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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르포] 사람이 그리운 장애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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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람이 그리운 장애우들

 

 

  찾아오는 사람이 드문 외딴 곳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은혜원과 문혜원 합쳐 509명의 장애우들,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들에게는 이 곳이 삶의 종착점일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세계적으로 탈시설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젠 시설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그 바람은 아직 이곳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장애우들, 그래서 사람이 그리운 장애우들, 이들도 우리 이웃이 분명한 이상 사람들 곁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소외받는 장애우들의 모습

잊혀진 장애우들을 찾아서
 장애우 복지시설 중에 아직은 낯선 시설로 중증장애우 요양원이라는 시설이 있다. 그런데 이 시설과 기존의 재활원과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기본적으로 장애우들을 수용 보호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이런 실정에서 굳이 정부는 구분을 지어 또 하나의 시설을 만들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 이유를 설명하는 정부의 장애우 정책 담당자와 시설 운영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말 그대로 재활원은 재활이 가능한 장애우들을 수용하는 시설이고, 중증장애우 요양원은 재활이 불가능해 요양만을 필요로 하는 장애우들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이런 명목상 구분으로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중증장애우 요양원의 설립이 본격화 됐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정부의 이런 구분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이 기본적으로 이 땅의 장애우 수용시설은 사회에서 혼자 살기에 벅찬 장애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졌다. 이게 재활원의 설립 배경이다. 그래서 재활원에 수용되어 있는 장애우들은 거의 다 중증장애우들이다. 중증장애우가 아니라면 굳이 재활원에 수용되어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재활원 자체가 중증장애우 시설인데 그 중에서 다시 중증장애우들을 추려내서 이들만을 위한 시설을 따로 만든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중증장애우 요양원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럽게 싹튼다. 중증장애우 요양원의 진짜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곳에 들어가 있는 장애우들은 어떤 중증장애우들인가.
 정부의 설립 취지대로라면 중증장애우 요양원은 장애우 중에서도 "가망이 없는" 즉,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는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규정에 걸맞게 대부분의 중증장애우 요양원은 외진, 사람들의 발길이 채 닿지 않는 산골짜기에 숨어 웅크리고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비정함을 느끼게 하는 중증장애우 요양원, 그 중에서 두 곳 은혜와 문혜 장애우 요양원을 찾아 잊혀진 장애우들을 만나 보았다.
 은혜와 문혜 두 장애우 요양원이 있는 곳은 강원도 철원이다. 새로 도로가 난 신철원 사거리에서 자동차로 판문점 방향으로 10킬로미터를 더 가 오른쪽 길로 접어들자 외진 산등성이에 건물 두 채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시계를 보니 서울에서 자동차로 꼬박 세 시간을 달려 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두 장애우 요양원은 군사보호시설지구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인가는 몇 채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부근에 규모가 큰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황량함을 느끼게 하는 이런 풍경 속에 서 있는 두 채의 건물, 아래쪽에 있는 건물이 문혜원이고 위쪽에 있는 건물이 은혜원이었다.
 먼저 새로 지어 외관이 번듯한 은혜원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사무실로 안내되어 원장 유시은 씨를 만났다.
 여기서 잠시 유시은 원장의 입을 빌려 은혜원 현황을 알아보기에 앞서 두 장애우 요양원 설립 배경과 당시 상황을 알아보자.
 편의상 두 장애우 요양원을 묶어서 언급하는 것은 두 시설이 건물은 따로 있지만 한 재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두 시설은 한 시설이나 마찬가지다. 두 요양원을 운영하는 법인은 사회복지법인 석람재단인데, 이 재단은 경기도 송추에 있는 송추 정신병원과 요양원이 모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석람재단 이사장 조태현 씨가 이 곳에 문혜 요양원을 설립한 것은 지난 1992년 1월이다. 설립 초기부터 재직한 문혜 요양원 원장 전보석 씨에 따르면 재단이 정신병원과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그 경험을 높이 산 정부가 장애우 요양원 설립을 권해서 문혜 요양원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문혜 요양원은 설립 초기 충현복지원서 19명의 장애우를 전원조치 받아 문을 열었다. 이후 주몽, 다니엘, 전애재활원 등 서울 시내 12개 재활원에서 서로 장애우들을 보내 얼마 안가 정원인 10명이 다 차버렸다고 한다.
 문혜원 설립에 정부 권유가 있었다면 은혜원 설립은 서울시의 요청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은혜원 유시은 원장에 따르면 서울시 관계자가 문혜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혜원정원이 꽉 찬 것을 보고 "서울시에는 아직 보낼 원생들이 많다."며 또 다른 요양원 설립을 재단 측에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은혜원은 작년 4월에 문을 열었다.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장애우들
 4층 건물 3개동으로 서있는 은혜원은 480명 수용규모의 대규모 시설로 지어졌다. 이 정도 규모의 장애우 시설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다. 가히 매머드급 시설인 셈이다. 은혜원 원장 유시은 씨에 따르면 은혜원은 480수용 규모에 현재 326명의 장애우들을 수용하고 있다. 정원에 못 미치는 장애우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은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예산이 지원될 예정으로 있어 정원을 채우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은혜원측은 파악하고 있었다.
 은혜원에 수용되어 있는 장애우들은 역시 모두 서울시내 장애우 시설에서 전원조치 되어 온 장애우들이다. 은혜원은 서울시 법인이기 때문에 예산 지원을 전액 서울시에서 받는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다른 지역의 장애우들은 이 곳에 들어올 수 없다. 은혜원이 자리 잡고 있는 철원 지역의 장애우들도 이 곳에 들어 올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시은 원장에 따르면 은혜원에 수용돼 있는 326명 장애우들의 나이는 4세에서 48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에서 15세에서 23세까지가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장애우가 108명이고 나머지는 남성장애우들이다. 원생들 대부분이 무연고자이지만 원생들 중에는 가족이 있는 장애우들이 40여명 가량 섞여 있는데 가족이 있는 장애우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린 게 특징이다. 이들은 76명의 직원들이 돌보고 있다고 한다. 76명의 직원 중에서 보육사만 58명이다.
 유 원장에 따르면 원생들 대부분이 정신지체 장애우들이다보니 따로 운영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다. 일요일에 자원활동자가 찾아오면 마당에 나가 햇빛 쐬는 게 고작이라는 것이다. 원생들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이고, 일어나서 있고, 밥 먹고, 하는 일 없이 하루를 지낸다. 장난감은 다칠 위험성이 있어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유시은 원장이 말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은 요양원의 실정을 대변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원생들은 아무 하는 일이 없다. 누워서, 혹은 앉아서 원에서 주는 밥을 먹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중증장애우 요양원의 설립 취지가 요양 보호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필요 없다고 강변할지 모르나 외부 사람의 눈에 이건 대단히 큰 문제점으로 비쳐진다. 장애우들이 뭔지 모르지만 거세당한 채 살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은혜원 장애우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곧 확인됐다. 유시은 원장은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원을 둘러보면서 직접 장애우들을 만나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혜원 원생 숙소는 바깥에서 문을 잠그게끔 되어 있다. 밖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원생들은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문을 열고 숙소로 들어서자 방마다 쇠창살이 쳐져 있었고, 원생들은 방안, 혹은 복도에서 서성이며 서있거나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은혜원은 층마다 분류해서 장애우들을 수용하고 있었는데 2층에는 남자 정신지체 장애우, 3층에는 정신지체, 뇌성마비, 지체장애 등 중복장애우, 5층에는 여성장애우, 6층에는 신변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이 있는 장애우들을 수용하고  있었다.
 정신지체 장애우들과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들의 사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체장애우들과는 대화가 가능했다. 3층에서 뜻밖에도 지체장애우들을 만났다. 그 중의 한 사람 김 아무개 씨, 그와의 인터뷰는 못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누워서만 지는 그는 "삼육재활원에서 26년 동안 지내다가 은혜원으로 전원 조치되어 왔다."며 말을 꺼냈다.
 그가 은혜원에 온 것은 작년 4월 26일이다. 삼육재활원 측에서 야유회를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는데 도착한 곳이 은혜원이었다. 그는 동행한 사회사업가와 보육사에게 "삼육재활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울면서 매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사업가는 "네가 나이 먹고 갈 데가 없는데 여기 있어야지 어떡하나."며 그를 놔두고 매정하게 돌아섰다.
 어쩔 수 없이 은혜원에 수용된 그, 그는 "지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었다. 그나마 삼육원에 있을 때는 친구들이 많아 심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잘 지냈는데, 이 곳에 오게 된 후로는 단 한명의 친구들도 찾아오지 않아 심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삼육원에 있을 때는 외출도 가능했는데, 은혜원에서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밖에 나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하소연 했다. 그는 "다시 삼육원으로 가고 싶다. 가서 직원들은 보기 싫고 예전처럼 친구들과 지내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또 한명의 지체장애우 최 아무개 씨, 여성장애우인 그도 마찬가지로 삼육원에 있다가 작년에 이곳으로 전원 조치되어 왔다. 올해 42세인 그녀는 "이 곳은 감옥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단정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가고 싶다. 하지만 가족들은 내가 여기 있는 줄 모른다. 내가 삼육재활원에 있을 때 원 측에서 나이 먹었으니까 데려가라고 하자 부모가 발을 끊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가족을 찾고 싶다. 가족을 찾아서 이 곳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곳은 가게도 없다. 과일을 먹고 싶은데 돈도 없지만 돈이 있어도 사 먹을 수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군다.

 

 

요양원이 삶의 종착점
 은혜원에는 현재 10여명 가량의 이들 지체장애우들 외에도 정신지체 장애우 중에서 신변처리가 가능하고, 일정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활동이 가능한 30여 명의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30여명의 장애우들은 재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곳에 오지 말아야 할 장애우들이다. 그런데 이들도 이 곳에 수용되어 있다. 때문에 분류 기준에 의문을 품게 한다. 은혜원 관계자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요양원에 걸맞지 않는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생 숙소를 둘러보고 나서 사무실에서 만난 은혜원 충무  조동태 씨는 은혜원에 있어서는 안되는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이들이 "채소밭에서 일도 하고, 원 일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은혜원에 오게 된 이유를 "기존 재활원에서 받아주지 않으니까 갈 곳이 없어서 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말이 나온 김에 그의 입을 빌려 중증장애우 요양원에는 어떤 장애우들이 가는지 알아보자. 그는 요양원이 "나이는 찼는데 교육은 더 안 되고 갈 데마저 없는 장애우들을 위해 지어졌는데, 하지만 현실은 기존 시설에서 뚜렷한 분류 없이 데리고 있기 곤란한 장애우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제한 후 "서울 시내 12개 재활원에서 지금도 서로 장애우들을 보낼려고 난리입니다. 그런데 보내는 장애우들은 대부분이 기존 시설이 데리고 있기 벅찬 장애우들이거든요. 어떤 시설은 동상이 걸린 장애우를 보내오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골치 아픈 장애우들만 보내오는데 이건 대단히 불합리한 처사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듣다보니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기존 시설이 중증장애우 요양원에 장애우를 보내는 것이 몇 해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원생 30% 내외에서 돈을 받고 장애우들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연관이 있지 않는가라는 추측이었다. 즉 재활원을 운영하는 운영자 입장에서는 가족이 없는 무의탁 장애우들보다는 가족이 있는 장애우를 받아 얼마간의 돈을 받을 수 있다면 그쪽을 더 선호할 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기존 원생들을 물갈이해야 한다. 물갈이 대상 장애우들이 요양원에 보내지는 것은 아닌지, 이건 정말 우울한 시나리오다.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혹이나 요양원에 오는 장애우들이 밀려서 오는 거라면 이보다 더 비정한 처사는 없다. 그렇지만 가슴 한 구석이 찜찜해 오는 것은 왜일까?
 다시 은혜원 얘기를 하자, 조동태 총무에 따르면 은혜원 원생들 1인당 하루 부식비는 정부 보조가 1천3백3십9원이다. 이 정도 부식비로는 원생들이 영양실조에 걸리기 딱 알맞다. 그래서 부식비에 대한 재단 부담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 다행히 시설 종사자에 대한 인건비 지원은 작년에 비해 많이 올라 그나마 한시름 돌리고 있다며 그는 월급 장부를 보여줬다. 그가 내민 월급 장부에는 보육사들이 평달은 평균 70만원, 보너스 달에는 평균 11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2교대로 꼬박 24시간을 근무하는 은혜원 보육사들은 40세에서 60세까지의 아주머니들로 채워져 있었다. 보육사돌 일하려면 무엇보다 전문성과 열정이 필요하지만 자격 있는 보육사는 은혜원이 외진 시골에 있다보니 오려는 사람이 없어 별 수 없이 아주머니들을 채용했다고 조 총무는 말했다. 보육사들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일이 원생들을 하루에 한 번씩 목욕 시키는 것인데 그 일에는 아주머니들이 적합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조동태 총무도 원생들이 갇혀 지내는 것이 은혜원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육사 한명이 평균 10명을 돌보고 있는 실정에서 누구는 데리고 나가고 누구는 안 데리고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다 라고 어려움을 강조했다. "그래서 97년 예산이 보호작업장 운영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너무 무의미하잖아요. 원생들이 하는 일 없이 지내니까, 하다못해 봉투라도 접게 해야죠." 은혜원 총무 조동태 씨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은혜원을 나와 문혜원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원장 전보석 씨의 안내를 받아 원을 둘러봤다.
 원장 전 씨에 따르면 문혜원에는 현재 180명 정원을 3명 초과한 183명의 장애우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그 중 지체장애우는 2명이 수용돼 있고 나머지는 모두 정신지체 장애우들이라고 한다. 이들을 49명의직원들이 돌보고 있다고 하는데,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기는 문혜원도 마찬기지였다.
 이미 은혜원을 둘러보고 난 후라서 그런지 되풀이된 원생들 숙소 둘러보기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한 층만 둘러보고 말았다. 다만 한 가지 문혜원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문혜원은 은혜원에 비하면 시설이 많이 낡았다는 것이었다. 원생들 모습도 은혜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지저분해 보였다. 때마침 저녁식사 시간이어서 원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한 정신지체 장애우가 식판을 들고 기우뚱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봄인데도 몹시 추워 보였다.
 찾아오는 사람이 드문 외딴 곳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은혜원과 문혜원 합쳐 509명의 장애우들,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들에게는 이 곳이 삶의 종착점일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세계적으로 탈시설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젠 시설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그 바람은 아직 이곳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장애우들, 그래서 사람이 그리운 장애우들, 이들도 우리 이웃이 분명한 이상 사람들 곁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글/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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