는 차별대우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 주는가? 금지법은 "장애인 차별대우위원회 (DDC)"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회는 차별대우에 의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에 의해서나, 차별대우를 받는 어떤 사람의 권익을 위해서 먼저 정보를 주고받으며 조정에 나서지만 해결이 안 될 경우 공식적으로 해결에 나서게 된다.
 장애로 인해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그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위원회는 이러한 차별대우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접수하면 구체적으로 불평등 행위가 일어난 곳에서 조사활동을 벌이고 불법적 행위가 적발될 경우 위원회의 조정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만약 조정에 실패할 경우 필요하다면 연방 법령의 강제성을 띈 복직이나 승진, 사과, 고용 등의 명령을 통해 장애우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
 접근권을 예로 들면 만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않은 대중교통(버스, 택시 등) 운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마침 연수기간 중에 호주 장애인협회(PWD)에서는 편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많은 장애인들의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주시내 택시의 대부분은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트렁크를 갖추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버스는 이러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버스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계속해서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을 들었다.
 더욱이 이때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발효되는 기간이어서 이들의 움직임은 언론에 커다란 반항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회복지예산, 총예산의 48% 차지>

 호주의 장애인복지법을 살펴보면 편의제공 서비스를 통해 지역사회 내에서 적절한 주거지를 공급받고, "자기옹호, 시민옹호, 집단옹호(Advocacy services)" 등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보장해 주며 이러한 일을 하는 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보호고용에서 탈피해 일반고용을 지향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기법훈련,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제공,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읽기나 손으로 쓰고 잡는데 어려운 사람을 위한 특수서비스 제공, 레크레이션을 토한 사회통합과 참여유도, 장애인과 보호자에게 휴식제공, 일반고용이 힘든 장애우를 위한 고용방안, 서비스 내용과 대상의 적절성과 효율성에 대한 연구와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 나라 장애우 복지제도와 비교해 볼 때 우리 나라는 수동적이고 시혜적 대상으로 보고 이로 인해 자립보다는 보호적 차원의 복지제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호주의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는 개략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장애인이 주체로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서비스로 이루어 졌다.
 2천억불의 외채와 11%나 되는 실업률의 악조건 속에서 사회복지 예산이 총예산의 48%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복지비는 예산대비 6%에 불과하다).
 귀양살이 장소로 사용되어 졌다는 어두운 역사 때문에 사회복지에 애쓰고 있는 것일까. 호주는 어릴 때부터 백인 학생, 유색인 학생 그리고 장애아동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있었다.
 더욱이 장애우 한 명에 삼사천만원을 투자하며 일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만큼 (호주의 국민총생산은 만팔천불정도 된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원인이 무엇일까.
 내 고향 제주도를 연상하게 하는 기후와 지형이 비슷한 서부호주 서프시에 있는 코웬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가르치시는 김형식 교수님의 통역을 넘어선 많은 가르침 덕분에 일주일의 짧은 연수기간이 한 학기 공부량 만큼이나 되는 알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김교수님은 호주가 "죄수의 나라" 라는 역사적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복지가 더욱 발달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린다. 앞으로 장애우 시설, 고용, 교육 등 호주의 장애우 복지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고 일반인들의 장애우 대한 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작성자김정열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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