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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

평택에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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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에 부는 봄바람... 그러나
평택 대추리, 도두리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평화바람이 작년 대추리로 이사 온 후 두 번째 맞는 봄입니다. 지난주에 내린 봄비에 마을 길가에도 들꽃이 피고, 초록잎도 제 싹을 틔웁니다. 지난 가을에 심은 보리는 황새울의 넓은 들판에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집 앞 텃밭에 고랑을 만들어 감자도 심고, 고추도 심고, 상추도 심어 밭을 가꾸느라 분주합니다. 285만평의 넓은 들녘에서는 트랙터로 논을 갈고, 씨를 뿌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지난 한달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대추리 작은 시골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국방부는 두 번씩이나 대추리 도두리의 황새울 들녘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강제토지수용 절차를 밟았습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 285만평의 논에 대한 ‘영농행위 차단’을 위하여 철거용역과 경찰병력을 투입하였습니다.
4월 7일, 5000여명의 경찰병력과 750여명의 철거용역이 굴착기, 포크레인, 레미콘 등의 중장비를 이끌고 대추리 마을 입구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을 굴착기를 이용하여 농로와 수로를 끊었고, 수로에 콘크리트를 부어 수로를 폐쇄하였습니다. 그리고 볍씨를 뿌려 놓은 논을 포크레인으로 파헤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평생 농사만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농민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땅을 치며 한탄을 하고, 가슴을 치며 울먹였습니다. 그리고 연대를 온 시민단체회원들과 함께 강렬하게 저항을 하였습니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팽성 주민들이 미군기지 때문에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평택에 외국군 기지가 처음 들어선 때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일제시대입니다. 안정리 일대에 일본군 비행장(활주로) 건설 공사가 시작되자, 대추리 주민들은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쫓겨났습니다. 그 후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일본군이 있던 자리는 미군이 대신하게 되었고, 기지는 더욱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이때 대추리 주민들은 두 번째로 자신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대추리 조선례 할머니(89세)는 미군에게 쫓겨나던 때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어렵고 또 추울 때 쫓겨나고, 집만 내주고서 뭐,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지. 그냥 저기 (불)도저로다가 담부텀 밀어서 창문 있는 디다 잔뜩 흙을 부어 놓고…, 나가라고 했어. 아무것도 못가지고 나왔지 뭐. 산소도 그냥 어이 나오라고 그래서 미처 못 나가면 그냥 봉분만 똑 떠서 여기 놓고 저기 놓고,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못해.”
대추리 마을의 원래 위치는 현재 미군기지 철조망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쫓겨나면서 보상은커녕, 살림살이 하나 제대로 건져 나오지 못했고, 심지어는 조상의 묏자리도 찾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또다시 미군기지가 확장된다면, 대추리 주민들은 자신이 살던 정든 고향에서 세 번째로 쫓겨나게 됩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위반
평택에는 미군기지가 안정리 및 대추리 일대에 위치한 150만평 규모의 캠프 험프리즈(일명, K-6)와 송탄에 위치한 218만평 규모의 오산공군 기지(일명, K-55)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용산과 동두천, 의정부에 있는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오게 되면, 평택에 349만평이 추가로 미군기지로 편입될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재 미군기지의 규모인 457만8천평에 349만평까지 더하면 평택에는 총 806만8천평의 미군기지가 들어서게 됩니다. 이 규모는 여의도의 약 3배 규모(여의도는 약 250만평)가 넘습니다.
전세계 주둔미군재배치전략(GPR)에 따라 2003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용산미군기지와 미2사단의 평택이전 계획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주한미군의 성격변화 관련이 있습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미국의 군사적 요구와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동북아시아 등 분쟁지역으로의 이동과 배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확장이전하고 그 기지를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나아가 세계 각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방어를 목적으로 주한미군의 주둔을 허용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배가 되는 것이며,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5조’에도 위배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택 미군기지확장은 전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는 황새울 들판에 수천마리의
새들이 모여들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땅을 지키는 농민들,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
대추리, 도두리 마을 주민들은 낮에는 트랙터로 논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사일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 7시 반이면 대추분교 촛불행사장으로 머리가 히끗히끗하신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발걸음을 옮기십니다. 2004년 9월 1일부터 지금까지 600여 일 동안을 한번도 꺼지지 않고 매일 밤 촛불을 밝혔습니다.
팽성주민들은 법적 소유권이 모두 국방부로 넘어간 집에서 살고,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소중한 고향땅과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위해 이곳에서 살면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최근에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대추리, 도두리로 모이고 있습니다. 처음 평화바람이 대추리로 이주해 왔던 1년 전에는 평화바람과 몇 명만이 이주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지킴이’라 불리는 새로운 이주민들이 대추리, 도두리로 이사를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평택의 소식을 접한 후, 평택문제가 부당하다고 느낀 사람들입니다. 농사짓는 게 좋아서 온 사람들도 있고, 평화운동가들도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있습니다. 지킴이들은 국방부와 협의매수를 한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빈집에 들어가 수리하고 살면서 마을 어르신들의 이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추리 마을 주민들도 이주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미군기지가 있던 자리 원대추리에서 미군에게 쫓겨나 현재의 마을로 이주를 했으니까요. 원이주민들과 새로운 이주민들은 그렇게 함께 살면서 농사를 짓고, 국방부가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집과 땅을 빼앗으러 들어올 때 함께 싸우며 막아냅니다. 마을 주민들은 지킴이들을 외부인이 아니라, 함께 사는 내 이웃으로, 주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생명의 땅을 미군기지로 줄 수는 없다. 올해도 농사짓자!
국방부는 주민들에게 ‘7월 말까지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라는 퇴거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4월 17일에는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영농행위를 차단하고 시설공사를 조기에 시작하기 위해 팽성읍 대추리 일대 285만평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군사시설도 없는 곳 - 민간인이 이용하는  집과 땅만 있는 곳에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만든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국방부는 겉으로는 주민들과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퇴거명령을 내리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만들고,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을 구속시키는 이율배반적인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법조항을 들이밀며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언제든 공권력을 투입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평택 남쪽에 위치한 작고 평화로운 시골에 사는 농민들의 삶을 국방부가 함부로 파괴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국민이 기본권인 재산권과 평화적 생존권, 행복추구권까지 파괴하며 농로와 수로를 훼손할 권리도 어디에도 없습니다. 팽성주민들은 보상이 아니라 남은 여생을 농사지으면서 편안하게 살고자 하는 작은 행복을 원합니다. 국민의 희생을 밟고 일어선 한미동맹이라면 결코 올바른 일이 아닙니다.
오늘 유난히도 대추리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낮게 날고 기지에서 나온 헬기는 논에 내려앉아 순찰을 하다가 돌아갔습니다. 마을입구에는 철조망 공사 조사작업을 하겠다며 공병대원들이 들어왔다가 마을 주민들에게 쫓겨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요즘 부쩍 대추리, 도두리에는 경찰차량, 국방부차량이 마을에 들어와서 사찰하고 감시하는 하는 일들이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농민들은 이런 것에 상관없이, 며칠 세차게 바람 불던 바람이 잦아진 들녘에서 또다시 농사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불법인 줄 알지만 농사를 짓는 것이 자신들의 삶을 지키는 것이자 평화를 지키는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팽성 농민들은 생명의 땅 대추리와 도두리에서 함께 농사지으며, 이 땅을 지킬 더 많은 지킴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 여름(평화유랑단 평화바람 활동가)
사진 밥(평화유랑단 평화바람 활동가)

작성자여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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