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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기] 청각장애우들의 어려움과 고달픔 함께 나누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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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찾아왔을 때의 상담 내용은 바로 이 차량운전이 주를 이루었다. "왜 청각장애우는 운전면허를 소유할 수 없느냐"며 대뜸 화를 내는 그를 난 잠시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면허를 취득하려고 여러 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도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루에도 많은 청각장애우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지만 그때마다 느낄 수 있는 건 청각의 장애는 역시 의사소통의 장애라는 것이다.
  내가 먼저 대화를 시작할 때도 필담을 하거나 수화를 해야 되고, 대부분이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우들도 먼저 대화를 걸때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우선적이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제한을 받기 마련이다. 청각장애우들은 이 근본적인 장애로 인해서 우리 일반인들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생활에 제약을 받거나 불편을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우리는 안내 방송을 듣고 목적지를 알 수 있지만, 청각장애우들은 일정한 지점에 이르면 자주 두리번거려야 하고 긴장해야 한다. 따라서 항상 청각장애우들의 이슈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발생되는 불편한 점들을 미연에 방지해야한다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예방을 통하여 일반인과 똑같은 정상적인 생활을 원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 사회의 제도는 이러한 점들을 수용하여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듣지 못함을 이유로 여러 가지 면에서 제약하고 통제하는 점들을 볼 수 있다.
  며칠 전에 만났던 청각장애우는 소규모 자영업을 하고 있다. 그는 업체를 운영해 나가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운전면허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아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
  37세의 한창 젊은 나이에 약간은검은 피부를 가진 호탕한 성격의 이 청각장애우와의 인연은 3년전에 이루어졌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지속적인 만남이 이루어 진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다시 말하면 자영업을 하는 청각장애우들의 어려움이 그렇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사업체는 다들 경기가 좋지 않아서 문을 닫을까 걱정하고 있는 요즘의 작은 사업장 형편과는 좀 다르다.
  사업이 바르게 확장되어 비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으로 옮기게 되었고, 함께 일하던 청각장애우 식구들도 몇 명 더 채용하면서 임금도 높여주는 등 비교적 성장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점점 확대될수록 정작 걱정이 되는 건 물품을 어떤 방법으로 납품할 것인 가이다. 이 납품의 어려운 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히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무면허 상태에서 차량을 구입할 정도였다. 그 동안은 오토바이를 이용했는데 이제는 도저히 물건 납품에 재간이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 찾아왔을 때의 상담 내용은 바로 이 차량운전이 주를 이루었다. "왜 청각장애우는 운전 면허를 소유할 수 없느냐"며 대뜸 화를 내는 그를 난 잠시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면허를 취득하려고 여러 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도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도로교통법에서 청각장애우는 면허 취득이 불가능하게끔 법 조항을 두고 있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을 해주었지만, 이 청각장애우는 생계가 달린 문제라서 나의 말을 수긍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지금은할 수 없이 무면허로 운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에 적발은 둘째 치고라도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어떻게 되나하는 걱정이 앞서 노심초사 잠시라도 마음볼 놓을 수가 없음을 추측하기란 그다지 어렵지가 않다.
  한참을 "복지회는 뭐하는 지 의심스럽다"며 나뿐만이 아닌 전국 30만 청각장애우들의 원(願)을 복지회가 앞장서서 풀어야 함을 힘주어 항변(?)하기도 하고, "뒷돈을 주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살며시 연약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동차 보유 1천만이 넘어서면서 이미 "자가 운전 시대"로 접어든 우리 현실에서 과연 무면허인 자영업자가 차량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예가 얼마나 될까. 그 수를 헤 아려 봐도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알고 있는 자영업을 하고 있는 청각장애우들 대부분은 이런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청각장애우들에게 운전면허 취득이 어려운 이유는 단지 듣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구라파의 여러 나라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미국과 가까운 일본에서는 차량 내부에 몇 개의 거울만 더 설치하면 청각장애우들도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실제로 운전을 하고 있는 청각장애우들을 만나 위험여부를 물어보면 한마디로 "그렇지 않다"고 일축해버린다.

  법은 분명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삶을 보호하는 것을 그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실의 제도가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필요를 절감한다면 당장이라도 실현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래서 윤택한 삶을 누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평 을 유지시켜야 함은 법을 직접 행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운전면허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품으로 인식되는 만큼 자영업을 하는 이 사장뿐만 아닌 모든 청각장애우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자격증인 것이다. 특히나 누구와 약속을 할 때도 전화 통화가 어려워 직접 찾아가야만 하는 이들에게는 발의 역할은 물론 더없이 소중한 잃어버린 귀의 역할이 분담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면허취득을 제한하고 있는 관련법규가 개정되어, 외국에 가서라도 국제운전면허를 취득해 볼까 하는 지나친 생각들이 없어지게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정 안되면 힘의 논리라도 펴야 한다는 청각장애우들의 사고가 그들 내부에서는 지극히 이성적인 논리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통합을 지향하는 이 마당에 청각장애우에게 제한되는 점들이 어디 이 운전면허 뿐이랴. 더 이상 듣지 못한다는 것을 이유로 발생되는 이러한 기우는 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성자김민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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