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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여성장애우 모임 "빗장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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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장애우 모임 "빗장을 여는 사람들"


 

  모 여성문제 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 아무개씨는 지난 늦여름, 말씨조차 어눌한 여성장애로부터 한 통의 상담전화를 받았다. 이씨가 전한 상담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상담을 요청해 온 여성은 평소 얼굴 정도만 알고 지내던 상대로부터 강간을 당했고 이후 그 남성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접근해 왔다. 스물다섯해를 살아오면서 가족 외 사람들과의 만남이 극히 드물었던 그녀에게 있어서, 비록 원치 않는 방법에 의해 시작된 만남이긴 했지만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삶의 희망으로 자리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상대방 남성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해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가해자인 남성은 그가 지니고 있었던 습성대로 다른 상대를 찾아 떠났으며,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상황에서도 그녀는 난생 처음 한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거짓된 사랑"의 기억속에서 힘겨워 하고 있다.
  상담원 이씨는 "처음 전화가 걸려온 후 지금까지도 계속 같은 내용으로 상담을 요청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겠냐구요. 장애우 비장애우 구별할 것 없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성폭행 사례이기 하지만 , 이 경우 피해자 내면에는 사람- 단순한 이성의 의미를 떠나서- 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포기해요" 혹은 "고발하세요"라고 말한다는 것은 이 여성에게 있어서 그나마 남겨진 한가닥 희망을 앗아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저희로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여성장애우의 성폭행 사례를 접하면서 이씨를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앞서 든 사례에서와 같이 장애로인해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만남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사람을 그리워하는 심리를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나 이해가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어떠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여성과 장애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지식을 함께 지닌 상담창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이씨는 말한다.
상담원 이씨의 이야기와 같이 최근들어 부쩍 여성장애우의 성폭행 사실과 관련, 본인 혹은 그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걸려오는 상담전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 여성관련 상담창구에서 일하고 있는 상담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굳이 이들 상담원의 목소리를 빌지 않더라도, 여성장애우의 성폭행 사실은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려져 왔다. 하지만 문제가 안고 있는 심각성과는 달리 여성장애우가 안고 있는 연구는 여성계 쪽에서도 그리고 장애계 쪽에서도 논외의 영역에 놓여있었다.
  이와 같은 여성장애우의 상황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여성장애우분과가 지난해 12월15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마련되었다.
  분과의 명칭은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하 빗장)"
  여성과 장애우를 향해 사회로부터 드리워진 걸림돌을 하나씩 거두어낸다는 의미를 지닌 "빗장"은 현재 장애우 아홉 명, 비장애우 네 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장애우만으로 회원이 구성될 경우, 자칫 편파적 혹은 주관적인 관점으로 흐를 우려가 있으므로 비장애우들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우 문제가 장애우들의 힘만으로 해결되지 않듯이 여성장애우 문제 또한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는 데 생각이 모아졌다고 할 수 있지요"라고 송지분(미키 코리아 근무)
  회원은 현재의 구성원에 대해 설명한다.
  "빗장"의 설립 배경에 대해 이은하(청각장애인복지회)회원은 "92년 6월 성폭력 특별법 제정 당시, 연구소가 여성단체와 연대 활동을 벌이면서 여성장애우의 성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삽입하는 하나의 성과물을 얻어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여성장애우가 지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한정된 범위 내에서 였지만 어느 정도 알려졌고,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 하나의 동기가 됐지요. 그리고, 보다 직접적인 계기라고 한다면 지난해 말 한국여성NGO(비정부기구)위원회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여성 포럼 보고대회에서 오는 9월 북경에서 열리는 제 4차 "세계여성NGO포럼"에 대해 논의하면서 처음으로 장애인 분과의 채택이 결정됐고, 이 분과에 저희 "빗장"이 참여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은하 씨는 또한 "빗장"의 성격에 대해서 "여성장애우 문제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모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하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여성장애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해결책 제시를 위한 기초자료는 극히 빈약한 형편입니다. 따라서 저희들은 매주 한차례씩 열리는 세미나를 통해 여성과 장애우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를 펴나갈 계획입니다. 보다 알찬 내용을 채우기 위해 관계분야의 전문가도 초청해 강연도 들을 예정이 구요"라고 밝히며 , "하지만 저희들의 가장 큰 목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여성장애우 문제를 사회에 알려 내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장애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아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하고 강조한다.
  오는 9월 세계여성NGO포럼에 장애인분과의 일원으로 참가할 예정인 김미연(주부)회원은 앞으로 "빗장"이 전개해 나갈 활동에 대해 "앞으로의 장애우 복지 정책은 단순히 생계유지의 차원이 아니라-물론 우리나라 장애우들은 아직까지도 이러한 기본적인 차원조차 보장받지 못한 상황이지만-삶의 질적인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봅니다. 즉, 각 계층과 구성원의 특징과  욕구에 맞는 장애우 복지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여성장애우를 위해서는 장애우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지니게 되는 독특한 상황에 알맞은 복지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여성장애우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고, 또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말하며 "오는 9월 북경에는 열리는 제4차 세계여성 NGO포럼에 우리 "빗장"운 우리나라 여성장애우의 실태를 알리는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이 보고서는 여성장애우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감시․평가하고  또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예상되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됩니다. 그러므로 여성장애우가 지니고 있는 문제의 실태 파악이라는 측면에서 당분간은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이들은 오는 4월7일 오후 2시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강당에서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장애우의 현황과 해결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여성장애우가 지닌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시되고, 이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강당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 "빗장"은 앞으로도 여성장애우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며, 그런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여성장애우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농도가 결코 옅다고만 할 수 없는 시점에서 출발한 "빗장"이 진정 여성장애우의 어려움을 때로는 가슴으로 때로는 이성으로 받아들여, 이 문제를 사회에 알려내고 여러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올바른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권호예/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여성장애우분과 실무간사

 

 

작성자권호예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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