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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작은 기획/환경]내 힘으로 지킨 깨끗한 내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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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으로 지킨 깨끗한 내 동네
오현진 (주부·수원지역 "환경을 살리는 여성들 모임")

 나는 전원생활인 시골이 좋아 친정식구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믿음직스러운 남편을 따라 농촌으로 시집을 왔다.
 이곳은 옛날부터 농사를 위주로 생활하는 수원근교의 작은 농촌이다. 80년에 결혼을 해서 이곳 작은 안골에 보금자리를 꾸몄을 때만 해도 자연이 주는 평화와 풍요로움에 만족했다. 구불구불한 논두렁 산에 있는 작고 큰 이름모를 나무들 그리고 들꽃, 밤나무, 도토리나무, 새고사리, 진달래, 봄비에 애처로이 떨어지는 앵두꽃, 배나무, 토마토, 참외, 수박, 밭에서 자라는 싱싱한 푸성귀들, 장마 때면 나오는 징그러운 두꺼비, 논길을 가다보면 스르륵 자취를 감추려는 뱀들, 모두가 내게는 소중한 자연 친구들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농사 뒷바라지는 생각보다 퍽 힘들었지만 남편의 수고와 사랑에는 비교가 안 되었다.
 첫딸을 낳고 둘째는 아들이었다. 그 녀석이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로 기억된다. 이곳 밭을 임대해서 돼지를 기르고 젖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냥 막연하게 시골이니까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축의 분뇨에서 나오는 악취와 여름이면 수없이 날아드는 많은 파리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시골만이 가지고 있는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는 조금씩 깨졌다. 내가 원했던 환경이 조금씩 나쁘게 변화되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감수해야 하는지 거부할 용기를 내어야 하는지 때론 갈등이 생기고 때론 우울해졌다. 그러던 중 나는 아이들의 학교 문제에 욕심을 내어 시내쪽으로 분가를 하였다.
 어느 가을 시댁에 다니러 오면서 우리 집 건너편 느티나무 옆 5백여평 밭에 쓰레기 비슷한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어머니께 여쭈어보니 느티나무옆 밭을 임대한 사람이 재활용할 수 있는 산업쓰레기를 다시 가공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기본재료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을 분쇄시키기 위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계 돌리는 소리는 꽤나 시끄러웠고 주민들의 신경은 날카로와 졌다. 멀리서 보기엔 이상한 쓰레기 같은 것이 재활용 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시골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공해는 시작되었다. 나는 어머니께 불만을 터뜨렸다.
 "시골은 깨끗하고 조용한 맛인데 저렇게 시끄럽고 지저분한 일을 밭주인은 신경 쓰지 않고 임대를 주었지요?"
 "글쎄다. 다같이 먹고 살자는 일인데 난들 어쩌겠니?"
 어머니도 소음과 먼지를 하소연하셨다가 핀잔을 들으신 모양이었다. 내가 다시 아버님의 병환으로 시댁으로 들어왔을 땐 기계소리는 중단되고 산더미 같은 산업쓰레기만이 이상한 모양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재활용 사업을 하던 사람이 바뀌면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모두 철수하고 흉한 쓰레기만 남기고 가버렸던 것이다. 그것은 근 2년간이나 방치되고 있었다. 우리집은 둔대 높은 집으로, 작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마당에 서서 그곳을 볼 때마다 속상하고 못마땅해졌다.
 작년 봄이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던 중 환경교육 안내 포스터를 보고 메모를 해두었다. 6주간에 걸친 환경교육을 받고 이곳 수원지역 "환경을 살리는 여성들 모임"에 참석하여 환경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공부하게 되었다. 환경문제를 어떻게 실천해나갈까 애쓰고 노력하는 이분들에게 감사드리면서 나 역시 이 일에 동참할 것을 결심했다.
 나는 산과 들에 널려 있는 깡통들과 유리병을 줍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비닐을 수집해서 한곳에 모아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갖다 버렸다. 가족과 이웃분들에게도 협조를 구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재활용 산업쓰레기장 임대를 해주신 분을 찾아가 여태까지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 드렸다. 그분 역시 이 일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고 경관을 해치는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이웃주민들의 마음도 같았다. 재활용 사업을 하던 분들은 쓰레기 치워가라는 독촉을 받을 때마다 치워준다는 말만 되풀이 될 뿐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나는 또 한번 용기를 내어 수원시민환경감시단의 이름으로 수원시에 고발을 하였다. 고발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관의 요청을 받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판단했다. 며칠 후 구청에서 임대해 주신 분과 사업을 했던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오고가고 시정조치가 내려졌지만 서로 미루고 있었다. 나는 실망하여 마음만 무거울 뿐이었다. 어느 날 경기일보 기자가 이 문제를 취재해 보겠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그분에게 안내를 하며 취재를 도왔다. 다시 사진도 찍었다.
 다행히 이 문제는 기사화되어 파문은 급속도로 퍼졌다. 동회와 구청 직원들이 진상조사를 하고 강력한 제재조치가 취해졌다. 일정한 기간까지 쓰레기를 치워주지 않으면 많은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책임자는 밭을 임대해 주신 분과 사업을 하던 두 사람 모두 세 사람 몫이었다. 임대해 주신 분은 초조해져서 재활용 사업을 하던 두 사람의 집을 어렵게 찾아내어 의논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임대해 주신 분은 퍽 애를 쓰시고 마음을 졸이셨다. 며칠 후 대형 트럭이 몇 대씩 들어와서 움직일 생각조차 안 하던 산업 쓰레기를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 신기하고도 신나는 일이었다. 보기보다 쓰레기 양은 엄청나서 치워도 치워도 그대로인 것 같았다. 아직도 산업쓰레기를 치워가는 일은 이른 아침부터 계속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며칠 후면 이 일은 깨끗하게 마무리되어질 것이다. 같은 지역에 사는 한 주민으로 그 지역의 일을 고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깨끗하게 지켜 나간다는 공정한 판단으로 조용히 신념을 가지고 움직였을 뿐이다. 이 일은 아주 작은 일 같으면서도 큰일을 해낸 듯한 생각이 든다.
 아! 나도 환경을 살리는 일에 한 가지는 해내었다는 기쁨과 함께 깊어가는 밤에 어떻게 살 것인가 곰곰 마음을 정리해 본다.

작성자오현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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