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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초점] 또 다시 밀려날 것인가

성동장애인 종합복지관 주민 반대로 건립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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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터, 쓰레기 매립장, 핵폐기물 처리장 그리고 장애인.
 최근 성동구 마장동에서 벌어진 장애인 종합복지관 사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얼마나 뿌리깊고 단단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주었다.
 88년 청량리 신망에 사건 이후 서울 장애인 시설 건립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성동 장애인종합복지관, 그 파헤쳐진 무지와 편견의 현장을 갔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말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학교설립에 성공해 장애아의 교육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던 장애판에 또다시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가 성동구 마장동 527번지 7백50여평의 사유지에 9억3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는 8월 개관을 목표로 점자도서관과 직업재활실 등을 갖춘 지하1층 지상3층의 장애인종합복지관 공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7일.
 그러나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 12월 22일 단 하루만 포크레인이 대지정리 작업을 했을 뿐 뒤늦게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을 알게 된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두달이 넘도록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장애인종합복지관 부지와 인접해 있는 성동구 마장동, 왕십리, 홍익동 주민 5백여명은 공사가 시작되자 이를 실력으로 저지하고 즉시 서울시와 성동구청 등 관계기관에 복지관의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보냈다.
 이들 복지관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김인범씨(57·부동산 중계업 성동구 마장동 478-15)를 대표로 5백40여명이 서명한 진정서를 통해 "이곳은 녹지대로서 이곳 주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매일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노인들께서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도 하는 녹지대 노천 노인정 등으로 주민들이 즐겨찾고 있는 곳인데 "왜" 하필이면 "이곳에" 장애자복지회관을 건립하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구청 측의 부지선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현재 "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하고자 하는 곳은 청계천 대로변 삼일고가도로에 접해있기 때문에 수많은 차량과 다수 보행인이 이용하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중요 간선도로로 "여기에 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하게 될 경우 도시미관을 해칠 요소가 다분함은 부인할 수 없으며, 도시발전을 위하여서도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대로변에 건립하게 될 경우 정서적으로 안정을 요하는 신체부자연(유)자들에게 부적합하기 때문에 한적한 시 외곽에 건립하여야 함은 당연지사라고 복지관의 이전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이곳은 서울시에서 제일 낙후되고 저소득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열악한 주거환경 등으로 "안 그래도" 소외감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장애자복지관"이 건립되면 더욱 낙후될 뿐이기 때문에 만약 성동구청에서 "진정인 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그대로 건립을 강행하게 될 경우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관(성동구청)에 있다고 경고했다.

아마 짓기 어려울 걸

 지만 1월 중순 복지관설립에 정지인 성동구 마장동 527번지 일대 청계 8가를 따라 1킬로미터 남짓 길게 뻗어있는 재개발 지구는 땅을 파헤치고 말뚝을 박는 소리 등으로 시끄러웠다.
 이 일대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22층 사옥과 청계천복개구조물 보수공사 현장사무소를 비롯 전면적인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으로 문제가 된 장애인종합복지관 부지는 최근 완공되어 마무리 손질이 한창인 성동구 환경미화원복지관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지정리 작업을 하다 중단해 군데군데 포크레인으로 파헤친 자욱히 남아있는 복지관부지에는 겨울바람 속에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 몇이 보일 뿐 을씨년스러웠으며 부지 뒤편 4층 건물 벽에 "장애자복지관 신축 결사반대" "서울시장은 책임지고 장애자회관을 철폐하라"는 등의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복지관 부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쌀가게를 하면서 통장 일을 보고있는 박병준 씨는 "우리가 장애자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다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으나 동네에 장애인종합복지관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왕 국가예산으로 장애자를 도울바에야 조금 나가서 공기 좋고 터 넓은 곳에 지으면 얼마나 좋으냐"고 진정서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와 함께 박씨는 "손이 성한 사람은 가내공업을 할 수 있고 다리가 성한 사람은 운동도 할 수 있도록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계획이 되면 얼마나 좋으냐"며 "성동구에서 그저 연말에 돈이 남으니까 후다닥 지어버리고 생색을 낼려는 것밖에 안 된다"고 구청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이 일대에 한참 재개발 공사를 하고 있는 다른 시설에 대해서는 전혀 반대를 하지 않으면서 유독 장애인복지관에 대해서만 반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런 건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더욱이 이곳에 지으려고 하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모르겠다, 여론에 듣기는 장애자 오백에서 천명 정도를 경노당 식으로 수용한다고 들었다"고 말해 복지관의 성격이나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대규모 수용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감(?)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복지관 건립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용시설과 수용시설의 차이점 그리고 이곳에 짓게 될 복지관의 성격을 누누이 설명했음에도 박씨는 "지금 동네에서는 재개발하나마나 소용없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어 아마 짓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가로 저어 과연 주민들이 자신의 말처럼 장애인을 생각해서 이전을 요구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구청별관이나 지어주지

박병준씨 집을 나와 진정인 대표인 김인범 씨를 만나기 위해 들린 부동산 사무실에는 예닐곱 명의 동네주민들이 모여 왁자지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왜 반대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김씨 등은 "아, 대한민국에 조감도 없이 공사하는 거 봤어요" "그거 뭐 잘못된 공사 아니에요"라고 되물으며 "장애자는 환자라고 봐야 하는데 왜 대로변 복잡한데 짓는지 모르겠다"고 오히려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종이까지 꺼내 그림을 그려보이 면서 "보시면 알겠지만 현재 그 건물은 설계상 출입구를 뒤(동네쪽)로 내고 있는데 아, 감출게 없으면 왜 길가 쪽으로 문을 내지 뒤로 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 중 몇 사람은 "내가 듣기로는 이 복지관이 장안평에 다  지을려 던게 이리루 쫓겨난 거라던데"하면서 은연중에 다른 지역에서 싫다고 쫓아낸 것을 우리가 왜 떠맡아야 되느냐는 투의 말을 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이 괘씸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을 "저질러" 놓은 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이 도리어 "맛 좀 봐야겠다"는 등 주민들을 우습게 보고 우롱하기까지 했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이젠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병준씨나 김인범 씨를 비롯 이곳 주민들은 "아, 차라리 구청별관이나 지어주면 동네 사람들한테 얼마나 유익하냐"고 하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대부분 자신이 살고 있는 마장동, 왕십리, 홍익동이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임에도 그동안 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던 행정기관과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장애인복지관 건립을 반대하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이 혹시 장애인이 싫기 때문에 둘러 부친 게 아니냐고 꼬치꼬치 따지자 "치사하게 사람 약점 잡을 려고 하지 말라"고 화를 내면서 "기본적인 양심으로 얘기해서 사실 대통령이라도 "장애인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한편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해지자 성동구청은 일단 공사를 중지한 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간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주민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성동구청 사회복지과 사회복지 전문요원인 강성구씨(35)는 "원래 그 부지는 20여년전 청계천을 정비할 때 철거민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으며 이들이 시유지를 무단 점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어 놓았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블록 전체를 모두 개발하는 것인데 유독 장애인복지관만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주민들의 반대가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할 복지관을 짓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을 설득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구청의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당장 공사를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복지관 건립은 성동구가 장애인복지 시범 구로서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며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남부복지관이나 주택가가 생기기 이전에 지어져 별 무리가 없었던 서울 종합복지관과는 달리 주거지역에 짓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대는 어느 정도 예상" 했기 때문에 "사회여론의 힘과 장애인 단체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의 반대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밝히면 오히려 쉽게 풀릴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고 전망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던 2백만원이나 들여서 말들었다는 조감도는 구청 한구석에 부서진 책장, 찌그러진 자전차와 함께 방치되어 있어 공사를 다시 시작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신망애"의 악몽 극복해야

 한편 마장동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이 주민들의 반대로 중지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장애판에서는 "만약 이번에도 또 지게되면 앞으로 서울에서도 더 이상 장애인관련 시설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함께 "지난 88년 신망애 사태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데 의견을 모아 공동 대처할 것을 결의했다.
 모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이번 마장동 복지관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마치 지역 주민들이 장애인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관계부처와 싸우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장애자시설 말고는 다른 어떤 것이 들어와도 좋다"는 것에서 여실히 드러나듯 "결국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망애 사태 때처럼 지역주민들과 장애인이 대결하는 형태로는 문제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이번 사태는 장애인 단체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그 지역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종교단체나 사회단체와 연대해 풀어 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뿌리깊은 혐오감 무능한 국가권력

 이번 마장동 장애인종합복지관 사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과 무지 그리고 이미 사회적인 가치기준으로서의 잣대 역할을 상실한 무능한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다른 집단의 정당한 권리는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다는 병적인 이기주의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사회풍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국가 권력이 계속 어우러지는 한 "더불어 사는 사회"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최근 서울시가 지역사회복지(CBR)정책의 한 방편으로 실시하려고 했던 그룹 홈 제도가 대 여섯 명의 장애인이 살 수 잇는 집을 구하지 못해 대폭 축소되고 있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작성자전홍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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