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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손님 거부하는 ‘노(NO) 장애인 존’

민간 영업장의 장애인 손님 거부 실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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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을 즐겨온 시각장애인 세 명과 활동보조인 한 명이 서울 시내에 있는 볼링장을 찾았다 입장을 거부당했다. 한 청각장애인은 통신중계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의 한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하려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예약조차 거부당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10주년을 맞이했지만 강산조차 변한다는 10년 세월은 민간 영업장의 장애인식 개선에는 무의미해 보인다.

 

시각장애인은 취객만큼 곤란

지난 1월 저시력장애인 두 명과 전맹장애인 한 명, 비장애인 한 명 총 4명이 서울에 있는 한 볼링장을 방문했다. 저시력장애인 두 명은 단독으로 볼링장 이용이 가능한 시력상태이며, 전맹장애인의 경우 타 볼링장에서 이용의 경험이 있어 파울라인과 레인의 위치에 대한 인지 후 무난히 이용이 가능한 정도의 볼링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입장 후 이용에 용이한 끝 쪽인 8번 레인에 자리를 배정 받았으며, 30분 가량을 대기한 후 들어갔다. 들어갈 때에는아무 문제가 없었다. 전맹장애인 당사자는 가드레일(보호난간)이 없었기 때문에 양쪽 파울라인을 만지고 공간에 대한 인지 후, 게임을 진행했고 안내를 위해 안내인과 같이 레인 위에 함께 서 있었다. 그런데 1프레임을 마친 뒤 직원이 다가오더니 안전상의 이유 등을 내세우며 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당사자들은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상황에 대해 설명 받았다. 그러나 책임자는 안전상의 이유로 취객도 이용을 거부하니 시각장애인도 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건 당사자인 전맹장애인 이진섭 교사는 볼링장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을 취객에 비유하는 책임자의 말에 분통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볼링장 책임자가 타 볼링장에서 취객이 넘어지는 바람에 500만원인가를 물어줘야 했다는 전례를 들먹이며 우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안보일 뿐일 시각장애인을 이성적으로도 자기제어가 어려운 취객에 비유하는 게 불쾌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랬더니 적반하장으로 왜 입장할 때 시각장애인이란 사실을 말하지 않았느냐고 따져왔다.”

이에 당사자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부당함에 대해 말했으나 볼링장 측은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시비가 오가는 중 책임자는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근처 지구대에서 경찰 2명이 출동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인 저시력장애인 김대중 교사는 경찰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대화를 이끌어감에 있어 책임자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였고, 심지어 당사자들에게 위험성에 대한 책임소지에 대해 각서를 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이고 볼링장 입장을 거부당한 피해자이다. 그러면 경찰이 우리가 느낀 부당함에 귀 기울여 줘야 하는데 일단 자신들은 중립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면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켜주면 좋은데 우리의 말에 끼어드는 책임자의 태도에는 방관하고, 그 반대인 상황에는 우리를 제지했다. 더욱이 책임자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사고가 발생해도 영업장에서 책임을 안 지겠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쓰고 볼링을 치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세상 어느 나라에서 각서를 쓰고 볼링을 치나.”

 

시각장애인 손님 사절 이유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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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은 각서를 거부했고 그 사이 경찰은 네 명이 됐다. 대기 손님들이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책임자는 그제야 사태를 수습하려는 듯이 사과를 했다. 이에 당사자측은 단지 볼링을 치고자 했는데 이용거부를 시킬 수 있느냐고 원칙을 따져 물었고, 책임자는 1시간 동안 업무에 차질을 준 것은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며 애초 시각장애인임을 말했다면 입장시키지 않았을 거라며 화를 냈다. 이에 당사자들은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이후 지난 1월 17일 이 사건에 대한 규탄대회가 볼링장 앞에서 진행됐다. 장애인생활체육권리보장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규탄대회 때문인지 볼링장은 태도를 바꿔 주최 측이 제시하는 세 가지에 합의하기로 했다.

시각장애인인 강윤택 장애인생활체육권리보장 공동대책위원장은 세 가지 합의문에 대해 설명했다. “세 가지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드레인 설치였다. 볼링장 측은 이에 응했고 사과문을 입구에 게시했다. 이 사안에 대해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의 관심도가 높았고, 참여도도 높았다. 합의로 우리 측도 인권위 진정을 취하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해당 볼링장 사건은 시각장애인을 거부하는 민간 영업장 행태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수영장이나 헬스장 등 민간시설로부터 이용 거부당하는 시각장애인의 사례가 상당히 많다. 애초 등록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으나 등록까지 막지는 않고 실제 이용 시 안내나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못을 박든가 사람이 많은 시간대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다. 운동 시 부딪히는 경우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 비장애인끼리도 그런 경우가 다반사고, 전맹장애인이 보조인 없이 혼자 헬스장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장애인도 부상을 원치 않는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 경계하고 조심하는데 마치 장애인이 부상을 무릅쓰고 위험에 뛰어드는 양 지레 겁먹는다.”

시각장애인의 영업장 거부 사례 중 단연 1위는 안내견을 동반하는 경우다. 강 위원장은 안내견과 동반하는 장애인들 상당수가 부당함을 느껴도 현실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식당에 안내견과 함께 가면 거의 문전박대 당한다. 그래서 안내견이 있는 분들과는 회식도 쉽지 않고 그럴 경우 자신의 눈이 돼 주는 안내견을 집에 두고 오는 편이다.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도 당당히 제 권리를 주장해야 하지만 매번 영업장과 얼굴을 붉히다 보니 제풀에 지쳐 본인들이 숙이고 들어가는 형편이다.”

 

‘노 키즈 존’이니 ‘노 장애인 존’ OK?

안내견을 동반하는 시각장애인이 아님에도 영업장 입장을 거부당한 사례는 또 있었다. 피해자는 청각장애인이었다.

지난 연말 한 청각장애인이 홍대에 있는 한 레스토랑으로 예약을 원했다. 해당 청각장애인은 구화가 가능해 음식점 주문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화소통에는 어려움이 있어 청각장애인 통신중계서비스를 통해 해당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레스토랑은 예전에 왔던 청각장애인과 문제가 발생했었다는 이유를 들어 전화 예약을 하는 장애인에게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전화 예약에 실패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도 음식점은 전화를 받지 않자, 당사자는 이 사연을 레스토랑 평가 후기에 올렸고 비난여론이 확산됐다. 결국 이 레스토랑은 장애인 차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문에서 영업장 책임자는 “손님께서 화가 나셔서 항의 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되며 이 부분을 정중히 사과드린다. 위의 전화 응대는 분명 크게 잘못됐으며 이후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문은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영업장은 “저희는 장애인 분들을 위한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고, 이전에도 청각장애인 손님과 안 좋은 상황이 많이 발생해서 어렵고 ‘노 키즈 존’과 비슷하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의 입장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이 결코 장애인에 대한 입장 거부의 명분이 될 수 없고, 아이들의 입장을 제한했으니 장애인 입장 거부도 어쩔 수 없다는 차별적인 인상을 준다.

 

청각장애인의 차별을 막는 길, 의사소통지원서비스

위 사례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당 업장의 인식 부족이다. 그러나 취재 중에 만난 장애계 단체 관계자는 해당 청각장애인이 이용한 통신중계서비스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통신중계서비스는 청각이나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비장애인과 전화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시간 전화 중계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손말이음센터가 있고, 경기도에는 경기도 의사소통 원격지원센터인 TRS가 있다.

관계자는 “통신중계서비스는 분명 발전된 서비스이나 순차통역이라는 점이 한계가 될 수 있다. 문자로 통화 내용을 입력하면 중계사가 음성으로 상대방에게 통화 내용을 전달해주고,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중계사가 다시 장애인에게 문자로 전달하거나 영상을 통해 수화로 통화내용을 전달하는 식이다. 해당 업장의 장애인 차별을 근본적 문제로 지적할 수 있지만, 때에 따라서 상대가 생소함에 당황하거나 바쁜 영업시간이라면 다급해할 수도 있다. 또한 통신중계서비스는 화상전화 등 정보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청각장애인에게는 여전히 접근하기 힘든 서비스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즉각적인 의사소통이 지원되고, 정보의 사각지대 없이 모든 청각장애인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는 수화통역센터다. 그러나 전국 자치구마다 있는 수화통역센터는 인력난에 놓여 있다. 10년간 수화통역사로 근무한 한국농아인협회 이민정 사회복지사는 “한 센터에 수화통역사 3명, 농통역사 1명이 배치돼 있다. 서울은 야간에도 배치되지만 대다수가 밤에 이용할 수 없고 인력이 부족해 경찰, 병원 등 긴급적인 것에 우선적으로 배치된다. 예산이나 인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청각장애인과의 접촉 빈도가 높았다면 상당부분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빚어지는 차별과 배제도 개선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장애인구 면에서 압도적인 지체장애의 경우, 감수성과 인식개선이 많이 개선돼 경사로나 장애인화장실 등 접근성을 높이려는 민간영업장이 많아지는 추세다. 그에 비해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보니 상당수가 문제를 속으로 삭히고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한다.

이민정 사회복지사는 청각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해 차별에서 배제되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지원서비스를 강조했다.

“청각장애는 활동보조서비스 수급 대상이 아니다. 현재의 활동보조서비스는 거의 대부분 지체장애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급선무이고 의사소통을 돕는 길은 제대로 된 교육권의 확립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 청각장애인 상당수에게 배움의 길은 요원하다.

실례로 대학 강당에서 어느 누가 수화통역이나 문자통역을 해주는가. 현재는 소수의 인증된 학교에서만이 가능하다. 활동보조서비스 같은 의사소통지원서비스가 정착돼야 하는 이유다.”

 

장차법의 개정과 인식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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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거부하는 체육시설 민간영업장은 위험에 대한 기우로 장애인들이 장애인들만을 위한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강윤택 위원장은 분리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실로암복지관이나 곰두리체육생활센터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에 헬스장 등 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굳이 근거리에 있는 민간시설을 두고 장애인들만을 위하는 이용시설에 가는 것이 권장할 일은 아니다. 분리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운영자들의 인식만 바뀌어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강 위원장은 10주년을 맞이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하 장차법)에 민간시설에 대한 차별 규정을 강제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0주년을 맞이한 장차법도 민간시설에 대한 차별의 규정을 좀 더 강제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공공시설에서는 장애인 차별이 금지고, 민간은 어쩔 수 없다는 접근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헬스장에 점자블록을 놓거나 볼링장에 가드레일 만드는 일은 간단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대한체육회에서 민간시설에 설치비나 인센티브를 일부 지원해 준다면 자발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는 민간시설장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민간시설들은 모두 협회에 가입돼 있는데 이들 협회를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 교육이 요구된다. 예산 면에서도 장애인체육시설을 만들려하기보다는 민간에 있는 시설들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진섭 교사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공공시설을 만드는데 비용면에서도 한계가 따르니 민간시설과 협약 같은 것을 맺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부에서 장애유형별 매뉴얼을 제작해 민간시설에 배포하고 직원들이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강윤택 위원장은 시각장애인 당사자이자 우리동작자립생활센터의 소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느낀 비장애인 위주 사회와 장애계의 감수성 부족에도 한마디를 했다.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주장하는 장애인 단체조차 언행이 모순될 때가 있다. 회의 자료를 미리 파일이나 점자로 주는 단체가 드물다. 휠체어장애인을 경사로가 없는 데 부르면 대단한 실례로 생각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자료, 음성자료를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엿볼 수 없었다. 장애인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있지만 장애계도, 사회도 제대로 된 인식을 갖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버스 기사가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을 탑승 거부하면 승객들이 그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볼링장에서 책임자랑 입장을 두고 티격태격하면 주변에서 차별에 비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런 게 더불어 사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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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미비, 눈총으로부터 과연 우리는?

기자회견이 있고 3주가 지나 기자는 해당 볼링장에 합의문에서 약속한 가드레일 설치 여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영업장으로부터 준비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사건 당사자인 이진섭 교사와 김대중 교사와 함께 강남역 일대 민간 영업장의 차별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동행했다. 기상악화와 시간상의 제약으로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없었지만 기억에 남는 두 곳이 있었다. 공공시설에 해당하는 서초관광센터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자료는 물론 입구는 턱이 있었고, 2층 전시실은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민간시설인 한 대형서점의 경우 두 시각장애인은 직원으로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에 관해 5분여간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장애인 입장 거부는 말 그대로 입장을 금지하는 것에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의 미비, 무시와 눈총 등 심리적 거부까지 포함될 수 있다. 법에서 보장하는 장애인의 권리가 의식 없는 사회와 개인에 의해 ‘노 장애인 존’이 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시점이다

 

작성자글. 김은정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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