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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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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육도연

쾌쾌한 니코틴의 냄새도,
아찔한 쐬주의 냄새도,
우아한 모카커피 향내도 베어있지 않은
나의 詩는 무공해이다.

몽롱한 진통제로 잠재우지 않은
시퍼런 통증의 샘물에 헹구어낸
쪽빛 희망의 언어를 풀어 詩를 쓴다.

어느 詩人은 노래했다.
건강한 노동으로 나도 먹고 살고
남도 살리는 이들에 비해
詩는 고통받는 이웃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심오한 관념의 독방에서 끄적이는
안개빛 詩를 거부한다.
화려한 언어의 나열로 옷입고
창백하게 빛나는 詩를 거부한다.

농부가 피땀 절은 논밭의 생명을 일구어
살림의 알곡들을 거두어 들이듯이,
지칠 줄 모르고 엄습해오는 통증과 맞서 싸우며
또다른 삶의 자리에서 피흘리는 아픔들을
일으켜 세울 생명의 詩를 낳아야 한다.

눈물나는 최루탄의 거리거리를 헤집고 다니며
목소리 합하여 침묵당한 양심을 외치지 못하지만,
건강한 육신을 뛰며 살림의 열매들을 맺지는 못하지만
오늘도 후끈한 참음의 그늘 아래
별빛詩의 목숨을 사는 까닭이다.


육도연 / 여·1960년생
지체장애우
장애인문인협회 회원

작성자육도연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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