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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작은 기획/장애예방]잘못 알고 있는 유전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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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고 있는 유전질환
유한옥 (서울 중앙병원 소아과 의사)

 <‘선천적 장애’와 ‘유전적 장애’>
 유전상담은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장애의 예방과 유전적 요인에 의해 고통 받는 장애인과 그 가족의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어떻게 하면 극소화하여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느냐에 목적을 두고 있다. 유전 상담에 관해 구체적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장애를 발생시기에 따라 분류해 보고 몇 가지 단어들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장애를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발생시기에 따라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로 대별할 수 있겠다. 주목해야 할 점은 ‘선천적 장애’ (congenital defects 또는 birth defects)라는 말이 곧 ‘유전적 장애’ (genetic defects)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전적’이라 함을 정의해 둘 필요가 있다. 좁은 의미의 ‘유전적’이라 함은 어떤 형질이 최소한 본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됨으로 뜻한다. 따라서 이는 일회성을 뜻하지 않고 다발성으로 재발의 소지를 남기는 것이다.
 선천적 장애의 일부 원인으로서 유전적 장애를 들 수 있음으로 선천적 장애라는 말이 더 넓은 의미라 하겠다. 거꾸로 모든 유전적 장애는 반드시 출생시부터 장애를 동반하는 것이 아니다.
 선천적 장애는 보고에 따라 출생 신생아의 2∼4%에서 동반된다고 하나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에 근거를 둔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선천성 기형이 없는 정신지체를 포함시킬 경우 발생 빈도는 훨씬 증가할 것이다. 이들 선천적 장애의 약 반수는 유전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러 증후군에 동반된 ‘선천성 기형’ (증후군이라 함은 일정한 기형들의 집합이 서로 연관되어서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임상적 기형군을 뜻한다.)과 염색체 이상 질환들이고 또한 단일 유전자에 의한 멘델 유전법칙을 따르는 유전 질환들도 약 4천여종 알려져 있다.
 이들 중 결체조직 (뼈?연골?피부)을 주로 침범하는 질환들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을 하며 원칙적으로 출생시 기형은 잘 동반되지 않으며 정신지체가 속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성을 결정짓는 엑스 염색체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질환들도 반성 우성 또는 반성 열성 유전으로 분류하며 단일 유전자 질환에 속한다. 이들 단일 유전자 구조가 알려지면서 점점 질환의 종류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재발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여러 유전자의 결함과 환경적 요인이 서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다인자성 유전질환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선천적 장애의 원인으로 상기한 바에 같이 유전적 요인 이외에도 산모의 임신 첫 삼개월의 태내 환경, 즉 자궁내 감염이라든지 약물 남용 등을 들 수 있겠고, 아직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요인들이 거의 반 수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환경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특히 분열이 활발한 남성의 생식 세포나 여성의 생식 세포에 환경적 요인에 의해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이는 변형된 형질을 돌아오는 세대들에게 전달 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비극이다. 따라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들은 서로 어우러져서 장애를 유발시킨다고 할 수 있다.
 후천적 장애로는 출생 전후의 저산소증 조산, 감염, 황달과 같은 요인에 의한 뇌손상으로 초래되는 광의의 뇌성마비, 뇌염, 뇌막염 등의 중추신경계 감염, 사고, 약물 중독, 이산화탄소 중독 등에 의한 것들을 들 수 있겠다.
<다양하고 희귀한 유전질환>
 유전상담을 필요로 하는 대상은 이미 기술한바와 같이 유전적 요인에 의한 장애들을 대상으로 하게 되나 유전성 여부를 결정해야 함으로 대상의 범위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 자신뿐 아니라 부모, 형제, 자매, 자녀도 대상이 된다. 즉 전 가족적이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다.
 장애인의 정신적 고통과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는 섣부른 진단과 원인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은 부부간 또는 가족간의 불화, 지울 수 없는 낙인 등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최초로 1940년도에 미시건 의과대학 병원에 유전병 및 유전 상담 클리닉이 개설된 이래 유전상담은 유전질환 전문의사와 훌륭한 유전질환 검사시설, 연구원, 석사학위 소지자인 유전상담원, 사회사업가, 때로는 정신과 의사가 한 팀을 이루어 전인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때로는 피상담자의 철저한 비밀을 보장해야 하기도 하고 종교적, 윤리적 인생관도 고려해야 된다.
 일반적으로 유전상담을 요하게 되는 경우는 가족 중 이미 알려진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 선천적 기형을 동반한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지체, 산모의 나이가 35세를 넘은 경우, 근친간의 결혼, 잘 알려진 기형 유발물질에 노출되었을 경우 등이다.
 유전상담의 내용은 병력 청취로부터 시작되는데 정확히 3대에 걸친 가계력과 장애인의 산적력, 출생력, 신생아력을 청취하고, 정확한 의학적 검사 및 실험 실적 검사 소견 등을 종합하여, 우선 정확한 진단에 이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최신의 문헌들을 신속하게 조회 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전질환들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많으나 각각의 질환이 희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유전성 질환이라 진단하면 이 질환의 자연 경과 및 예후를 설명하고 치료와 교정 및 재활을 위해 전문 의사와 상의한다.

<유전질환에 대한 잘못된 지식 7가지>
 다음으로 다룰 일은 가족 구성원과 다음에 태어날 아이에서의 재발위험도를 결정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어떤 검사 (보인자 진단, 산전진단 등)들이 가능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가능한지를 피상담자에게 단지 설명할 뿐이다. 중요한 점은 재발 방지를 위한 방법들을 상담자가 강요할 수 없고 피상담자와 가족의 종교적, 윤리적 또는 문화적 관점에서 적절하게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유전적 장애가 있는 아이는 태어날 권리조차 없는가 다시 질문해야 된다는 것이다. 유전상담의 이야기를 더 계속하기 전에 일반적인 사람, 아니 의사와 같은 전문인이라도 불식해야 하는 몇 가지 오도된 지식이 있다.
 첫째 어떤 질환이 선천적 또는 가족적으로 발생했다면 반드시 유전성임을 시사한다. 둘째 어떤 질환이 부모세대, 조부모 세대에 없다고 하면 유전성임을 배제할 수 있다. 셋째 유전질환은 주로 염색체 이상을 초래한다. 넷째 남자 또는 여자에게만 발생했다고 성염색체와 관계된 유전이라는 단점, 다섯째 근친간의 결혼은 반드시 나쁜 유전자만을 풍부히 한다. 여섯째 이것은 좀 중요한데, 유전적 장애아들 거세시키거나 출생을 방지함으로 전 인구의 나쁜 유전자 빈도를 현격히 줄일 수 있다. 이 잘못된 지식은 1935년 나치 독일의 누렘버그 악법의 근거가 되었다. 일곱 번째로 유전질환은 불치의 천형이라는 잘못된 지식 등이다.
 실제 유전적 질환이라 진단 받으면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하고 뒤이어서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일이 생겼나 분노하고 우울해지며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자포자기하고 좌절하는 예를 흔히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의 유전질환은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어떤 유전질환에서는 정상적인 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다 해도 수술, 재활적인 요법, 교육, 합병증 발생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하여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 삶의 질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같은 유전질환이라 할지라도 임상 양상이 경한 예에서 심한 예까지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경한 경우는 정상적인 활동의 제약이 없이 생활할 수도 있다.
 유전상담을 통하여 또한 같은 질환을 지닌 장애아들끼리의 모임을 결성하고 질환에 대한 사회인식을 새롭게 하기도 하며 그 질환에 대한 진단, 치료 등에 관한 최신 지식과 각자의 경험 등을 나누기도 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각 유전질환별로 재단이 있다시피 하여 장애인들의 권익을 주장하며 자금도 조성하여 고통을 주는 유전질환 연구기금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소책자를 만들어 홍보하기도 한다. 유전성 장애아를 둔 어느 부모의 적극적이며 치열하기까지 한 실천적 사랑의 실화를 다룬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유전질환이 있는 가계’라는 공개적 낙인이 두려워 유전질환 환자가 가족의 희생양이 되는 우리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누구든지 7∼8개의 나쁜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누구도 유전질환의 가계에 돌을 던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전상담을 전문으로 할 수 있는 요원을 배출하는 교육기관이 없을뿐더러 유전질환 전문의 수련과정도 없으나 조만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사회 경제적 여건의 변화, 산모 연령층의 증가, 소수의 건강한 자녀만을 바라는 경향, 환경 공해에 대한 우려와 비해서 유전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소아과 의사, 산부인과 의사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작성자유한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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