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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 격리와 수용의 도구, "정신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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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신보건법"의 제정을 강행 마침내 입법 예고를 함으로써 이제 정신보건법을 둘러싼 공방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정신장애우의 "인권"과 "치료"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정신보건법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사회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법>
  1985년경 전두환씨는 난데없이"정신보건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그때 수많은 인권단체들은 전두환씨가 추진하는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정신질환자로 몰아요양원에 가두기 위한 악법으로 간주하고 반대운동을 벌였다. 결국여론에 밀려 정부는 정신보건법 제정의견을 철회하였다.
  몇 년간 잠잠하던 정부는 1990년 말경 정신보건법 제정의견을 슬그머니 다시 내놓았다. 그 목적은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정신질환자들의 범죄로 인한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당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신보건분과"가 연대하여 "정신보건법의 제정이 정신질환자의 인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법의 제정에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사부에서는 입법의견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금년 들어 난데없이 법무부에서 정신보건법의 제정을 강행하겠다고 발표를 하였고, 뒤이어 보사부에서는 정신보건법 제정 움직임을 가속화하여 결국 금년 말 국무회의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첫째로, 정신과 전문의 2명이 어떤 사람을 정신질환자라고 판단을 하게 되면 정부는 그 사람을 정신병원 또는 정신질환자수용소(요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둘째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신병원을 만들어 요양원 원장이 경영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로, 강제로 입원된 정 실질환자를 입원시키거나 수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정신질환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넷째로, 강제로 입원된 정신질환자가 퇴원신청을 하면 정부에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퇴원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위 법안은 아무리 뒤져보아도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고, 재활 시켜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질환자로 예측되는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요양원에 장기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과 치료체계를 정신과 전문의의 지배 하에 두는 것이 아니고 요양원 원장의 지배 하에 두도록 하기 위한 법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설기도원에서 시작된 인권유린현장>
  우리나라의 정신요양원은 1981년 이전까지는 소위 "사설기도원"의 형태로 시작하였다. 일부 사이비 종교인들이 소위 "안수기도"를 통하여 마귀를 쫓아낼 수 있다는 엉터리 이론을 통하여 정신질환자들을 수용시켜 사실상 중대한 폭력을 행사, 공포 속 에 몰아넣은 뒤 가족으로부터는 수용비용을 얻어내는 방법을 써 사 실상 영리를 추구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언론을 통하여 요양원의 인권실태가 대대적으로 폭로되고 난 뒤 국민의 관심은 요양원의 인권실태 뿐만 아니라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기도원에 대한 단속을 게을리 한 보사당국에 미치게 되었다.
  그러자 정부가 생각해 낸 것이 기도원을 양성화 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권유린사태가 발생하는 요양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요양원에 사회복지법인인가를 내 주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사이비집단이 졸지에 복지법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운영비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기에 이르렀다. 이때까지도 환자가족들로부터 운영비를 받아 운영하던 요양원들은 국가로부터 80% 상당의 운영비를 보조받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요양원의 모습을 갖출 수 없었다. 요양원은 떼돈 벌기에 좋은 "수단"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요양원들은 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 치의 발전도 없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원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수용되어 있는 정신질환자의 숫자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요양원 경영자의 입장에서 는 가능한 대로 많은 숫자의 정신질환자를 수용하기를 원한다. 굳이 정신질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이라도 강제로 수용하기만 하면 정부로부터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길거리에서 술에 취하여 지나가는 사람을 강제로 납치하여 수용한 뒤 정신질환자로 허위 보고하여 보조금을 타내는 수법을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이러한 현상의 극명한 예가 부산의 "형제복지원" 사건이고 대전 "성지원" 사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에 와서도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작년 이맘때쯤 당시 국회 보사위 위원이던 이철용 국회의원이 몇몇 군데의 요양원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시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철용 의원은 요양원 측에서 보여주는 곳 이외에 이 의원 생각에 인권유린사태가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장소를 보여 달라고 하였으나 결국 은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현직 국회의원에게 보여줄 경우 인권유린의 현장이 발각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숨긴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정신질자로 몰려 요양원에서 수십 년 간을 살아가야만 하는 일반국민들의 인권이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느니 만큼 보사부에서 정신보건을 제정하려면 우선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보건 현실이 어떠한가에 대하여 조사 및 연구가 선행되었어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서울방송 "그것이 알고싶다"는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정신보건현실의 열악성이 낱낱이 폭로된 만큼 더더욱 정신보건법의 제정은 신중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위와 같은 인권단체의 지적을 무시한 채 정신보건법 제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불교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인권단체에서는 "정부가 발의한 정신보건법 입법예고 안은 많은 문제점이 있으므로 일단 입법논의를 중단한 뒤 우선 정신보건 현실에 관한 조사연구를 선행할 것"을 제안, 현재 추진 중이다.

<입법 예고된 정신보건법의 문제>
  첫째로, 정신과 영역은 다른 의료분야와는 달리 의사의 주관적 견해가 작용하는 범위가 넓다. 따라서, 입법예고안대로 통과될 경우의사들의 오진이나 오판으로 인하여 멀쩡한 사람이 정신질환자로 몰려 강제로 입원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정신질환자라고 하더라도 강제로 입원을 시킨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인 만큼 헌법에서 보장된 절차에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완전 히 무시한 채 단순히 의사 2명의 판단에 맡길 경우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가 입원을 가장하여 박 탈될 우려가 있다.
  또한 강제입원이 과연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를 결정할 객관적 이론 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강제입원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문제가 된다.
  둘째로, 다른 의료부분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정신과 영역의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면 정신질환자를 다루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현재 요양원의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의 통제를 받는 곳이 거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정신보건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요양원이나 정신병원은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를 선행시켜야 한다.
  입법 예고된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신병원을 만들어 요양원 원장이 경영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오히려 정신과의사가 요양원 원장에게 고용되어 그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을 유심히 살펴볼 때 보사부가 이 법의 제정 움직임을 발 빠르게 하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법은 정신과전문의에 의하여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려는 것이 아니라 요양원원장들로 하여금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정신병원을 경영하도록 하고 정신과 전문의를 고용하게 함으로써 요양원 원장들이 누릴 부의 획득과 권한만을 높여주는 법조항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셋째로, "강제로 입원된 정신질환자가 퇴원신청을 하면 정부에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퇴원여부를 결정한다"고는 되어 있으나 이는 사실상 인권유린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요양원 등에 대한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다. 즉 요양원에 강제 입원된 사람(정신질환자일 수도 있고, 정신질환자가 아닌 강제로 입원된 사람일 수도 있다)이 퇴원신청을 하려면 별 수 없이 요양원 직원을 통하여 퇴원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양원의 입장에서는 수용된 사람의 숫자가 많아야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퇴원을 원치 않을 것이다. 이때 요양원 측에서 요양신청서를 수리하지 않던가 퇴원신청을 하는 사람을 상태가 더 나빠진 사람 취급을 하면서 손과 발에 쇠고랑을 채워 놓는다면 도대체 법률에서 정해진 퇴원신청이라는 조문은 도저히 실천될 수 없는 엉터리 법률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또한 우여곡절을 거쳐 퇴원신청이 퇴원심사위원회 까지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정부에서 임명한 위원들이 과연 제대로 퇴원심사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에도 정부가 위원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또는 법원 등 중립적 기관에서 선정한 위원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 법안 가지고는 절대 안 된다.>
  다른 나라의 정신보건법과의 비교법적인 측면에서 입법 예고된 정신보건법을 살피건대 한마디로 이 법은 국민의 정신건강이나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겨냥한 법률이 절대로 아니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오히려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는 요양원원장은 떼부자가 되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요양원 원장의 손아귀에 들어가 놀아나게 되며 정신질환이 없는 밀정한 사람이 정신질환자로 몰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평생을 정신병원이나 요양원에 갇혀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 법은 현 시점에서는 절대로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누구라도 이 법의 제정을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주질 바란다. 이 법의제정을 찬성해야 한다면 향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성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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