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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좌담] 장애우복지 이론과 실천의 토대 마련한 장애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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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권이, 문순이, 호건이, 헌규, 진희, 연희가 한 자리에 모여 장애우대학에 관한 독설(?)을 풀어놨다. 1기, 2기 장애우대학을 수료한 이들의 질타와 바람을 그대로 실었다.<편집자>

참석자:
  김정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실장)
  양희권 (1기 수료 중앙대 법학과 4년)
  조문순 (1기 수료 한신대 재활학과 4년)
  이호건 (1기 수료 서울대 도시공학과 2년)
  이헌규 (2기 수료 한국청각장애자복지회 근무)
  최진희 (2기 수료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3년)
  백연희 (2기 수료 숙명여대 국문과 2년)
사회 : 신용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때 : 1992년 7월 1일
정리 : 고은경(본지기자)

  사회 :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본질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가치를 내걸고 시작된 장애우 재학이 지난해 하반기에 1기를, 그리고 올 상반기에 2기를 마감했습니다. 하반기에 개설될 제3기를 앞두고 1, 2기에 대한 평가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좌담에서는 장애우대학의 강좌내용을 검토해 보고 진행과정이나 방법,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되짚어 봄으로써 장애우대학이 그 틀을 확고하게 다지는 데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의 김정열 실장께서 장애우대학을 개설하게 된 배경과 의의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김정열 : 1987년 연구소를 창립 할 때 여러 가지 목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사업이었습니다. 자료수집 및 분석, 연구물을 내는 것 역시 교육적 측면을 고려한 가운데 실시되어 왔습니다. 88년에 정기적으로 열었던 월례강좌와 89년에 석달 과정으로 열두 명의 수강생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던 교육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 두 강좌는 주제가 너무 산발적이고, 내용도 부실한 감이 많았으며, 연구소의 기본 성격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미흡한 점이 많았다는 자체 평가를 했지요.
 이러한 문제들은 극복할 보다 구체화된 내용을 가진 프로그램이 필요했어요. 사회복지 기관이나 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나, 장애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학생들, 그밖에 장애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사람들 모두 우리의 현실에 적합한 이론과 실천 방법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 있었지요.
우리 연구소를 자주 찾고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요구가 장애우대학 개설의 동기가 되었죠.
 장애우대학은 다양한 만남과 생생한 내용으로 올바른 인식을 일구어내는 장을 만드는 실험적 시도라고 할 수 있지요.

<장애인 문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계기 되었다.>

  사회 : 장애우대학을 개설한 연구소의 입장은 "교육사업"이라는 큰  목적이 배경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소에서 추구하는 목적에 과연 부합반 프로그램이었는지 하나씩 따져보기로 하죠. 우선 오늘 참석해 주신 장애우대학 수료생 여러분들의 수강 동기가 알고 싶군요.
  이호건 : 대학 1학년 때 수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장애인 문제를 접하게 되었어요. 동아리를 통한 내용은 피상적이어서 전반적인 장애인 문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죠.
  양희권 : 나 역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어요. 처음엔 자료에 의존해 보려고 애쓰면서 연구소를 알게 되었고, 연구소의 잦은 출입이 장애우대학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어요. 산발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하나로 엮여내는 계기가 될듯해서요.
  조문순 : 장애 관련학과를 전공하고 있지만 웬지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립적이라는 시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갑갑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구요. 타대학 학생들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만나 관계를 맺고 내가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풀어보는 계기를 갖고 싶었지요.
  이헌규 : 특수교육을 전공한 나는 장애인 문제 전반에 관해서는 관심을 못 가진 편협된 감이 있었어요. 대학 때 조직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문제를 공유하고 경험 속에서 느낀 것은 많지만 교육을 통한 체계적인 인식이 미흡했다고 생각됩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재정립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죠. 사람들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과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취합해 공동의 문제의식으로 이끌어 내는 틀을 마련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구요. 그것은 곧 장애인 복지를 향한 또 하나의 "연대"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요.
  백연희 : 시설 현장에 나가 자원활동을 하는 동아리에 몸담고 있으면서 무척 답답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노력봉사"에 그치는 일 뿐인가. 장애인 문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공부할 수 밖에 없는가. 이런 고민이 생긴 거죠. 결국 장애우대학을 듣게 된 것은 동아리 활동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데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삶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고 싶었구요.
  최진희 : 나 스스로가 가벼운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이 동기라면 동기였죠. 모르는 분야가 있으면 접근해보라는 선배의 조언도 있었구요. 나 역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의 계기도 마련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사회 : 장애우대학에 대한 각 개인들의 기대와 열망이 대단했던 것 같군요. 대체로 장애인 문제를 체계있게 정리하고자 하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장애인 복지를 비롯한 사회복지에 관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장이 없었다는 결론이겠죠.
  1, 2기에 실시되었던 대략의 강좌내용은 어떤 것들이었죠? 그리고 진행 과정과 수료생은 모두 몇 명 정도나 되는지요?

<개괄적인 강의 내용에 치우쳐 핵심 사안 놓친 감도>

  김정열 : 1기에서는 장애발생의 원인과 구조, 보사부·노동부읜 장애인 정책, 사회복지의 전반적 실태. 지방자치제 실시와 장애인 복지의 상관관계, 장애인 운동의 이념 등에 관해서 12번으로 강좌를 나누어 실시했습니다. 2기에서는 1기 내용을 보완하여 장애발생에 관한 강좌를 총 세 강좌(산업재해·의료·핵과 환경오염)로 늘리고, 한국 사회복지정책의 문제와 개선 방안이라는 강좌를 통해서 매우 현실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수교육의 문제도 있었고, 장애인 공동체의 의미라는 강좌를 통해 현장활동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죠.
  수강생들의 수준이 워낙 다양했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장애인 문제를 총체적이고 개괄적으로 다루어서 기본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강좌내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1기는 총 52명이 등록하여 42명이 수료했고, 2기는 40명이 등록하여 3명이 수료를 했습니다. 애초에는 20명 정도의 소규모로 시작하려 했으나 등록하고자 하는 숫자가 워낙 많아서 늘린 것입니다. 사실 신청이 쇄도해 1기 시작 전에는 당혹감도 있었어요. (웃음)
  사회 : 장애우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우리 수강생들의 의견은 어떤지요? 수정할 점, 보완할 점, 개선해야 될 점들에 대해서 기탄없이 얘기해 주세요.
  앙희권 : 나는 부실했다고 여겨지는 몇 개 강좌만 지적하겠습니다. 장애발생의 원인과 구조 강좌 중 공해문제를 중심으로 한 내용은 공해와 장애 발생이 매우 연관성이 있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심도깊게 다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또 지자제에 관한 내용도 개념만 언급했을 뿐 장애인 복지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매우 부족했다고 여겨집니다. 강사의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겠죠. 강사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조문순 : 나는 양희권씨와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강사들의 장애인 문제에 대한 관심도에 별로 중점을 두지 않았어요. 그분들은 자기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 전문가이니만큼 우리쪽 문제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기대는 좀 무리한 기대가 아닐까요?
  지자제 강좌의 경우 나는 참 좋은 강좌였다고 생각됩니다. 잘 몰랐던 지자제에 관해 개괄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고, 장애인 복지와의 상관관계는 우리 스스로가 찾아야 할 몫이라 생각됩니다.
  이호건: 장애 발생의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장애 예방에 대한 측면도 다루었으면 큰 호응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 한 가지는 장애인고용촉진법에 관해서 다룬 강좌의 경우는 노동부 관계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도 나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더 생생한 강좌가 되어 고용촉진법에 대한 이해를 더 확실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헌규 : 나도 몇 가지 지적하죠. 프로그램으로 명시되어 있는 주제와 실제로 강사가 강의한 내용이 어긋난 것이 있었습니다. 특수교육의 문제와 개선방안 같은 경우 실제적인 문제에 접근하기보다는 특수교육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듣는 시간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 구체적인 예로 지적될 수 있겠죠.
  또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삶의 의미"라는 주제는 앞의 여러 강좌들을 함축적으로 정리해 주는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강사 사정으로 섭외가 불가능했다는 연구소 측의 설명이 있었지만 다른 주제로 갑자기 대체된 것은 섭섭한 감이들 정도였지요.
  아까 어떤 사람은 강사의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의식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장애인 현실이 어떤가는 최소한 알고 있어야만 내용에 접근된 강의와 토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혀 관심이 없고, 알고 있는 것도 없다면 단순한 지식전달에 그치고 말아 나름대로 우리들이 듣고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이 없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지적한다면 강사와 수강생들이 그 강좌에 대해서 충분치는 못하더래도 어느 정도는 공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사의 지나치게 원론적인 내용의 강의나 수강생들의 공격적인 질문 등은 지양되어야겠죠. 자연스럽고 알찬 토의시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전반적으로 강좌 내용이 너무 개괄적이다 보니까 중요한 핵심 사안들을 짚어내기가 어려웠다고 생각이 듭니다. 개괄적인 강의와 함께 시의성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짚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장애발생의 요인 폭넓게 접근한 것은 매우 유익했다.>

  최진희 : 나는 우선 담금질 얘기부터 할게요. "장애인은 과연 누구인가". "왜 우리는 이 강좌를 들어야 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나 인식공유가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어요. 최소한 담금질은 이런 얘기를 나누는 장이 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될 때 다른 강좌에도 수강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강사의 강의에 대한 공격성 발언을 긍정적 발언으로 바꾸어 질문과 토의를 구체적으로 조화시키면 훨씬 발전적이었을 거예요. 강사가 장애인 복지의 현실을 알려주고 방향까지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방향성 제시는 오히려 우리가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돼요. 강사에게만 책임을 돌렸을 뿐 우리들 스스로 해내지 못했어요.
  강의에 적극적 참여를 위해서는 수강생인 우리들 끼리의 관계가 잘 맺어졌어야 했어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좋은 관계를 맺었다면 많은 것을 얻고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심지어는 누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지나간 사람도 있었어요. 이런 부분들은 담금질에서 보충이 되면 더욱 좋겠죠.
  백연희 : 강좌 첫날에 있었던 "장애인 복지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는 너무 폭넓은 주제라 단편적인 사실만 전달한 감이 많았어요. 장애 발생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그 과정들을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연도별로 어떤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말하고 지나가 내용이 매우 부실했다고 생각됩니다. 장애인 운동사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가질 수가 없었지요.
  의료정책. 산재, 공해와 핵문제를 중심으로 장애발생의 원인을 고찰해 본 것은 매우 유익한 강좌였다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부분들이 장애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장애 문제를 떠나서도 우리가 폭넓게 고민해야 될 분야라 생각되었는데, 장애발생의 원인으로 접근해 본 것은 좋았습니다.
  특수교육에 관한 강좌도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같은 경우 동아리의 활동 중 교육봉사를 해야 하는데 몰라서 답답한 적이 많았어요. 겨우 특수교육 개론이나 정신지체아 놀이지도에 관한 책만 몇 번 읽고서 대강 지도하거든요. 현재 한국특수교육의 상황이 어떤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특수교육의 이론에 대한 고민이 앞서게 된 꼴이 되고 말았어요. 우리에겐 현실에 대한 고민이 크거든요. 그래서 강의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외국의 생소한 이론을 듣는 시간으로 머물고 말아서 바람직한 강의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또 강의를 듣고 난 이후 토의시간이 있었지만 충분한 토론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많아요. 강사와 수강생들의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강사의 일방적이고 원론적인 내용 전달로 그치고 말아 마무리가 제대로 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들이 마지막 강좌로 들어있는 종합토의 시간에 잘 활용되었으면 했는데 제대로 안된 것 같아요.
  이헌규 : 나 역시 수강생들끼리의 순수한 토론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나름대로 토의시간을 갖고 강좌내용 중 미진했던 부분들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문제를 짚어내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훨씬 풍부한 내용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모임" 활동의 활성화 통해 문제의식 공유했으면>

  사회 : 강좌 내용들을 하나씩 지적하면서 좋은 얘기들 많이 해주셨는데, 잘 된 것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군요. (웃음) 한시간 안에 많은 얘기를 해야 되니까 강사들도 적잖은 부담감과 고충을 느꼈을 거예요. 수강생들이 듣기엔 충분한 설명이 결여된 부족한 내용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개론적이었지만 장애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은 일관성 있게 제시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좀 더 발전적이고 각론적인 부분들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로 준비가 되어야겠죠.
  운영상의 미흡한 점이나, 진행 과정성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되어야 하 점들에대한 얘기도 해주시죠.
  양희권 : 수강생들의 수준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다는 것을 우선 짚어보고 싶어요. 장애 문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삶도 있고, 나름대로 전공을 하고 공부를 했던 사람도 있고……강사들도 장애 문제에 대한 인식 정도의 차이가 심했던 것 같습니다. 장애 관련 전공학생이나, 기관, 시서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혀 상관없는 주부, 학생 등 굉장히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물론 장점이 있지만, 운영상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배경도 되지 않았나 싶어요. 질의응답시간에 우후죽순격으로 나오는 질문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어요. 이런 차이를 극복하는 방안이 조금은 연구가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자료집이 먼저 주어지지 않았던 것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군요. 연구소 사정이 어떻든 자료집만은 미리 배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담금질의 시기도 좀 고려되었으면 좋겠고,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안으로 "그룹별 소모임"을 만드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봄직하죠.
  무엇보다도 장애우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차지하는 것은 "인간적 유대"예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이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개인과 개인도, 또 동아리들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안된 것 같아요. 단순한 관계가 아닌 연대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되면 좋을 것 같아요. 각 기별로 동문회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조문순 : 희권씨가 지적했듯이 "자료집" 문제는 연구소가 빠져나갈 구멍 없이 명백하게 실책을 드러낸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연구소가 장애우대학을 개설하면서 확고한 전망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 다시 묻고 싶어요. 단순히 교육적 측면에서 교육사업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갖고 시작했는지, 장애우대학 수강생들을 어떻게 의식적으로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 제대로 서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생각하기엔 명확한 목적의식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구소가 전망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자생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끌어주지 못한다면 장애우대학의 발전적인 면모는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적 효과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연구소 내에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수강생들의 수동적 태도를 지적하고 싶어요. 2기생들 경우는 가의 후 뒤풀이르 열심히 가졌다는 것은 있지만(웃음), 강의 방식이나 강사에 대해서, 또 연구소에 요구할 수 있는 사항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이것을 수강생들의 자치활동이 없어서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죠. 장애우대학에 대한 연구소의 역할과 수강생들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겠죠.
  주소록을 만든다든지 동문회를 조직한다든지 하는 것은 학생들 자체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양쪽에서 서로 미루는 모습이 보였어요. 수강생들의 자치활동이 활발히 될 수 있도록 연구소에서 뒷받침해 주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역할 규정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장애우대학은 자치활동이 제대로 되어서 장애우대학이 안고 있는 그때 그때의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까 희권씨가 지적한 수강생들의 다양한 인식의 편차 문제는 참으로 난제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것은 일차적으로 담금질에서 파악되어 자치활동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이헌규 : 2기의 경우 강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시작 시간이 제대로 안 지켜졌어요. 늦게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10분 또는 20분씩 늦게 시작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지각과 결석에 대한 규율도 엄중하게 지켜지는건 어떨까요?(웃음) 그리고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는 것이 취지이니만큼 수강생 수를 늘리는 건 어떨까요? 40명 정원에서 100여명 정도까지 늘리는 겁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조문순 : 인원이 늘게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장애우대학이 단순히 지식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화에 대한 것도 고려하고 있다면 효과면에서 작은 숫자가 낫지 않을까요?
  이헌규 : 조직적으로 꾸려나가는 기술은 사람이 많든 적든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알리는 것에 주력하고, 그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조직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운영의 묘를 살려야죠.
  또 수강생 중 시각, 청각장애인들이 많이 참여하지 못했죠? 청각 장애인들의 경우 현실 감각이 부족해요. 젊은 청년 장애인들을 장애 영역별로 끌어냈으면 좋겠어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의식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두요.
  백연희 : 나도 강의시간이 정확하게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1시간 강의, 1시간 토론" 시간이 꼭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장애우대학은 "사회교육"의 한 장으로 자리매김 될 것>

  사회 : 얘기 잘 들었습니다. 자치활동에 대한 연구소 쪽의 계획이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정열 : 장애우대학에 대한 정확한 목적과 전망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은 충분한 대화가 없었던 데서 기인한 것 같습니다.
  장애우대학이 "사회교육"의 한 장으로서의 역활을 해야 한다는 나름의 전망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지금 1·2기 장애우대학은 1차 내용이고, 이후 수료생을 중심으로 2차, 3차의 강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1차 때 미처 하지 못한 심도 깊은 논의로 실습이나. 전문가의 강의, 외국 사례 연구 등에 관한 수업이 세미나 형태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때의 내용들은 좀 더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내용들을 다룰 참입니다. 제도교육현장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들을 시도해 볼 계획이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성과에 대해서, 그리고 장애우대학이라는 장을 통해 만나게 된 "만남"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계획들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것 같군요.
  그리고, 조직화 얘기가 거론되었는데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장애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문제의식이 있다면 능동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연구소의 역할은 좀 더 고민이 되어야겠지요.
  좀 철학적인 얘기를 하자면 "장애문제는 바로 우리 문제"이므로 그것은 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그것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나의 삶의 결단은 무엇이냐"에 관한 것으로 장애 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이것이 서로 간에 선행된다면 여타의 문제 해결 방안은 저절로 나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조직화의 문제도 바로 이 전제 하에서 출발되겠죠.
  사회 ; 수강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군요. 한 가지는 장애우대학을 들은 이후 각 개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솔직하게 듣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향후 장애우대학이 어떻게 발전되었으면 좋겠는지 앞에서 나온 얘기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많은 사람 만나 동지의식 느끼고, 조직화 가능성 가졌다.>

  백연희 : 장애우대학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앞으로 이 만남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또 내 자신이 어떻게 살아나가야겠다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편향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게 큰 도움 되었어요.
  이호건 : 장애우대학을 들은 이후 "코페르니쿠스적 변화"는 없었고 (웃음) 장애인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 만나면서 동지의식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런 문제를 안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힘이 되었어요. 대선을 앞두고 대안을 제시 할 수 있는 소규모 모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서 조직화해 낼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구요. 이것이 큰 성과라면 성과죠.
  그리고 나 개인이 애초에 기대한 것처럼 장애 문제의 체계와 방향을 잡은 것도 수확입니다. 수료 이후에도 단위별(나이, 계층별, 장애종류별) 모임을 만들어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진희 : 학교에서 공부하면서는 이론적인 것에 치중했는데 좀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자료를 접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일해야 할 지 방향을 잡았어요. 그게 변한 거라면 번한 거죠. 앞으로 소모임 형태의 모임이 지속되어 연계된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양희권 : 장애우대학을 듣기 전에는 정말 잘 몰랐어요. 장애 문제의 본질과 현실이 어떤 건지. 그런데 듣고 난 후는 더더욱 모르겠어요 뭐가 뭔지. (웃음) 이게 진심인 것 같아요. 개론적인 것이나마 알게 되니까 정말 모르겠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마 장애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겠죠. 단지 변화가 있었다면 느낌이 많이 변한 것이에요. 이전에는 내가 장애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니까 비장애인인 내가 장애인들에 대해 늘 신경을 쓰고 있었던 거 같아요. 같이 늘 대하는 친구들에 있어서도 괜히 불편하다는 생각 때문에 늘 챙겨줘야 하고 신경을 써 줘야 한다고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이젠 그렇게 동떨어진 시각이 많이 사라졌어요.
문제가 뭔가라고 생각하면 더 답답하지만, 느낌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장애인과 정상인"이라는 구분 자체도 없어지는 것이 장애우대학의 방향이 아닐까요. 내 자신에게 크게 미친 영향은 내 삶의 본질적 변화가 다가왔다는 것이에요. 여태까지는 대학에서의 활동을 통해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심각한 내 문제가 아니라 남는 시간에 하는 부수적인 문제로 돌리고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에요. 바로 가장 중요한 내 문제라고 여기게 된 거죠. 내게 있어 이 내적인 변화는 정말 큰 것이에요. 앞으로 장애우대학은 이런 변화들을 전체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헌규 : 강좌내용에서 배운 게 많지만 장애인에 대한 문제를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게 큰 수확입니다. 장애인 복지의 전망은 밝다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어요. 우리의 모임이 그 기초가 된다고도 생각했지요. 이전에는 장애 문제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 시각에서 조명해 나가는 과정이 좋았어요. 이런 접근을 통해 장애 문제를 사회문제로 도출시켜 나가는 것도 좋았구요. 내 시각도 많이 넓어졌지요.
  이런 평가가 3기엔 문제점으로 나오지 않길 바래요.(웃음) 강좌내용 중 "장애체험 대회"도 한 시간 넣는 것은 어떨까요?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 되리라 생각돼요.
  조문순 : 역시 희망을 갖게 해 준 강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강좌 중 보사부와 노동부 관계자가 나와서 한 것이 있었죠. 이전에는 정부에 대해 무작정 부정적으로 획일화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정부 즉 정책을 입안해 내는 사람들을 어떻게 견인해 낼 것이며 어떻게 자극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부관계자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고 나의 이분법적 사고를 변화시켜주었던 계기가 되었어요.
  또 강사 발굴을 폭넓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운동에 관해서도 청년운동단체나 언론인들의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소규모 단위의 모임들이 조직화 된다면, 3기 이후 뿐만 아니라 2차 3차와도 연계를 갖게 된다면, 장애인 복지의 이론이나 실천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군요.
  양희권 : 아까도 얘기가 나왔지만 수강생들끼리의 간담회, 토론 시간이 별도로 주어져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헌규 : 장애 영역별로 세분화되어서 강좌가 개설되면 어떨까요?

<더욱 깊이 있는 내용과 새로운 형식으로 2차·3차로 강좌도 개설>

  사회 : 김정열씨께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정열 : 강사는 유명세보다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강사를 쓸 계획이에요. "전문 강사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특강"을 개설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또 지방에 있는 수강생들을 위해 집중강좌를 개설, 1주일 단위로 지방에서 실시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연구소가 있는데 여기에 부합해서 장애우대학 수료생을 중심으로 연구회원을 모집할 생각입니다. 그렇게되면 장애우대학이 발전된 수준 높은 강좌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런 전망을 갖고 있어요. 지금은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사회 : 바쁘신데 장시간 얘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장애 문제를 학문적으로 풀려고 했던 사람들은 많았어요. 그러나 우리 장애우대학은 "방향성"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돼요. 장애 문제가 사회 속에서 파생된 사회 전체의 문제라면 개인이 실천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장애우대학은 바로 이 시점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지속될 3기 이후의 자치활동이나 1, 2기 동문회 활동, 또 2차 3차 강좌에서 더욱 활발한 논의와 만남을 통해 하나씩 실천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3기는 좀 색다른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100∼150여명 정도까지 수강생을 모집해 교양대학 수준으로 하고, 2차·3차는 전문인을 길러내는 작업으로 20여명 안팎의 소모임으로 전문강사와 함께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9월, 3기 개설과 2차·3차 개설 때 다시 뜨겁게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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