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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작은 기획/여성]가사노동에서 경제적 자립까지

- ‘나눔의 집’을 통해서 본 여성장애우들의 생활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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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에서 경제적 자립까지

- ‘나눔의 집’을 통해서 본 여성장애우들의 생활공간 -
                              김미연 (함께걸음 객원기자)

 

 장애우의 신체적, 물리적인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채 이루어져 있는 교통수단이나 도로, 건축물, 교통수단, 주거공간등의 시설물들은 장애우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제약을 가하고 있다. 특히 주택의 경우엔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거동의 제한이 있고 움직이기가 다소 불편한 여성장애우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적인 주택구조의 유형은 여성장애우에게 심리적 육체적 부담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결국 그 공간은 일상생활마저 혹독한 시련으로 느끼게 한다.
 그런데 유심히 관찰해 보면 놀랍게도 문제의 근원은 ‘주택의 구조는 당연히 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 문제의 해결은 우선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스스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실천에 달려 있다.
<여성장애우들의 생활공동체 ‘나눔의 집’>
 ‘나눔의 집’은 여성장애우들 스스로가 자신의 장애에 맞도록 주거환경을 바꾸어 공동체생활을 꾸려가는 생활공동체다.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수원성 성벽을 끼고 약 4백 5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나눔의 집’은 5명의 여성장애우가 자신의 장애특성에 맞춰 주택을 개조하여 타인의 도움 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다.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지체장애우인 김봉순(33)씨와 문난희(35)씨, 강정임(28)씨, 또 세 사람과 정신지체 장애우 임향숙(42), 또 전신 뇌성마비 장애우 최영주(45)씨 이렇게 5명이 한 가족이다.
 아침 7시 기도시간으로 시작되는 하루 일과는 아침식사와 집안 청소를 끝내면, 본격적인 작업시간이다. 수예와 매듭으로 만드는 가톨릭 신자용 묵주 제작과 컴퓨터 전산 입력이 바로 작업내용이고 이 작업은 그들 수입의 주류를 이루는 수익사업인 셈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식사를 하고 점심식사 후엔 주로 외부일을 담당하는 김봉순씨가 외출하거나 손님이 오시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다시 작업을 들어간다. 저녁때가 되면 외출용으로 사용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족 중 한 사람이 시장을 보러 가고 또 식사 준비를 한다. 그 후엔 기도시간과 함께 각자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다.
 이들의 생활비는 시에서 보조하는 영세민 보조금 3만원(여름에 2만 5천원), 1인당 쌀 8킬로그램, 3개월마다 지급되는 6만원의 장애수당 그리고 가내작업, 전산입력 작업을 통한 수입으로 충당한다.
 ‘나눔의 집’ 식구들은 이러한 열악한 재정상황과 장애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비장애우의 도움 없이 경제적인 자립과 활동적인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작업을 찾는 여성장애우들에게 직업재활의 가능성까지 제시해 주고 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원인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김봉순씨는 “주가환경을 장애에 맞도록 알맞게 개조한 것과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가족들의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라고 대답해 주었다.

<휠체어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주거공간>
 ‘나눔의 집’ 역사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 실로암재활원에서 만난 김봉순씨와 문난희씨가 그 해에 서울에 취직하기 위하여 상경, 성남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고, 이 자취생활로부터 명실공히 생활공동체 ‘나눔의 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한 독일인 신부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수예품을 독일에 위탁 판매하여 생활을 꾸려가던 ‘나눔의 집’ 식구들은 그 후 사글세로 얻어 살았던 무허가 축사가 헐리게 되면서 곤경에 처하기도 했으나 수원교구의 도움으로 전셋집을 구하게 되었고 새로이 공동체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새로 얻은 집은 생활공간이 너무 협소하여 휠체어를 생활의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 가족들에게는 허리와 신체에 큰 무리가 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좀더 넓은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결국 생활은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가톨릭 수원교구에 도움을 청하여 수원교구 사회복지재단의 명의로 현재의 집에 정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지 49평에 건평 21평, 방 3개와 부엌 하나가 딸린 재래식 구조의 한옥이었다. 그러한 곳을 거의 몸체만을 남기고 바닥을 높였다. 방 한 칸은 화장실로 고치고 나머지 방 한 칸은 터서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게끔 넓은 거실로 만들어 집 내에서의 활동공간을 넓혔다.
 비록 5명이 방 한 칸에서 생활하지만 각각 개인 침대를 사용한다. 침대 아래에는 수납장을 놓아 화장대로 사용하는 등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불필요한 활동 폭을 좁혔다. 거실에는 자신들의 휠체어가 손쉽게 드나들 수 있는 넓이와 높이의 식탁과 주방시설이 있다. 싱크대는 휠체어를 타고 부엌일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잘라내어 높이를 조절하였고 싱크대 내의 선반을 없애 부엌일을 할 때에 휠체어 다리가 안으로 들어가게 하여 편리하고 안정된 자세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주방 가까이에는 욕실 겸 세면실이 있는데 그 안에는 휠체어에 앉아서도 능히 빨래를 할 수 있도록 세탁실을 꾸몄으며, 거울의 기울기나 변기의 도움손잡이 등도 욕실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거실과 연결된 모든 문에는 가늘고 긴 끈이 연결되어 있어 끈을 잡아당기면 문을 손쉽게 열고 닫을 수 있게 하였다. 방문의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여닫기가 불편한 점을 고려한 김봉순씨의 아이디어다.
 물론 방과 거실 사이, 거실과 마당 사이에는 문턱이 없으며 대문 밖으로 나올 때까지도 출입에 걸림돌이 없도록 충분히 배려되어 있다.
 “이렇게 주거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있어 타인의 도움 없이 장애우 스스로 주거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가질 수가 있죠, 또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경제적 자립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태도 의미가 있어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비장애우들이 장애우들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가 자유로와 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가족을 대표해서 김봉순씨는 ‘나눔의 집’ 주거환경 개선이 주는 유익한 영향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실제로 ‘나눔의 집’의 식구들은 자신들이 단지 함께 생활을 해 나가는 공동체로서 뿐 아니라 장애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까지 확대되는 공간>
 일본의 경우 1978년부터 장애인수첩을 교부 받은 지체 1, 2급 장애인 가정에 욕실, 화장실, 현관, 부엌의 개조비용을 보조해주거나 자신이 중·개축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비 일부를 장기 저리로 융자해 주는 제도가 있다. 그 외에 가정용 일상생활보조기구를 임대 또는 무상 지급하여 주생활을 보조하고 있다. 이 제도들은 복지사무소 또는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상담하고 급부해 주는데, 본인 및 부양의 무자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체육회 연구개발실 박을종 과장은 “우리나라도 장애우들의 주택개선을 위한 정부정책 차원의 재정지원이 가능 한한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전문 주택설계사와 건축전문가들이 장애우 주거환경 개선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과 주거환경은 여성장애우들에게 특히 중요한 공간이다.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까지도 확대되어 이루어지는 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주택과 주거환경이 여성장애우들이 활동하기에 자유롭고 편리하게 개선된다면 주부로서, 또한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함에 있어서 제약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여성장애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지고, 여성장애우 스스로도 자기 정체성을 갖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의 진보는 여성장애우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자신감과 기회를 심어주는 요소로도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작성자김미연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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