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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선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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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울산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위탁기관으로 ‘사회복지법인 밝은미래복지재단’이 선정됐다. 이 결과를 두고 장애계에서는 위탁기관 재선정을 요구하며 강력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단체는 청와대 분수 앞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선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19일에는 장애아동과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울산시장에게 항의서한을 제출하려다 시청사 출입이 막혀 4시간이 넘게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선정에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 울산시뿐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위탁선정이 완료된 인천, 전북 등 지역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장애인권침해에 대응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학대를 예방하고,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인에 대해 사건 조사·조치 및 사후지원 하는 학대피해장애인 권익옹호 전담기관이다. 2015년 통과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따라 설치가 의무화돼, 2017년 1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중앙옹호기관) 설립을 시작으로 앞으로 17개 시·도에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지역옹호기관)이 설립될 예정이다.

중앙옹호기관은 △지역옹호기관 지원 △장애인학대 예방 관련 연구 및 실태조사 등 장애인권익옹호를 위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이에 비해 지역옹호기관은 보다 직접적으로 현장과 소통하며 △장애인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 응급조치 △피해장애인과 그 가족 등에 대한 상담 및 사후관리 등을 수행한다. 이전까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해 설립된 ‘장애인인권센터’ 및 민간단체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센터 및 단체 역량에 따라 지원 내용의 차이가 지역별로 발생하는 등 여러 한계점이 지적됐다. 앞으로 전국에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설립됨으로써 지역편차를 줄이는 등 장애인학대 문제에 대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현재 중앙옹호기관은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옹호기관은 각 지자체에서 위탁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를 포함해 지금까지 인천시(사단법인 인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위탁), 전라북도(사단법인 전라북도지체장애인협회 위탁) 등에서 위탁선정이 완료돼 개소를 앞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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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기관 선정 기준 적절했나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들은 위탁이 선정된 지역 기관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울산시 ‘밝은미래복지재단’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지역아동센터, 노인복지관 등을 운영하고 있는 법인체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위탁선정이 완료된 인천시의 ‘인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역시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런 시설운영 법인이 지역옹호기관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면 인권침해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설은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이다. 위탁선정 결과대로 지역옹호기관의 운영이 이루어질 경우, 만약 시설 이용자가 시설 관계자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하게 된다면 피해자는 시설과 동일한 법인에서 운영하는 지역옹호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구조를 알고도 과연 누가 인권침해 사실을 마음 놓고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옹호기관 위탁선정 법인의 인권 관련 활동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성연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울산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 공모 당시 밝은미래복지재단은 법인에서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1366 울산센터(이하 1366 울산센터)’ 경력을 강력하게 내세웠다. “하지만 직원들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일부 상담원을 부당 전보하는 등 직원들에 대한 운영재단 측의 부당대우가 있었다는 논란이 계속되면서 현재 1366 울산센터는 인권침해 가해 사건의 중심에 섰다. 이 법인은 장애 이외에도 노인, 아동, 여성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문어발식 복지사업을 하고 있는데, 1366 울산센터 운영을 제외하고 장애와 관련된 인권옹호 활동을 한 경험도 사실상 전무하다. 더욱이 이 법인은 폐쇄적 구조의 이사회를 가지고 이익창출을 통한 법인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적 성격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인권과 장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한 법인에 지역옹호기관의 역할을 맡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법적으로 문제 없으면 그만?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및 관련 지자체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담당자는 “법에 의해 운영되는 사안인 만큼 법률에 명시된 그대로 진행됐다. 만일 장애단체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률상 위탁에 대한 해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명시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문제가 발생되기도 전에 복지부에서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자체 담당자 역시 “우리는 지방자치단체로서 법에 의해 결정된 사항을 따를 뿐이다. 정 마음에 안 들면 법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장애계는 복지부가 그들의 요구를 담아 발의한 법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않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치라는 권리옹호체계의 일부 내용만을 담아낸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발의하고 통과시켰다며 비난했다. 이처럼 장애계가 강력한 반발을 보이자 복지부는 2017년으로 개정안 시행을 연기하고 옹호기관의 효과적인 권리옹호 체계 구축을 위해 장애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또한 잘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독립적이고 공정한 권리옹호 대응을 위해 까다롭게 담겨야 할 위탁기관의 자격조건이 「공공기관 또는 비영리법인」으로만 규정돼 지역옹호기관의 위탁대상이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에게까지 확대된 것이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행정부의 입장에 반박했다. “현재 법이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행정부는 법을 운운하고 있다. 또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이 섣부른 걱정이라고 하지만, 장애계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발생 시 그때 가서 위탁해지하면 된다는 주장 역시 말이 안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한참 뒤에야 겨우 수면에 드러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수많은 시설 학대피해 사례들이 증명하듯, 인권침해가 발생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법인 내에서 은폐가 가능하다.”

 

지역옹호기관 역할에 대한 이해 필요

복지부와 지자체는 지역옹호기관 선정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구체적 선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일부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복지부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격적인 지역옹호기관 위탁선정 과정에 복지부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 편이다. 세부적인 선정 기준 설정은 지자체 역할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 담당자의 말은 이와 조금 달랐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위탁선정 평가 기준표에 따라 지역옹호기관 선정을 진행했다. 사업계획표와 기준표 역시 복지부에서 그대로 받아왔다” 구체적 선정 기준에 대한 행정부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한편에서는 선정과정에 있어 심사가 투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김성연 사무국장은 행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지역옹호기관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은 사회복지사업이 아니다.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장애인의 편에서 언제 어디서든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최일선의 권리옹호 활동이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틀 역시 바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다. 인권침해 상황에 놓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장애인들의 권리옹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지역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결국 또 다시 시설에 갇히게 될 위험이 크다. 때문에 인권의 가치에 대한 기준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설치·운영돼서는 안 된다. 17개 시·도의 지역옹호기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예산만 갉아먹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지역옹호기관 위탁선정 결과에 반대하는 한 장애 당사자는 “최근 장애계에서 시설 폐쇄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는 버젓이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법인에 지역옹호기관 역할을 맡겼다. 이는 장애 당사자의 입장은 완전히 무시한 지극히 행정 편의상의 결정이다”라며 씁쓸함을 내비췄다.

작성자글. 정혜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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