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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사랑의 선교 수사회 인천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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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맨발의 벽안의 수녀를 기억한다. 그녀의 이름은 마더 테레사. 그녀는 세계적 빈민의 어머니로 추앙 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빈민 구호 조직인 사랑의 선교회를 이끌고 있다.
사랑의 선교회는 청빈, 정결, 숙명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복음 3명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
사랑의 선교회 국내 조직은 크게 수녀회와 수사회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사랑의 선교 수사회는 77년에 처음으로 서울에 설립되어 89년 현재 부산, 광주, 인천, 대전, 영등포에 각각 분원을 두고 있다.
이번 달에는 사랑의 선교 수사회 인천분원을 찾아 그 곳의 삶의 모습을 엿보기로 한다.

사랑의 선교 수사회 인천 분원은 세 분의 수사님들을 중심으로 여덟 명의 불우한 식구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으로 인천시 동구 화수 1동에 위치하고 있다.
전철을 타고 가다 동 인천 역에서 내려 구두 방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300여 미터쯤 더 올라가면 회수동이 라는 동네가 나온다. 동네가 한적하고 모두 기와집이기는 했지만 빛 바랜 지붕들이 계단 모양으로 언덕을 이룬 듯한 것을 보니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해야 할까보다. 사랑의 선교 수사회는 그 언덕의 맨 꼭대기, 큰 교회의 맞은 편에 있는 낮은 지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자리 잡고 있다. 키 작은 대문 오른편에 "사랑의 선교 수사회"라는 목 간판이 매달려 있다. 대문을 들어서니 왼편으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낡은 휠체어가 우선 기자의 시선을 끈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시간이 매주 토요일에 한 번 있는 미사 시간이어서 기자는 잠시 밖에 서서 집안을 둘러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작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집안의 동선이 길어 편리하게 짜여진 구조는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계단을 두 개 내려서서야 식구들이 기거하고 있는 방에 들어설 수 있고 처마가 낮아서 답답한 느낌마저 갖게 된다. 마당 오른 쪽으로 부엌이 있고 그 맞은 편의 방문에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쓰여진 방이 아마도 수사님들의 거처가 아닐까 싶다.

얼마 후 미사가 끝나고 점심 식사시간이 되어 기자는 생각지도 않았던 점심을 식구들과 같이 나눌 수 있었다.
길다란 상에 식구들이 모두 얼굴을 마주 보며 식사를 하는데 서로 얘기도 하고 반찬도 집어 주고 하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듣기고 하고 노래도 부르며 소화를 시킬 시간을 갖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한 수사님이 계셔서 마치 어떤 친목 모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끔 한다.
현재 이곳의 식구들은 수사님들 세분과 아저씨들 여덟 분들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아저씨들은 대부분이 장애인인데 하지가 마비이거나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분도 계셨다. 이곳에 오게 되는 동기는 아는 사람들의 소개를 받거나 수사님들이 직접 모시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란다. 이곳의 원장 수사님은 이 임마누엘 수시님이시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젊으시다. 그분으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랑의 선교 수사회의 설립 정신은 사랑입니다. 수사라고 하면 아직 사회에서 낯설지만 아마 수녀님들을 생각하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수도 생활을 한다는 면에서는 수녀·수사가 모두 같지만 여와 남의 차이라고 나 할까요" 말씀하시는 도중에도 사랑을 여러 번 강조하시는 원장 수사님은 현재 발생되는 사회 범죄의 문제라든가 청소년·노인 문제 등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랑이 부족한 때문 일거라고 생각하신 단다. 수사님들의 하루생활은 오전에는 기도 생활을 하며 식구들과 함께 보내고 오후에는 시립병원, 빈민가, 시장, 역전 등을 걸인 아저씨들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인격적으로 대화하고 친구가 되어 줄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현재 인천 분원에는 동역자로 똑같이 젊으신 김 이시도루, 방 프란치스코 수사님이 계신다.

이곳의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웃으시면서 부족한 것이 없이 풍족하다고 대답하신다. 정기적인 수입은 없지만 교인이나 이런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어 뒤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단다. 정부의 보조금도 받을 수는 있지만 만약 받게 되면 정부의 시책이나 시설 기준 등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또 이러한 공동체 생활이 좋지 않은 일에 이용될 소지도 많지 않겠느냐고 하시며 더 이상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한 가족으로서 할아버지, 아버지, 형제를 대하듯 식구들과 화목한 분위기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란다. 매일의 생활은 식구들 각자가 맡은 일이 있어 청소 등은 서로 도와가며 하고 식사 준비도 같이 한단다. 다만 마음 아픈 것은 식구들이 이곳을 나가게 될 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이 거리로 나가게 되는데 어떤 뚜렷한 대책을 세울 수가 없어 고민이란다. 기본적으로 여기 모셔오는 분들은 전염성 질병이 아닌 단순한 치료를 필요로 하거나 잠시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마침 옆에 앉은 아저씨와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기자는 아저씨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17세의 소년이었다. 그는 심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부천에서 왔는데 어떤 수녀님의 소개로 오게 되었단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그에게서 나폴레옹의 매듭이라든가 동화 등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그는 음악도 좋아하고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단다. 오후가 되었을 때 외부에서 손님이 몇 분 찾아왔다.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의 교감 선생님 부부와 동네의 할머니들, 동네 꼬마들이다. 자원 봉사자도 두 분 오셨는데 그 날 만난 자원 봉사자 아주머니 한 분은 "수사님들이 얼마나 검소하게 생활하시는지 몰라요. 야채를 다듬을 때도 알뜰하시고요. 옷은 두 벌 이상을 지니지 않으셔요. 그것도 헤질 때까지 입고 그 이외의 옷가지가 선물로 들어오면 동네에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줘요. 음식이나 과일도 마찬가지예요" 라며 수사님들 칭찬이 대단하시다. 요즘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의 집을 지어주시느라고 수사님들 이 애쓰고 계신단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아마도 이곳은 동네 전체 주민들의 전폭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인 것 같다.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청량리 신망애 사건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된다. 이 동네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식구들보다도 더 어렵게 사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소녀 가장도 있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도 많단다. 그 날도 소녀 가장이라는 여자아이가 찾아왔는데 수사님들이 손수 기름을 발라 구운 김과 선물로 들고 온 고기를 볶아 정성스레 싸주시는 것을 보았다.

그 날 기자는 예상 취재 시간을 훨씬 넘겨 오랜 시간을 그곳 공동체에서 머물렀다. 그 이유를 변명 삼아 말하자면 우선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고 편안했으며 식구들 또한 처음 만난 사람들이면서도 서먹서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같이 어울려 얘기도 하고 설거지도 도우면서 나중에는 저녁 식사까지 염치없이 먹고 수사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공동체를 나섰을 때는 여름 초입의 긴해도 저물어 시계는 이미 여덟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둠 저 멀리 인천 부두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새로 나온 불빛들이 마치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작성자조계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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