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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과 만남]흐르는 물처럼 물레로부터 훌쩍 내려 거침없이 대지를 가로질러 다녀왔으면

척수장애우 모임 "물레방아"

본문

이들이 만나 풀어헤치는 삶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정보가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 몸을 움직이는 작은 운동기능에서부터, 사용 가능한 신체부위로 자신의 새로운 직업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나누는 다양한 대화는 모두 필요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갖는 정기모임은 정보교환의 장이 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만나요>
 매월 셋째 주 목요일은 물레방아 회원들이 모여 한 달 동안 쌓인 회포(?)를 풀고 서로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주로 모임의 장소로 이용하는 세브란스 병원 재활원과 남부장애자종합복지관 강당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꽃으로 시끌벅적하다.
 물레방아 회원수는 25명, 보통 정기모임에는 20여명의 회원들이 참가한다. 결혼한 회원들은 부부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서 40여명의 물레방아 식구들이 모이는 셈이다. 휠체어의 바퀴를 연상해서 지어진 "물레방아"라는 이름처럼 대부분이 휠체어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척수 장애우들인 만큼 정기모임이 있는 날은 휠체어의 바퀴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걸어오는 가족들의 환한 웃음이 더할 수 없이 정겨운 인사말이 된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외출을 맘대로 할 수 없는 장애우들도 많고 휠체어에 의존하다보니 사회활동 역시 제한되어 있어 활동영역이 좁아지기 쉬운 이들에게 있어 정보교환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만나 풀어헤치는 삶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정보가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 몸을 움직이는 작은 운동기능에서부터, 사용 가능한 신체부위로 자신의 새로운 직업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나누는 다양한 대화는 모두 필요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갖는 정기모임은 정보교환의 장이 되고 있다.
 물레방아 모임의 분위기는 "가족적이다"라고 정평이 나 있을 만치 회원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각별하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장애>
 90년 3월 척수를 손상당해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였던 사람들이 퇴원하면서 모임을 만드는 것에 의기투합, 당시는 열 명으로 출발하였다.
 "교통사고나 산재, 운동경기 중 부상을 당하는 등 척수손상의 주요 원인이 되는 이러한 사고의 발생빈도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척추결핵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의 질병으로 인해 척수의 손상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척수는 우리 몸의 중추신경으로 손상 정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한 번 다치면 거의 회복이 되지 않아요. 척추를 다치게 되면 뼈에도 이상이 가지만 신경인 척수를 손상당하게 되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에 마비가 오죠. 그 정도에 따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완전마비와 팔다리 몸통에 마비가 오는 사지마비, 몸통과 하지에 마비가 오는 하지마비가 있고 왼쪽 오른쪽 중 어느 한 쪽에만 마비가 오는 편측마비가 있어요."
 89년 8월 교통사고 척수장애우가 된 "물레방아"의 회장 홍이석씨(41)는 "척수장애우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인해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나 다름이 없어 많은 장애우들이 그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한다.
 갑작스런 정신적 신체적 변화로부터 가정과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격려와 도움을 주자는 취지하에 모임이 시작되었고, 실제로 "물레방아" 모임은 척수장애우들이 자신의 어려움과 사정을 토론하고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며 새 삶을 꾸려나가는 의지를 키우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 다쳤을 때는 뼈만 붙으면 나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는 것이 당사자의 심정이지만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주지 않아 몸의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도 많다"고 홍이석씨는 지적한다. 그래서 욕창이나 방광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여 다시 입원하여 수술을 받는 사람도 많단다. 그만큼 척수장애우에게 있어 운동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휠체어와 부대끼며 싸우며>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장애는 무겁고 낯설은 휠체어와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환경을 조장하고 누군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어쩌면 평생을 집 밖에는 나가지 못하는 좌절까지 심어주기도 한다. 그동안 다니던 직장을 관둬야 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배우자를 찾는 일도 수월하지 않은 사회적 장애까지 겪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밖을 나가면 보도턱 하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데 다른 어려움이야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어요?"
 100%가 중도장애우라는 척수장애를 언제 어느 때 당할지 모르는 나의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지금 보도턱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되어있는지 고려하는 복지정책이 이루어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진다면‥‥‥.
 "물레방아" 이름의 취지처럼 "언젠가는 흐르는 물처럼 물레로부터 훌쩍 내려 거침없이 대지를 가로질러 달렸으면 하는"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는 "물레방아" 모임은 더 이상 필요 없지 않을까. 그것은 홍회장의 의미 심장한 표현처럼 "작은 보도턱 하나"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글/고은경

 

 

작성자고은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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