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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작은기획/환경]쓰레기 안 만들기, 재생용품 사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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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안 만들기, 재생용품 사용하기
심경순 (주부·수원 ‘환경을 살리는 여성들 모임’)

<일회용 컵과 접시 버리지 않고 다시 쓰기>
 집안 살림만 하던 내게 어느 날 손에 쥐어진 환경교육 안내문은 생소하기만 했다. 그 안내문을 통해 시작된 환경문제에 대한 작은 호기심이 ‘환경을 살리는 여성들 모임’과 연결되고 어느덧 활동한지 4년이 되었다.
첫해는 교육생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그 이후는 교육과 실천을 병행하고자 부단히 애썼다. 환경문제를 너무 모르고 살아온 것에 대해 가끔 화가 나기도 했지만 모임과 활동을 통해 내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교육도 하고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는 ‘자원의 재활용’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무분별하게 쓰고 버리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거기에다 기업까지 가세, 날개돋힌 듯 팔리는 일회용 제품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약간의 편리함을 제공해주는 대신 환경파괴라는 엄청난 대가를 우리에게 지불하고 있다.
 일회용품은 명목상 일회용이지 사실 버리지 않고 두 번 세 번 그 이상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해서 나는 집안에 큰 봉투와 상자를 놓고 일회용품 껍데기나 용기를 분리해서 모았다.
 그 봉투와 상자가 우리집 미관을 좀 해치기는 해도 버려지면 좀처럼 썩지도 않고 골치 아픈 쓰레기가 될 것이라 깨달았기에 그것들을 모으는 데 신경을 쓰기로 했다. 비닐봉지도 크기별로 나누었고 어묵, 딸기 등을 포장한 일회용 스티로폴 접시도 크기별로 차곡차곡 모았다.
 요쿠르트 병, 플라스틱 우유병, 스티로폴 접시들은 모아서 깨끗이 씻어 말려두었다가 모임이나 행사 때 컵과 접시로 쓰인다.
 한번은 그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이 우리 모임에 와서 그러한 것들을 쓰는 것을 보고 환경을 살린다는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쓰면 되겠느냐고 항의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 회원의 설명을 듣고는 그러면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반응도 좋아서 한번 사용한 것을 보고 체험한 사람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기들도 그렇게 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우리 집만 실천한다고 되나요?’>
 나는 두 아들을 둔 평범한 어머니로서 내 나름대로는 환경운동을 실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산교육이 되기를 바랬다. 아이들도 그런대로 잘 받아주었다. 헌 노트에서 남은 것을 묶어 연습장으로 쓰기도 하고 될 수 있으면 여백을 남기지 않고 사용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어느날 중학교 2학년인 큰 아이가 내게 항의를 해왔다. 친구들이 “너희 집은 그렇게 가난하니? 연습장 살 돈도 없어서 그런 구질구질한 것을 쓰니? 그 안내장 묶은 것들은 다 뭐냐?” 라며 핀잔을 주었다는 것이다. 내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너무나 창피한 생각이 들어서 대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옷도 친척들과 돌려 입고, 참고서는 물론 학습용 테이프도 돌려가며 쓰고 말없이 열심히 따라주던 아이가 드디어 불만을 터뜨렸다.
 “엄마, 왜 이렇게 살아야 해요. 나 하나만 이런다고, 우리집만 이런다고, 나라가 바뀌나요? 누가 알아주나요? 이젠 저도 새 연습장 사서 쓰겠어요.” 아이의 마음을 이해는 했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 후 나의 끈질긴 설득으로 다시금 따라주었다. 어쩌면 마지못해 나를 따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재생용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백이 남아 있는 종이, 신문 사이에 끼어오는 각종 안내장 등을 묶어 연습장, 메모지로 쓰던 나는 요즘 아이들이 쓰는 연습장이 내가 도저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깨끗하고 화려한 종이로 잘 포장되어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재생용품 찾는 소비자 없어>
 작년 ‘세계 환경의 날’ 행사 때 우리는 ‘재활용품 교환전’을 열었다. 재생용지로 만든 부채, 휴지, 노트와 무공해 비누 등이 그것이었는데 재생용지로 만든 것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부 시책으로 몇 퍼센트의 생산계약을 받고 만들 뿐이지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게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말이었다. 의식 있는 소규모 기업만이 그것을 떠맡고 있는 현실이었다. 겨우 구한 물건을 전시하고 교환하면서 사람들에게 재생용품을 쓰자고 목이 터져라 설명하고 당부했다.
 5백 권의 노트 중 2백 권이 팔려 새 주인을 찾아갔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같은 부문을 맡아 하기로 하여 물건을 찾았으나 아무 곳에도 없었다. 작년보다 사정이 더 나빴다. 겨우 찾아간 회사는 재생용품 전문 디자인과 제작을 하는 곳이었다.
 열심히 모아진 종이들이 새 것으로 탄생하기까지는 공정과정, 유통과정, 인쇄, 디자인 등의 문제뿐 아니라 원가절감은커녕 펄프 수입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만드는 회사 측으로 보면 도저히 운영상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이 찾아주기만 한다면 긍지를 갖고 만들겠는데 찾아주지 않고 갈수록 외면하는 현실이고 보니 재생용지로 만드는 물품을 생산할 수가 없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접착제가 사용된 부분은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예전처럼 실로 가운데를 묶는 봉제식이라면 가능하지만 인건비 관계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찾아본 환경상품 전문업체라는 곳에서도 모르고 있었다.
 속상하고 어이없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노트의 경우 다 쓰고 난 것을 재생용지로 만드는 데는 20~30% 정도만이 재활용된다고 한다. 접착제 부분을 절단하고 찌꺼기로 남는 것을 걸러서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환경문제가 보고 듣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힘든 문제라는 것을 관여할수록 점점 더 절감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무리 부르짓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국가도 기업도 국민도, 모두가 지구를 사랑하고 자원을 아끼는 마음으로 함께 발맞추어 나가야 우리 환경을 살릴 수 있는데… 나는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재생용품을 찾아 나선다.

작성자심경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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