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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여성]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서울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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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5일부터 30일까지 라마다 올림피아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서울토론회가 남북한 일본 대표를 비롯하여 각계 여성인사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분단된 지 46년만에 한자리에 모인 남북한 여성들은 그동안 맺힌 통일 열기를 서로 확인하고, 여성들이 통일을 앞당기는 주역이 되자고 다짐했다.
  11월 26일 남북한 대표가 발제로 나선 1차 토론회("가부장제 문화와 연성"/남한 조형 교수)와, 2차 조평통 서기국 참사) 발제 내용을 요약해서 싣는다.

<가부장제 문화와 여성>
 가부장제 문화가 보편적으로 지니는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남성 중심적이며, 둘째 남성이 여성에 비해 우월한 존재라는 가치평가, 셋째 남성세계와 여성세계의 분리로 남성에 의한 여성지배의 구조가 재생되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분단 46년간 남한 사회는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양대 이념으로 하여 많은 변화를 경험해 왔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면서 여성들의 삶의 방식과 사회적 지위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조선시대이래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가부장제 문화는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일부 여성들은 스스로의 권익을 신장하는 여성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가족법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탁아법 제정을 위한 꾸준한 노력과 여성에게 불리한 세법 개정, 지방자치법 개정, 지금 진행 중인 성폭력 추방을 위한 입법화 과정 등은 여성의 법적지위 향상을 위한 성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살펴보면 우선 여성의 취업 활동이 꾸준히 증가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취업에 있어서 여성이 집중적으로 종사하는 분야와 남성이 집중하는 분야가 구분되어 직업활동에서 남성세계와 여성세계의 분리를 지속시키는 점은 가부장제 문화의 한 단면이다. 또한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평균 임금과 비교할 때 반 정도에 불과하는 등 임금상의 차별을 받고 있는 점,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들의 취업률이 매우 저조한 이유로 탁아시설이나 기타 가정복지를 위한 시설의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여성의 가족에서의 지위를 살펴보자. 남한 사회가 겪은 크고 작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가정 내에서 생산하던 많은 물품을 시장에서 상품으로 구입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족원간의 분업이나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다른 영역에 비해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측면이 보인다.

 가정 내에서의 뚜렷한 성별분업, 남아선호(男兒選好), 최근에 문화된 가정에서의 성폭력 문제 등은 가부장제 문화의 단면들로 파악된다. 가정이 사적(私的)인 영역이고 부부관계나 부모자녀 관계가 친밀한 사적관계라는 이유 때문에 여성운동에서 가족에 관련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지적된 문제 이외에도 가부장제와 자분주의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많은 여성문제들이 연구와 토론의 관심사가 되어왔다.
 여성들은 스스로의 권익신장을 위해 법적, 제도적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고 기업들과 투쟁을 벌이는 등 사회적으로 저항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여성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부딪치는 많은 문제들은 상존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권 제한 은 그 한 예가 된다.

 남한사회에서 가부장제 문화와 위계질서를 강화해 온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남북 분단에서 비롯된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체제와 국경을 넘어 여성의 이러한 생활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와 남녀 평등을 구현하는 방법을 논할 때가 왔다. 이번 서울 토론회가 보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모임이 되기 위해서도 여성들인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제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를 건의해 본다.

 첫째, 남과 북 두 정부간의 통일을 위한 회담에 여성대표를 내는 일이다.
 둘째, 이제까지 남쪽 여성들이 열심히 해왔듯이 각 사회에서 가부장제 문화와 남성지배 구조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하는 일이다.
 셋째, 한 세대가 넘는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남북간에 형성된 이질성을 극복하는 데 여성들이 앞장을 서는 일이다.
 넷째, 남과 북 그리고 일본 여성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추진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다섯째, 여성들이 교류가 생활에도 서로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통일과 여성>

 통일이야말로 조국을 살리고 우리 여성들을 살리는 길이다. 우리 여성들의 운명과 관련되는 조국통일 위업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주체는 7천만 겨레이며, 여기에서 우리 여성들이 절반 역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여성들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양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한 의지와 지향이 누구보다도 강하고 통일 위업에 적극 투신하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여성들은 낡은 가부장적인 속박의 울타리 속에서 사는 연약하고 힘없는 여성들이 아니라 자주성을 지향하는 현시대의 중심에 뛰어들어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책임지고 개척해 나가는 힘있고 존엄 있는 역사 발전의 주체로 등장했다.

 오늘에 와서 우리 여성들은 통일을 위한 단순한 잠재역량이 아니라 통일운동을 실질적으로 떠밀고 나가는 힘있는 주체로 되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여성들의 노력과 투쟁에 의하여 조국통일은 어 이상 우리 겨레의 염원이나 미래상이 아니다. "1995년을 통일의 원년으로 만들자"는 구호는 남과 북, 해외가 다같이 외치고 다같이 실천해 나가는 통일의 이정표다. 우리 여성들은 어떻게 하든 이 통일의 이정표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조선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막고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여야 한다.

 우리 여성들은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불가침 선언을 채택하고 군축을 실현하며,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을 철수시키며 비핵지대화를 실현하는 데 다같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 나가야 할 것이다.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 평화적 전제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통일방안을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방안을 찾아내고 전민족적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은 통일을 위한 필수적이고 중요한 과제이다.

 분열된 나라에서 통일을 실현하는 방안에도 두 개 국가가 병존하면서 장차 제도적 통일로 나아가자는 방안과, 연방 형식의 통일국가를 세우고 그 테두리 안에서 남과 북의 두 제도가 공존하면서 민족적 통일을 실현하는 길로 나가자는 방안, 이렇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제도적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당장은 현실적인 가능성도 없거니와 부정적인 측면도 매우 많다.

 연방제 통일방안의 기본 내용은 남과 북에 있는 서로 다른 두 제도를 그대로 두고 남과 북이 동수로 연방정부를 구성하여 그 밑에 같은 권한과 의무를 지니는 지역 자치정부를 내오되 잠정적으로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 높여나가는, 연방제 통일을 점차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 가운데서 민족을 우선적인 자리에 놓고 전개한 방안이라 말할 수 있다. 통일문제는 그 자체가 갈라진 국토와 겨레를 하나로 합치는 민족 문제이지 결코 제도 문제는 아니다. 민족은 항구적으로 존재하지만 민족 안에서 제도는 사회적 발전과 더불어 변한다.
 온 민족의 이익과 관련되는 통일문제는 어느 일방을 고립시키고 타방을 끌어당겨 다수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당국과 정당, 단체 대표들의 만장일치의 합의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남과 북의 우리 여성들이 조국통일 방안을 같이 모색하고 확장하려는 "민족통일정치협상회의"를 소집하기 위하여 함께 노력할 것을 호소한다.

 조국통일은 그 주체인 민족 성원들과 함께 우리의 모든 여성들이 통일의 주체임을 확실히 깨닫고 통일운동에 적극 동참해 나갈 때 비로소 빨리 실현될 수 있다. 또한 우리 여성들이 이 과업을 위해 서로 화해하고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화해와 단합은 곧 통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국 통일을 위해 우리 여성들의 통일운동을 끊임없이 확대·발전시켜 나가는 것과 함께 이 운동을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지식인 등 각계 각층의 통일운동과 연대하는 사업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 여성들의 통일운동에 자기의 가정부터 합류하게 하고, 이웃이 합세하게 하며, 동과 마을, 직장이 합류하게 하고 온 나라와 온 민족이 합세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조국 통일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당국 대화와 민간대화가 모두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남북·해외 여성들이 자주적인 대화와 접촉, 교류를 확대·발전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굳게 닫혔던 첫 관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만남으로 평 될 것이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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