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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닫힌 사회의 문을 여는 잡지를 위하여

장애우 전문잡지 『열린지평』을 만드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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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닫힌 사회의 문을 여는 잡지를 위하여
       장애우 전문잡지 『열린지평』을 만드는 여성들

 

 안국 전철역에서 내려 수운회관을 찾으면 근방에 분식집이 있고 그 2층에 "열린지평"이라는 선명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지난 93년 10월에 첫선을 보인 장애우 잡지 "열린지평"의 산실이다.
 50대 주부 다섯이 만들었다고 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열린지평" 사무실은 여성들의 공간이라 그런지 깔끔하면서도 인사동뒷골목의 찾집처럼 고풍스럽고 훈훈한 분이기가 배어 있었다.
 국판 크기에 60여 쪽 분량의 계간지 "열린지평"은 장애우와 비장애우 사이에 벽이 두껍고 사회적으로도 서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닫혀 있는 우리 사회의  의식전환을 위해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편집진 5명은 30년 넘게 친분을 가져온 같은 고향의 학교 동창들로 전업주부이며 자녀들이 다 커 뒷바라지가 필요 없는 점, 오래전부터 이웃을 생각하며 사회봉사를 했고 뜻 있는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열린지평"을 만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섯 사람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궁리하던 중 이웃의 힘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장애우"이고 또 그들에게 정신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책이란 생각에 93년 7월에 사무실을 내게 됐다.
 "우리는 정신의 힘이 육체적 고통을 극복해 줄 수 있다고 봐요. 장애우 중에도 그런 분이 많은데 그 이유는 교육을 받아서 자기 능력을 개발하고 정신적인 힘을 길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책의 내용은 교육과 그 성과를 강조할 거예요."
 84년에 등단한 시조시인이기도 한 편집장 박연신(52)씨는 "열린지평"의 방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열린지평"에는 슬프고 어두운 내용보다 밝고 긍정적인 얘기가 많다. 또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보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인가 이루고 극복한 사람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편집방향은 "열린지평"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잡지가 되게 했다.
 창간호인 93년 "겨울호" 목차를 보면 한국최고의 난(蘭)박사를 꿈꾸는 뇌성마비와 청각장애를 가진 하헌석씨, 구필화가 박종관씨, 청각장애우 만화가인 오건호씨 작업실이 등이 소개되고 특집으로 장애우 교육의 필요성과 현황을 비중있게 싣고 있다.
 장애우 매체가 거의 없던 차에 작년 가을부터 생겨난 "장애저널", "참사랑신문"과 함께 "열린지평"은 메마른 땅에 촉촉한 물기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겨울 "열린지평"은 장애우 매체가 일반인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아픔현실"을 톡톡히 겪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서점에서 팔리지 않아요. 책의 내용이나 편집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자부하고 있는데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장애우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거지요. 하지만 서점에서 해결이 나야지요. 영업에 대해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장애우 문제가 복잡다양한 사회의 여러 문제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 현실에서 5명의 여성이 그들 말대로 "겁없이", 오직 이웃의 아픔을 눈을 돌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열린지평"은 이런 점에서 여러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오십 줄의 풍부한 삶의 경험과 어머니의 넉넉한 품 그리고 "겁없이" 시작한 저돌성으로 "열린지평"은 굳게 닫힌 채 녹슬어 버린 "편견의 문"을 여는 데 힘을 더하고 있다.
 박연신씨를 비롯한 편집진은 완전히 무급으로 일하는 "자원활동자"들로 오히려 자신의 돈을 투자하며 "열린지평"에 매달리고 있다. 때문에 회원들의 정기구독료만으로도 무리없이 잡지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독자들은 계절마다 서점가에 꽂히는 따스한 얘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작성자오숙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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