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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특별대담] 조일물 장애인복지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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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4일 제9회 바르셀로나 장애인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1개 등 44개의 메달을 따고 17일 귀국했다.
  한국 선수단 단장으로 이 대회에 참석했던 조일묵 부회장(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에게 변화하는 장애우 스포츠의 현황과 우리의 과제에 대해얘기를 나눴다.

  - 이번 장애우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선발은 어떻게 했으며 훈련과정은 어땠는지.
  = 참가준비는 올 오월 장애인체육대회를 선발대회로 해 바르셀로나 15개 종목 중 입상 가능한10개 종목을 선정했는데 기록경기는 기준기록이상, 경쟁경기는 분과위원회에서 선수선발을 위한 심사를 거쳐 해외파견위원회에서 최종심사한 65명을 선출했습니다.
  당초 한달 정도 합숙훈련을 할 계획이었으나 88이후 선수들이 개별훈련을 거의 못해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껴 두 달간 합숙훈련을 했는데 훈련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훈련시설이 모자라 보훈병원, 정립회관, 체육과학대학 등 세 군데에 나눠 숙식을 해야 했기 때문에 먹는 데 따로, 훈련하는 데 따로 있어 옮겨 다니느라 시간적인 손실이 많았습니다.
  - 바르셀로나 현지에 도착해서 받은 각국 선수단과 선수촌에 대한 인상은.
  = 사실 처음 바르셀로나에 갈 때는 88년 당시 우리 기록이 상당히 높은 수준지라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실력이 늘었으면 얼마나 늘었으랴 생각했어요. 그래서 88년 당시의 기록을 기준으로 금 19개 목표를 선정하고 사기충천해 갔는데 현지 환경과 여건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선수촌은 하계올림픽 때 일반선수들이 썼던 것이라 새 건물이고 해수욕장과 붙어 있어 환경은 아주 좋았어요. 단 하나 휠체어 탄 사람의 경우우리와 다르게 욕조 등 일부 시설이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개회식과 대회진행 방식은.
  = 개회식은 음악이 주가 되는 형식이었으며 특히 영국에서 "장애우 올림픽은 우리의 의지를 드러내는 계기"라는 스테판 호킹 박사의 메시지를 녹화해 대형 화면에 비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몇몇 종목에서 텃세 판정이 있어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경기운영은 전반적으로 잘됐다고 봅니다. 88때 처음 시도했던 티디(경기감독), 티오(레프리)제도가 정착돼 잘 운영되었습니다.
  - 이번 장애인올림픽 주관 단체 등 조직적인 형태는.
  = 우리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따로 있어 시설이나 인력을 연계하는 형태로 대회를 치렀지만 스페인은 "쿠브"라는 조직위원회 한군데서 하계, 장애우올림픽을 동시에 개최했습니다. 카베자스라는 절단, 기타장애자스포츠협회 회장(IOSD)과 온세 회장이 공동대회장으로 그리고 명예대회 장으로 스페인 공주가 개막식에 참가했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일반올림픽은 바르셀로나 시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하고 광고, 상표 수입 등으로 대회를 치켰는데 장애우 올림픽은 아무래도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온세"라는 스페인 시각장애우협회에서 우리 돈으로 500억 정도의 재정지원을 해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합니다.

  - 스페인 장애우 단체의 현황은.
  = 스페인은 "온세"라는 시각장애우협회가 대단한 세력과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세"는 시각장애우 복지기금 마련을 위한 복권판매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단체인데 직원이 수천 명이나 될 정도로 막강한 조직으로 방송국, 신문사, 투자신탁회사는 물론 심지어는 이이씨(EEC, 유럽통합기구)등 국제기구까지 발을 뻗칠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들 시각장애우들이 너무 독점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어 다른 장애우단체가 반발할 정도죠.
  - 이번 대회에 참가한 각국 장애우의 경기력 등을 88과 비교해 보면.
  = 장애자올림픽은 이미 준 올림픽이고 기록경기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88년은 까마득한 옛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종합메달수로 12위했지만 한마디로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유럽은 각 나라가 이웃이나 마찬가지라 지역대회, 친선대회 등 자주 열어 장애우스포츠가 엄청나게 발전한데 비해 우리는 국제경기 경험이 적어 경기력 향상이 더디고 장애우체육문제를 담당할 협회조차 없어 정보에서도 뒤지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수영에서만 무려 180개의 세계신기록이 나와 세계신기록을 세우고도 입상 못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세계기록의 홍수가 일어났으며 사격의 경우 600점 만점에 599점을 얻는 등 몇몇 경기는 일반 올림픽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이처럼 이번 올림픽은 지금까지 장애우 올림픽이 "참여"에만 의의를 두었던 것에서 기록이 중심이 되는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88년에만 안주하고 있었던 거죠.
  - 현지에서 본 각국의 장애인 스포츠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 나라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독일 같은 경우우리나라로 치면 12개 시도마다 경기장 등이 설치되어 있어 장애우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중 우수한 사람을 뽑아 대회에 참가시키고 있으며 지역 교류대회 등의 활성화로 대단한 열기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측의 협조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그 나라들은 사회복지제도가 잘 돼 있어 장애우들이 스포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시설과 운동에 전념할 수 없는 사회제도 이 두 가지가 다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기본적인 시설이 전혀 안 돼 있고 선수들이 생계에 시 달리다보니 제대로 훈련할 수 없어 합숙훈련 때 모든 것을 다 완성시켜야 되니 어려움이 많은 거죠.
  - 대회 기간 중 스페인 언론과 국민들의 반응은.
  = 우리 88대회 때보다 나아요. 주말에는 말할 것도 없이 월요일, 화요일 아침에도 관중이 메인 스타디움 반 이상 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특히 수영 같은 경우는 자리가 없어 입장을 못할 정도였으며 탁구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장이 선 것처럼 늘 북적거렸습니다. 티브이도 매일 중계하는 등 언론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었습니다.
  - 대회기간 중 한국 장애인 스포츠를 알리기 위한 별도의 행사는.
  = 공식적인 행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선수촌 친교 텐트에서 다른 나라 선수와 만나 같이 노래하는 정도였습니다.
  - 경기용 물품이나 보장구 등의 성능은.
  = 늘 느끼지만 우리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돕니다.
  의족을 하고 100미터를 12∼3초 내에 뛸 정도니 얼마나 보장구 수준이 높은지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또 보치아의 경우 우리는 휠체어가 흔들려 어려움을 겪었는데 외국의 경우는 모두 전동휠체어라 아무리 목표물을 겨누는 시간이 많이 걸려도 전혀 움직임이 없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 대회 참가 후 느낀 문제점은.
  = 장애인 스포츠를 포함해 스포츠 활성화는 국민들의 호응 없이는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88이후 장애우에 대한 사회일반의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빨리 식어 버려 아쉽습니다.
  또 장애인 스포츠를 생활체육으로 확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올림픽에 참가해 보니 현재 장애인 올림픽의 추세는 기록경기로 일반올림픽화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인 추세는 이미 참여를 넘어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문제점을 몇 가지만 짚어보면 무엇보다도 먼저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 공간이 많이 확보돼야 하며 직장팀 등을 구성해 생활과 스포츠 활동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합숙훈련 몇 개월 가지고는 앞으로 올림픽대회에서 경쟁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국제대회 참가를 더 늘리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 분석해 낼 수 있는 조직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 이번 대회기간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일은.
  = 장애우 스포츠는 늘 감동적입니다. 한 다리밖에 없고 삼지가 절단된 장애우가 탁구를 하거나 의족, 의수로 릴레이 경기를 하는 모습 등은 볼 때마다 늘 감동을 받습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사격에 출전한 김임연 선수의 경우 코치도 예상 못했는데 기라성 같은 남자선수들과 겨뤄 우승(사격은 남녀구별 없음)해 볼이 다 달을 정도로 뽀뽀를 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 현지 교민들의 활동은.
  = 비록 그 수가 얼마 되지는 않지만 경기 기간 중에 응원은 물론 통역과 자원활동 등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할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올림픽에 대비해 크게 준비하지도 못했지만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 등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골똘히 생각 중입니다.
  장애자 올림픽이 종전의 참여에서 경쟁으로 치닫고 있고 일반올림픽에 근접한 준 올림픽의 성격으로 변화되고 있어 그에 대한 대비를 위해 새로운 변화가 모색돼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의 경우는 이대로 가다가는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조차 뽑기 어려운 상태가 곧 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여건은 좋지 않은데 할 일은 많고‥‥‥ 어깨가 오히려 무겁습니다.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작성자전흥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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