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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실효성 있는 장애우복지 정책을 펴야 한다>
 얼마전 우연히 텔레비전 뉴스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 회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날 안건은 가까운 시일내에 있을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관한 것이었는데 눈길을 끈 것은 다름아닌 초청 대상 명단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바에 의하면 순위의 첫 번째는 꽃동네 원생들을 비롯한 장애우였다. 역대 정권과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해 새 정부는 취임식에 소외계층을 우선으로 초청하기로 했고 그래서 거기에 장애우도 끼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이 보도를 접하는데 눈에 선하게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취임식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 앞자리를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이 차지하고 있고 그장면을 놓칠세라 언론이 앞다투어 취재함으로써 한국의 장애우들이 매우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세계 각국에 심어주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큰 행사에 장애우들이 초청 되리라는 것은 놀랍고 그래서 가히 획기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실질적인 복지 정책은 외면한 채 전시행정의 연장선상에서 또다시 동원 대상으로 장애우들을 전락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백번 양보해서 새 정부가 그동안 미흡했던 장애우 복지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의지의 과시로 장애우들을 초청했다고 해도 그말을 믿을 수가 없다. 그만큼 새로 들어설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새 정부가 장애우 복지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론에 흘린 공약은 바로 "지하철 무임승차"였다. 이 공약을 접하는 순간 나는 참으로 기가 막혔다. 장애우를 어떻게 보고 이런 공약을 내놓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공약에는 장차 들어설 새 정부의 장애우관이 녹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6공과 마찬가지로 새 정부 또한 장애우를 단지 "도와줘야 할 무능한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새 정부의 정책팀들은 고심을 하긴 했을 것이다. "장애우들의 기대는 높은데 어떻게 예산을 들이지 않고 생색을 내지? 옳지, 지하철 요금 반액을 전액 무료로 바꿔줘야 겠다. 어차피 휠체어를 타거나 장애가 심한 중증장애우들은 계단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할 테니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우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철도청이나 지하철 공사의 반발도 없을 테지". 무척이나 치졸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 정부가 언론에 흘린 장애우 관련 공약은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변화와 개혁을 외치면서도 정작 예산이 필요한 장애우복지 정책은 6공의 낡은 정책을 답습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 생계비에 훨씬 못미치는 2만원의 수당을 받는 장애우 수를 늘린들 뭣할 것이며, 까다로운 규정으로 그나마 이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자립지원 대출금 액수를 늘린들 뭣할 것인가. 모두 다 공허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무쪼록 새 정부는 지금이라도 발상의 전환을 하기를 바란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발상의 전환이란 지하철 무임승차를 발표하기 전에 장애우들이 이용 가능하게 편의시설 설치를 먼저 갖추는 것이고 자립지원 대출금 지원도 먼저 규정을 완화하는 것 등이다. 새 정부는 실효성 있는 장애우복지 정책을 실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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