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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서울 도봉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랑마을 사람들

더 낮은 곳으로 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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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더 낮은 곳으로 임하게 하소서

- 서울 도봉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랑마을 사람들 -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한일병원에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가 되면 병실마다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병원 복도를 돌며 찬양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각 병실을 방문하여 환우들의 손을 맞잡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회복을 기원해 주는 사람들, 벌써 6년째 한주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 외롭고 쓸쓸한 병실에 불을 밝혀주는 사람들이 바로 사랑마을 주민들이다.

  사랑마을은 명칭에서 한 군데의 공동체로 인식하기 쉽지만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가 아니다. 사랑마을은 서울시 도봉구 지역에서 교회가 연합해 일을 하는 형태로 시작된 일종의 선교모임이다. 사랑마을은 88년에 4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신망애재활원 봉사에 나선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많은 지역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곳은 현재 일반적으로 부르는 호칭 대신 옛 마을에서 부르던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예컨대 마을 훈장인 김영복 목사 (지도목사)를 비롯하여 촌장(회장), 주민(회원)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 

  현재 사랑마을은 80여명의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래마을, 작은손마을, 누리마을, 글마을이라는  4개의 마을로 나뉘어져 있다. 노래마을은 주로 찬양선교를 맡고, 작은손 마을은 보육원이나 소년소녀가장 돕기, 무의탁 노인 돕기를 누리마을에서는 기독교 문화 공간 건립을 위한 기금마련, 글마을은 주민들을 위한 교육과 회지, 소식지를 발행하는 일들을 한다.

  ".. 오늘도 연 때처럼 병원 곳곳을 돌며 찬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간호사가 오늘은 아주 높은 분이 병원에 오시기로 했으니 조금 저쪽으로 가 달라고 한다. 진짜 높은 분들이 누군지 모르나 보다 ... 우리가 늘 만나는 환우 중에 용중 형제님이 여러 차례의 어려운 수술을 끝내고 이제 의수를 달으셨다. 기분이 좋았던지 옆방에 가서 자랑하고 왔다. 기도제목을 물을 때마다 나라를 위해서, 한일병원에 온 환우들을 위해서, 때로는 장애우들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부탁해와 우리를 자주 감격시키는 용준 형제님, 부디 하나님께서 주신 새 팔이 하나님 나라 확장에 쓰임 받으시기를...."
  노래마을 이미선 주민의 사역일기 중의 한 토막이다. 이곳 주민들이 지금처럼 환우들의 얼굴을 마주하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위의 일기를 읽지 않아도 쉬 짐작이 간다.

  가끔 "우리는 교회 안 다녀요, 나가주세요" 라며 몰아내는 따가운 시선들, 함께 했던 동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 때의 상실감, 어버이날  선물을 사들고 찾아갔으나 이미 환우는 임종하고 텅빈 병실문을 닫고 돌아올 때의 허탈함.. 어디 그 뿐이랴.

  그러나 처음에 한일병원에 들어섰을 때에 병원 측의 반대로 현관 앞에서 찬양을 부르다 돌아갔던 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지금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병원에서 만난, 언제 봉아도 항상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환우들을 찾아다닌다는 칭송을 듣고 있는 주진희 주민은 겸손하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자칫 이런 봉사활동을 한다고 오만한 마음이 들까 제일 염려스러워요. 항상 주님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잖아요? 그래도 목요일만큼은 이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정말 좋아요"

  또한 이번에 새로 노래마을 장으로 뽑힌 허우경 주민은 환우들의 입. 퇴원 현황파악은 물론 남보다 두 배는 더 이 일을 위해 애쓰느라 힘들 텐데도 그저 "하나님이 하라고 하니까 해요. 언제나 저희와 동행해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니까요"라는 그 한 마디 뿐이다.

  아마도 이들의 찬양과 기도는 그리스도를 믿는 자나 믿지 않는자, 듣는 자나 부르는 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슬픔과 기쁨을 나누려는 소망이 있는 한 언제 까지나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임내에서 두 쌍의 커플 탄생>
  서울시 도봉구 상계동 동막골 양지동산이라는 보육원에도 매주 금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사랑마을 주민들이 찾아간다. 양지동산은 전도사 한종임씨가 22명의 아이들(그 중 2명은 청각장애아)을 보살피고 있는 곳이다. 양지동산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무허가로 운영되는 곳이라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하고 설상가상으로 한종임씨 마저도 투병중에 있어 형편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양지동산은 무공해 콩나물을 재배하여 판매를 하거나, 양지 찬양제나 바자회, 일일 찻집 등을 열어 후원금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사랑마을 주민들의 작은 정성으로는 부족함을 채우지 못할 때가 너무 많아 사랑마을 주민들에게는 이 양지동산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한다.
  올 여름에는 여러 교회와 이랜드의 후원금을 받아 3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비가 새는 건물에 대한 보수작업을 벌여 대대적인 지붕공사를 마쳤다고 한다. 당시 양지동산이 무허가 건물이다 보니 건축자재를 반입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구청의 단속을 피해야 하는 어려움도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
  사랑마을 주민들은 양지동산을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아이들의 공부를 지도해 주고 여러 곳에서 생필품, 학용품, 책, 전자제품들을 모아 조달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사랑마을 주민들은 91년부터 김연준 할머니, 소녀가장인 경애네와 금자네 가정을 돕고 있기도 하다.

  경애는 신경여상 3학년에 재학중인데 다행히 지난 10월에 쌍용건설에 취직이 되어 두 동생을 보살피는 듬직한 가장이라고 한다. 금자 또한 집나간 무금언니 대신에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여중생 소녀가장이다.

  그리고 아들은 집을 나가 소식이 없고 며느리마저 세상을 떠나 혼자 사는 김연준 할머니, 할머니를 위해 지난 4월에는 할머니의 팔순 생신잔치를 사랑마을 주민들이 차려드렸다고 한다. 잔칫상을 받기 위해 미용실에서 특별히 머리도 단장하고 고운 화장에 한복을 차려 입으신 할머니의 모습이 꼭 새색시 같았다고 하는데 그 곳에 모인 많은 아들 딸, 사랑마을 촌장인 고창용 주민의 등에 업힌 할머니를 지켜보면서 이들 모두의 마음 속에 흐르던 눈물을 사랑마을 주민들은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랑마을의 파수꾼 홍승훈 군은 그동안 주민들 가운데 두 쌍의 커플이 탄생해 사랑의 보금자리를 가꾸어 가고 있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사랑마을의 자랑거리라고 하며 꽤 부러워하는 눈치다.

  "사실 기독교 내에서도 교단 간의 갈등으로 인해 잘 화합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사랑마을은 교과를 뛰어 넘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일을 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교회가 모여 있기 때문에 재정적인 후원은 물론 수양원이나 교육관 같은 장소도 제공받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라고 홍승훈 군은 이야기 한다.

  사랑마을은 어느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고 행정구역상으로도 분명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다. 그러나 사랑마을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낮은 자리에서 사랑을 함께 나누는 이웃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글/전경애 (함께걸음 객원기자)

 

작성자전경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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