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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살맛나는 세상 우리가 만들어요."

살구여성회 여성들의 신나는 세상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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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세상 우리가 만들어요."
살구여성회 여성들의 신나는 세상살기
전경애 (함께걸음 객원기자)

<우리는 자랑스러운 구로지역 여성>
 뽀얀 종아리가 보일 듯 말 듯한 새색시 행주치마 가득히 갓 따온 풋사과의 맛!
 무더위 속에서도 아파트 단지를 돌며 폐식용유를 모아 무공해 비누를 만들어 주고 있는 이용숙씨의 모습에선 바로 이런 맛이 난다. 올해 마흔을 넘긴 그에게서 이렇듯 깨끗하고 싱그러운 맛이 나는 까닭은 그의 곁에 항상 바르게 살아가려는 살구여성회(살기 좋은 구로지역을 만들기 여성들 모음)의 아름다운 엄마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숙씨는 남편을 따라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와 이곳 구로구 독산동에서 벌써 15년이 넘게 살고 있다. 그동안 어렵게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이 많이 배우지 못한 안타까움에 남모르게 공부를 해보려고 애도 써 봤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3년 전 신문광고에 실린 "살구여성회 제 3기 여성교실"을 보고 드디어 배움의 길을 찾아 나섰다.
 "처음에 그곳을 찾아갔는데 지하 셋방에 물까지 새 어둡고 좀 침침해서 이상한 곳인가 싶기도 해서 좀 망설였어요. 그런데 거기 계시는 선생님이라는 분과 얘기하면서 용기를 가지고 한문과 영어초급반에 들어갔어요."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했는데 아이를 업고 오는 분들과 물론 환갑이 넘은 할머니들까지도 뒤늦게나마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지켜보면서 부끄러워 눈시울이 적신 적도 많았다고 하며 그는 어학교실 첫 입학식날의 감격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선생님께 열심히 배우고 집에 돌아오면 그날로 다 잊어버리기가 십상이었지만 단어 하나라도 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신기했는데요."라며 그는 그때의 설레임을 떠올리듯 가슴에 양손을 살며시 올려놓는다.
 3개월의 어학교실이 끝나고 같이 공부했던 엄마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동창회 모임을 갖기도 했는데 작년 살구회가 재창립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회원으로 가입하였고 이용숙씨도 감사를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도 우리 이웃>
 개인주의, 가족이기주의가 팽배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살구여성회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기 시작한 것은 작년 불우이웃 돕기 바자회를 준비하면서다.
 이들은 아파트나 주택가를 돌며 폐식용유, 무공해 비누, 재생화장지를 만들고 헌옷을 수집하고 간단한 생활용품이나 이불, 농수산물, 떡볶이 같은 간식류도 만들어 팔아 약 1백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사실 바자회를 여는 일도 힘들었지만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결정하는 일이 이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돈을 모아 놓고 나니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추천을 해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사람들을 전부 도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이들은 우선 몇 사람을 선정해 시흥 2동 산동네를 찾아갔다.
 아무리 빈민촌이라지만 그곳의 실상은 말로만 듣던 것보다 훨씬 참담했다고 한다. 두 세평도 안 되는 집들이 밀집된 판자촌과 공동화장실, 누더기와 악취 등 같은 하늘아래 살면서 어찌 이럴 수 있는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집은 부인이 교통사고로 인한 전신마비로 10년째 보상도 못 받고 누워만 있고, 또 발 뻗을 공간도 없는 비좁은 방에 네 식구가 살아가고 있었다. 어린 소녀가장이 늙은 할머니와 동생들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가정도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은 노인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내 소원이 죽기 전에 사진 한 장 찍어 두는 거였는데 이렇게 와주니 너무들 고맙수! 혹시 죽고 나면 자식들이 찾아와 장례라도 치러줄지 모르는데 장례식때 쓸 사진 한 장이 없어서"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던 할머니를 이들은 잊지 못하고 있다.

<남편, 자녀들의 든든한 지지 한 몫>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과 연탄을 조금씩 나눠주고 돌아온 후로 살구회 여성들에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막연하게만 갖고 있었던 "봉사"의 의미가 뚜렷해졌고 보다 유용하게 실질적인 도움의 길을 찾기 위해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렇게 회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활동하면서 이들은 살구여성회라는 공동체를 넓혀가고 있다. 작년 봄에는 형편이 어려워 식을 올리지 못하고 10년 동안 살고 있는 회원의 결혼식을 주선하고 도와준 적도 있었다. 좋은 일은 반으로 나누고 궂은일은 배로 나누어 갖는 살구회 여성들은 모두가 한 식구처럼 지낸다.
 사실 살구회 회원들은 거의가 가정주부이기 때문에 활동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처음에는 남편과 자녀들의 동의와 이해가 부족하여 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회원도 있었으나 이제는 대부분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가정도 사회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 살구회 여성들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리라.

<지역 속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대중조직으로>
 살구여성회는 이름 그대로 "살기좋은 구로지역을 만들기 위한 여성들의 모임"이다. 3년전 회장 김주숙 교수(한신대 사회복지)를 주축으로 한 10명 정도의 여성들이 힘을 모아 구로지역 내의 산재된 여러 가지 경제, 환경, 교육, 가정문제를 해결하고 d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데 취지를 두고 "여성교실"을 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작년에 2년 동안의 활동성과를 모아 지역여성의 대중조직으로 재창립되기에 이르렀다.
 살구여성회는 여성교실과 주부대학을 바탕으로 지역여성들의 자기개발과 지위향상을 도모하고 사회적인 제약과 불평등 속에서 여성이 해야 할 역할과 가치에 대해 교육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또 우리 문화의 올바른 보급과 정착을 위한 여러 가지 특별강좌와 교양 취미교실, 어린이 교실, 주민 도서실 등을 열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가고 있다.
 현재 구로구 시흥 4동에 사무실을 두고 약 1백 20명 정도의 정회원이 환경모임, 지역봉사모임, 독서모임, 등산모임, 등으로 나눠져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제 11기 여성교실이 진행 중에 있다.
 살구여성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외영씨는 "여성들이 사회의 당당한 주인으로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지역발전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대중조직의 하나로 성장해 나갈 석"이라며 살구여성회의 전망을 밝혔다.

작성자전경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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