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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함께걸음 논단] 장애예방의 구조적 접근과 희망

본문

한국 장애우들의 현실은 우리에게 두 가지 면을 보여주고 있다. "편견, 차별(불평등), 불의"로 인한 고뇌라는 면 그리고 "해방과 참여와 일치에의 희망"이라는 면이 그것이다.
장애우에 대한 비장애우들의 뿌리깊은 제도적 인식 적 불평등과 편견의 현실을 여실히 절감하고 있거니와, 깊이를 더해가다 보면 이러한 현실을 낳는 메카니즘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필요에 마주치게 된다. 편견은 죄악과 무관한 것이 아니요, 출처가 없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이 상황을 좀더 깊이 분석하건 데, 장애우에 대한 차별이 하나의 지나가는 단계가 아님을 발견한다. 오히려 그것은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상황과 구조의 산물이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다른 원인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이 현실적 상황은 진정한 인간화 내지 인본주의보다는 물질주의에 사무쳐 있어서 가난한 자와 장애우들의 기능적인 열등조건을 희생으로 치르면서 외향적, 물질적으로 빈익빈 부익부하는 비인간적 차원의 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그런 메카니즘에 그 근원과 지주가 발견되는 것이다.

장애우 및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상대적으로 보다 나은 조건들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효과적으로 돕고자 하는 활력을 창출하는데 있다. 매사가 실천(사랑)을 통해 수렴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선의만 가지고는 모자란다. 선명성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인간적인 사랑에다 실질적 효과를 부여할 수 있을까? 열쇠는 현실을 더 잘 아는데 있다. 곧 장애우에 대한 차별을 낳는 메카니즘을 더 잘 이해하고 그 희생자를 거기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경로를 더 잘 터득하는데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 우선 우리는 "모순된 현실"에 대한 우리의 자각을 촉진하도록, 이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저해하는 순진한 이상주의와 돌팔이 경험주의와 어줍잖은 도덕주의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며, 다음으로 종교·정치·군사 이데올로기·경제 등의 여러 세력권 안에서 장애우들의 해방에 성숙해 나갈 수 있는 사려 깊은 경로들을 찾아내야 한다. 끝으로 장애우들과 장애우들의 조직들은 공식적 차원의 집단적 권위에 연계되지 않고서라도 단순히 상징성의 영역에만 한정되지는 않는 복합적인 활동을 -그런 것이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 할 만한 곳에서- 모색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인간본연의 신앙과 양심의 이름으로 직접 장애우들의 어려운 현실 여건에 대해 진지하게 행동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 바로 이 차원에서야 말로 우리는 장애우들의 기초적 공동체의 상대적인 자율성(주체성)을 눈에 보이게 드러낼 수 있다. 기초적이라는 그들의 본성 때문에 그들은 더욱 직접적으로 장애해방의 문제들과 관련되어 있으며 그런 만큼 그들에게는 장애해방의 노력들이 직면하는 구체적인 반대가 더욱 절박해지고 그 결단은 더욱 훌륭한 것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장애해방의 궁극적 목표는 언제나 선명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설사 역사적 맥락에 의하여 우리가 단지 현실적 여건의 개선에만 경주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할 지라도 이 수단 이 단계들은 장애우들을 인간화에로 향상시키는 장애해방을 지향해야 하며 이에 기여해야 한다. 장애해방은 결코 단순한 지향의 문제, 열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모두(장애우이던 비장애우이던 막론하고)가 참여해야 할 과정의 열매이지 한 가닥 의지의 결과가 아니다. 달성되어야 할 목표는 우리가 자유롭고 양심적인 존재가 되는 거기에 있다. 천태만상의 장애우들이 부자유한 상태에서 해방되어 나가면서 우리의 기본적 자유가 우러나오도록, 즉 우리가 우리자신으로부터 구제 될 수 있고 우리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 줄 수 있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와 지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해방에 관한 하나의 전 지구적 진술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 장애우들은 충만하고 "총체적인 해방"을, 현세적 실존의 영역에만 한정되지는 않는 그러한 해방을 동경하고 있다. 그것은 현세는 물론이고 그 현세를 넘어서 영원 안에서의 하느님(신적 차원)과 자기형제자매들과의 충만한 친교에까지 연장된다. 그리고 그 친교는 불완전하게나마 이미 역사 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의 총체적 장애해방이란 두 가지의 상호 보완적이며 불가분적인 요소 곧 모든 형태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과 실존의 진보적 성장을 위한 해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총체적 장애해방은 그 이름이 말해주는 대로 모든 인간적 차원을 포괄한다. 개인적·사회적·정치 문화적·경제적·종교적 차원 그리고 그 모두의 상호관계를 포괄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아래 장애우들의 현실 안에서의 출발점으로부터 사회적 현실을 바라보기로 선택한다. 장애우들의 공통적 관심사 안에서 현실의 과정들을 분석하고 그들과 더불어 화합하여 장애해방을 위해서 해동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 결단일 수도 있고 윤리적 선택일 수도 있다.

이러한 기본 선택이 규정되었을 때의 다음간계는 장애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는데 선험적인 장애로 나타나는 그런 특정한 기본적인 인식론상의 장애들부터 깨끗이 불식하는 일이다. 그 첫째 장애는 경험주의(empivioism)이다. 경험주의는 사실들을 묘사하되 사실들 상호간의 인과관계를 수렴하지 못한다. 여기서 모자라는 것이 분석이다. 둘째 장애는 신학주의(theologism)에 있다. 신학주의는 모든 문제점을 정치적인 문제까지라도 신학의 범위 안에서 설명할 수 있으며 모든 해답을 마련해 줄 수 있을 줄로 생각한다. 다른 논의의 정당성과 공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신학이 사회적 분석을 대신하는 것이다. 셋째는 이른바 양어주의(bilingualism)라고 부르는 인식론적 장애물이 있다. 분석과 신학적 반성은 단지 병치만 되어 상호 접합은 없이 현실을 두 가지로 읽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결과인 즉 소위 "접합되지 않는 분석"또는 "비 접합 분석"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여기서는 결국 어의의 혼합이 나타난다. 똑같은 두 언어가 어떤 때는 사회적 분석의 자료들에 관하여 묘사하고 어떤 때는 신학의 그것에 관하여 묘사함으로써 단순히 서로 혼합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개념상 뒤죽박죽이라는 결과에 이르고 보면 분석에나 신학에나 모두 손실되고 만다. 남는 것은 두 가지의 그릇된 접합 양상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우리 분석적 시선이 이 세 가지의 인식론적 장애를 제거하여 순화되었으면 우린 왜 장애현실에 대한 이런 철저한 분석을 해야 하는 지를 자문해야 한다. 그것은 불평등하고 편견 속에서 인간화되지 못한 모든 장애우들을 근본적이고 총체적으로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분석에는 두 가지의 기본방향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것은 사회를 전체적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보는 기능주의 적 분석과 특별히 사회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긴장과 갈등 속에 있는 세력들의 복합체로 바라보는 변증법적 분석이 그것이다. 기능주의의 관심사는 그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온존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체제 제도를 개선하고 진보시키는데 있어서는 그 자체로서의 한계가 있다. 반면 변증법적 분석은 장애우들에 대한 불평등과 갈등을 낳게 하는 상황을 검토하고 그 체제내의 모든 인간들의 균형을 확보하고 그 모든 구성원들에게 정의를 보강하도록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물론 이에도 한계가 있으나 진정 이 두 가지의 분석 틀을 종합하여 한국의 모든 장애우들이 비장애우들과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가치들을 충만히 누리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황이 되도록 모든 이들의 노력과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렇게 된다면 진정한 장애해방을 위한 희망은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장흥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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