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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방과 복지사회
김윤태 (의정부성모병원·재활의학 전문의)

 우리사회에서 장애우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수많은 장애우와 그 가족이 업보처럼 지고 살아가는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과 체념의 한숨소리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매년 입시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장애우의 입학거부 사례 뒤에는 살아가면서 한번쯤 교육기간에서 입학을 거부당해 보거나 지레 안 받아 줄 것으로 생각하고 포기하거나 아니면 아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방황한 경험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라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길거리에서 휠체어 장애우나 중증장애우를 만나기 힘든 것도, 그리고 비장애우의 쏠리는 시선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면에는, 장애우가 정말 없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거리로 나선다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 집안에서 수 개월씩 또는 수 년씩 갇혀서 감옥 아닌 감옥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진료실에서 장애우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항상 갖는 의문은 비록 영구장애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더라도 그로 인해 한 개인이 인간으로서 사회 속에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 교육받고 가정을 꾸리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구경도 하고 운동과 오락도 하면서 살아갈 권리들을 언제까지 포기한 채 아니 포기 당한 채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자신의 장애를 애써 부인하고 의사들에게 혹시나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장애가 정말 영구히 남느냐"고 되풀이해서 묻고 또 묻는 장애우들의 모습은 장애를 가지고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일전에 다리를 좀 심하게 저는 동료 여의사가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장애인 할인표를 구입하려다가 "도움이나 받으려 하느냐"는 식의 인간적인 모욕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여의사는 몹시 화가 나서 한바탕 싸우고 사과까지 받았는데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씩씩대며 "그나마 아무런 사회적 배경도 능력도 없는 장애우들은 얼마나 많은 인간적인 모멸과 멸시를 당하겠느냐"고 분을 삭히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선입관이 얼마나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는지 새삼 느꼈다.
 장애를 예방하는 것은 이러한 장애우들의 슬픔과 아픔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길이며 사회가 장애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관을 교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될 것이다.
 장애우를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해 그들의 완전한 사회적 참여와 평등을 이루어가려는 마음 자세를 갖출 때 장애우 문제의 실상이 드러나고 효과적인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장애아동의 부모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집 한 채 값이 넘는 치료비를 날려야 하고, 장애우 이용시설이 혐오시설로 쓰레기 처리장이나 핵폐기물 처리시설과 같은 대접을 받는 상황에서는 장애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장애발생을 개개인의 팔자소관이나 재수없음으로 돌리기에는 그 원인들이 사회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마냥 회의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빈곤과 전재, 교통사고, 산업재해, 환경오염, 약물남용, 마약, 핵문제 등 여러 장애발생 요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환경과 따로 떼서 생각할래야 할 수 없는 원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국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논하다 보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안고 씨름하는 격이 된다. 그만큼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에는 광범위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장애발생이 단순히 개인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된다. 또한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장애발생을 방치하거나 발생한 장애를 치료하는 것 보다 예방하는 것이 장애로 인해 그 사회가 부담하는 손실에 있어서도 훨씬 경제적이며 효율적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일례로 91년도부터 선천성 대사이상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하는 혈액검사의 경우 모든 신생아에게 의무적으로 시행한다는 정부계획이 아직까지도 전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때문이다. 그러한 계획이 시행되지 않아서 선천성 대사이상으로 정신지체아가 되는 아이들의 양육 및 특수교육등에 들어가는 재활비용은 예방비용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서 거기에 빼앗기는 사회적 손실이 엄청나다.
 또 다른 예로써는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장년이나 노년층들이 장애를 예방하고 최소화 하기 위한 재활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중증의 장애우로 남아 가족이나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이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아 장애가 경감되었을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소위 경제적인 논리가 가장 첨예한 자본선진국가들에서 이미 계산이 끝난 사실이다.
 국가가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해도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장애발생으로 인한 부담은 결국 인적, 물적 손실로 나타나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격이라는 것이다.
 인구의 10%를 장애인구로 보면 직간접으로 관련되는 인구는 대략 25%라고 보는데 그들이 겪는 부담이 얼마나 큰 국가적인 손실이 될 것인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애발생으로 인해 파생되는 국가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국가적인 차원의 예방대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그렇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의 현실은 결코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우리사회가 복지부분에 쏟는 노력과 관심이 우리 사회의 발전단계에 비추어 봐도 아직 멀었다는 것은 정책당사자들도 시인하고 있는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달라졌어도 장애문제에 있어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자조를 하게 한다. 장애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장 단기 대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세워나가도록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또는 국가개혁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미 우리사회는 장애문제로 인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기에 지금처럼 그 몫을 개인에게 짐 지우고 있을 수만은 없다.
 장애발생의 여러 원인들이 우리 사회 안에서 파생된 것들이므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지역적, 특히 정치적인 문제로 간주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영국의 뇌성마비협회(SPASTIC SOCIETY)는 뇌성마비의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개개의 가정이나 의료인들에게 많이 아니라 정부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 한 바 있다. "모든 학교에 건강교육을 의무화 할 것", "임산부에게 정부에서 지급하는 국가 보조금을 오리고 임산부 산전관리 향상, 분만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지침을 마련할 것" 등을 뇌성마비 예방대책으로 요구한 바 있다. 그만큼 장애예방을 위해서는 국가적, 정치적인 배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가 아닌 경쟁하는 관계로서 파악하고,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기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며, 내면의 아름다움보다 외모를 더 중시하는 경향들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애우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들은 장애우의 성공적이 재활과 사회적 통합, 장애의 예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따라서 장애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 노력들 가운데 그러한 태도를 변화시키고 편견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좀 더 많은 장애우들이 휠체어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서 거리를 거리낌 없이 활보할 수 있는 사회, 장애를 이유로 학교 문턱에서 되돌아서야 하는 아픔이 없는 사회,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산 속의 이름난 도인에서부터 국내 유수한 병원의 명의까지 전국 각지를 아이를 안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복지사회일 것이다.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들이 진정 함께 할 때 장애를 예방하고 극복하려는 수많은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작성자김윤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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