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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논단] 사회복지 종사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본문

1. 문제제기 : 사회복지종사자의 정체성과 정체의식의 위기

  최근들어 각종 선거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각종 정책공약들을 난무하고 있고, 주요 일간지에서도 심심찮게 사회복지에 관한 기사들이 지면을 메우고 있어 사회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복지에 대한 사회적 환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각종 사회복지제도를 실행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전달하는 사회복지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거의 부재한 실정이다. 법원과 판검사를, 병원과 의사를, 교육과 교사를 연상하는 수준만큼 사회복지 종사자와 사회복지와의 연관은 명확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사회복지 종사자는 하나의 실체로 인식되기보다는 고결한 성직자,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봉사자, 개인의 고민과 문제를 들어주는 전문 상담 자, 혹은 심리치료사 등의 다양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의 정형화된 상으로 사회복지 종사자가 존재하지 못하는 이러한 사회복지계의 현실은 곧 한국적 사회복지가 정착되지 못함에서 즉 선진제국으로부터 "수입"된 사회복지들이 일관된 체계를 이루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혼재되어 있는 사회복지 현실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복지에 대해 국가적 사회적 투자가 미흡하여 나타난 태동기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평가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사회복지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이 혼재되어 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혹은 사회복지 영역이 다양할 뿐 아니라 광범위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어 지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는 사회복지종사자의 정형화된 상이 부재한 원인에 대한 현학적인 해석보다는 오히려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형성하여야 할 정형화된 상의 내용일 것이다. 이는 곧 "사회복지 종사자는 어떠한 존재로 존재하여야 할 것인가"가 규명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회사업가는 이러한 모습을 담지 하여야 한다"라는 당위적인 주장보다는 사회복지종사자의 다양한 상이 사회복지 및 사회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요구된다. 이는 곧 사회복지 서비스를 공급받는 대상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사회복지 서비스를 공급하는 종사자 스스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나아가 사회복지가 존재하는 토대인 사회체제의 발전에 미치는 효과 등이 구체적으로 분석평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사춘기에 청소년들이 겪는 정체의식의 위기가 이후 개인의 발달과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종사자에 관한 시각 모색은 사회복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문제이다. 이는 단순히 사회복지 종사자들 스스로에 대한 정체의식의 모색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종사의 역할에 대한 규정을 매개로 사회복지활동 대상자의 복지수준 혹은 국가적 사회복지제도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입각하여 여기에서는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기존 인식들을 세 가지 시각 - 자혜적 봉사자, 전문직 사회사업가, 사회복지노동자 - 으로 구분하여, 각 시각들의 특성과 이데올로기적 함의들을 평가하고자 한다.

  

2.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시각들의 특성과 이데올로기적 함의

  사회복지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명시하기 위해 여러 명칭들이 사용되고 있다. 총칭으로 "사회복지종사자"라는 명칭이 사용되기도 하고, 개입기술 및 개입영역을 세분화하여 "개별지도 사회사업가(case worker)" , "집단지도 사회사업가(group worker)" , "지역사회 사회사업가(community worker)" 등의 명칭들을 붙이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사업가들이 지니는 전문적 기술에 주목하여 "전문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라는 명칭이 사용되기도 하며, 한국 사회복지 계에는 아직까지도 낯선 "사회복지노동자"라는 명칭이 존재하기도 한다.

  단순히 사회복지 종사분야를 세분하기 위한 명칭들을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시각이라 할 수 없기에, 사회복지종사자 시각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에 대한 시각에 근거하여 구분함이 요구된다.

  "사회적 문제를 가진 개인의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 종사자가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활동"으로 정의되는 사회복지노동은 윤리성, 전문성, 고용관계성을 그 특성으로 내재하고, 이들 특성들에 대한 상대적 가치부여는 사회복지를 바라보는 시각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는 점에서 사회복지노동에 대한 시각은 사회복지종사의 형태를 규정하는 주요 토대가 된다.

 

이러한 점에 의거 여기에서는 사회복지노동의 특성을 근거로 사회 복지종사자에 관한 제 시각들을 자혜적 봉사자 시각, 전문직 사회사업가 시각, 사회복지 노동자시각으로 구분․정리하여, 각 시각들의 특성과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윤리성과 자혜적 봉사자 시각

  사회복지노동의 특성의 하나인 윤리성은 사회복지노동대상인 개인의 사회적 문제(social problem) 내지 사회적 욕구(social need)가 개별 인간으로부터 독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근거한다. 이러한 노동 대상의 특성에서 공적 서비스를 활동인 사회복지노동은 개인의 발전적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규범적 성격을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규범의 간과는 개인을 사회복지종사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단화하여 인간발달을 저해하는 위험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사회복지실천에서의 윤리성에의 주목은 두드러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복지노동에는 일차적으로 윤리성이 수반되어야 함을 절대적인 당위로 규정한다.

  "사회사업가(Social worker)는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Client)의 고뇌에 동감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하며, 인권보호정신을 지녀야 한다"는 규범적인 원칙은 이러한 사회사업노동의 윤리적 특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연유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의 "클라이언트에 대한 개별화, 수용, 비심판적 태도, 자기결정, 비밀보장"등의 인간존중의 실천지침들 역시 이러한 사회복지노동의 윤리적 성격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회사업종사자들 "윤리강령"을 통해 공식적 형태로 이러한 특성이 명료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사회복지노동의 윤리성이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라는  사회사업종사자 시각과 연관되기도 하나, "윤리성이란 특성은 전통적 사회사업과 결부되어져 성직의식이나 희생적 헌신태도"를 강조하는 자혜적 봉사자 시각과 근본적으로 내적 연관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윤리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시각은 노동동기로 종사자 주체의 정열과 체험, 헌신만을 강조하고 사회연대적 관념, 인간에의 정신만을 중시하는 경향을 지님으로서, 사회복지활동을 노동이 아닌 자선활동으로 여겨 사회사업노동의 사회적 성격을 개인 차원의 은혜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격으로 비하시키는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윤리성에 대한 강조는 사회복지실천영역에서의 고용-피고용의 모순관계를 사상시켜 노동자인 사회복지종사자의 권리와 요구를 억압하는 정치적 함의를 지니기도 한다. 따라서 사회복지 실천영역에 구조적으로 각인된 무불노동 내지는 저임금의 상태, 시설관리층의 부당노동행위, 장시간 노동, 열악한 근무환경, 시설 내 거주에 따른 인권침해 등 현존 사회복지시설 내 노동문제들은 사회복지 실천현장에 근대적 노자관계가 확립되지 못한 구조에서 기인된 것이며, 이러한 상태의 온존 및 재생산에는 사회복지종사자에게까지 각인된 사회복지노동의 윤리성 강조, 즉 자혜적 봉사자 시각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 전문성과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

  사회복지활동의 대상인 인간은 다양한 형태의 개인들이며, 그들이 갖고 있는 욕구나 문제들도 다양하고 세세하다. 따라서 사회복지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활동대상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세부적으로 특화되고 전문화(specific)된 지식과 기술이 요청된다.

 

이런 점에서 전문화된 지식과 기술은 사회복지활동의 성패 및 이의 활성화의 관건이며 , 다른 한편으로 사회복지실천영역의 직업화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한 지침인 것이다. 따라서 세부적으로 전문화된 (specific)지식과 기술은 전문직(professionalism)의 중요한 기반인 것이다. 세부적인 전문화(specific)된 지식과 기술이 전문직 사회복지활동(professional social worker)에 수반되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이자 전문성(professionalism)의 주요토대라는 사실은 곧 전문성이 사회복지노동의 특성임을 의미한다.

 

특히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전문적 원조를 행하는 사회복지 종사자로 특정 짓는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

로 사회사업종사자를 바라보는 입장은 사회복지 노동의 특성에서 전문성에 대한 가치부여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세부적 전문성(specification)이 전문직의 특성(professionalism)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전문적 지식과 기술 이상의 것이 부여되는 것으로, 이는 곧 기능의 독점과 더불은 활동의 독점, 그리고 이의 사회적 내지는 법적 인정이 첨부되는 과정인 것이다.

 

즉 전문성(professionalism)의 확립이란 일차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의 독점적 소유가 있어야 하며, 다음으로는 전문가 내부의 조직화가 사회적 인정을 위해 요구되며, 이러한 두 요소가 가시적인 사회적 공인의 결과로 전문직의 법제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성취된다. 이와 같은 전문직으로의 전환과정을 의사나 법률가 등의 기존 전문직에서 확인하여 볼 수 있다.

 

  전문성(professionalism)을 강조하고 이에 근거해 사회복지종사자를 전문적 사회사업가 (professional social worker)로 인식하는 이데올로기적 함의들을 평가하여 보면,

첫째, 전문성은 전문직 윤리강령과 전문직 규범을 근거로 파업 등에 의해 사회복지조직이 갈등상황에 처해 있을 때, 사회복지종사자로 하여금 임금노동자로서 갖는 계급적 이해와 개인적 가치 및 정치적 신념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장치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곧 전문성이 표면적으로 이데올로기적 중립성을 표방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사회복지조직 관리층의 이해와 사회복지조직의 배후에 있는 국가권력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사회복지노동의 특성으로 전문성을 강조하는 시각은, 사회복지종사자들의 노조활동 및 집단계약행위 등이 전문직 사회복지영역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함축한다. 이러한 점은 "(전문성의 실현을 바탕으로 하는)사회복지실천영역은 사적 이윤 추구를 근거로 하는 영리기업과는 질적으로 상이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사회복지영역에서는 단체교섭이 적용될 수 없다"는 논리로의 비약에서 명료하게 확인된다.(Hush, H.,Collective Bargaining in Voluntary Agencies,"Social Case Work,  1969) 이는 전문주의(professionalism)가 사회복지종사자의 임금노동 관계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노동운동을 억압하려는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지님을 의미한다.

  셋째, 사회복지노동의 특성 중 전문성에 대한 일면적 강조와 이에 근거한 전문주의 추구란 곧 임금노동자인 사회복지종사자에게, 그것도 여타 유형의 노동자 보다 더 열악한 존재조건에 처해있는 사회복지종사자에게, 중산층 계급의식 특히 의사나 법률가 등의 기존 전문직에게 적용되는 소시민적 의식을 주입하고,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을 희석시키는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지닌다는 점이다. Jane Gary Hopps 와 Eliane B. Pindehunger는 이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전문적 지위는 개인적 자원, 면책권, 자율성 등의 특권을 부여해 준다.

  따라서, 전문직이란 조직화된 이타주의 즉 도덕성과 보편주의를 구체화하는 직업이 아니라 전문직의 특권과 (풍족한) 보수, (사회적) 존경, (사회적) 영향력과 관련된 이익집단으로 여겨질 수 있다"(Jane Gary Hopps & Eliane  B. Pindehunger, "Profession of Social Work:

Contempory Characteristics, " NASW, Encyclopedia of Social Work, 1979)"

  따라서 사회복지에서 전문직(professionalism) 강조는 사회복지영역에 쁘띠 부르죠아적 수준의 직업 확립과 이에 부수되는 특권을 강조 혹은 이를 지향하는 사회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지닐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물론 사회복지활동의 효과적,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는 세부적으로 전문화된(specfic) 지식과 기술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전문성이란 사회복지노동이 갖추어야 할 주요한 특성 중의 하나임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러나 세부적 전문성(specification)이 전문직(professionalism)의 속성으로 비약되는 과정과 이에 근거해 사회복지종사자를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로 인식하는 시각은, 자본주의 사회구조적 반영으로서의 사회복지영역에서의 임금노동관계를 왜곡하고 쁘띠 부르죠아적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함의를 지닌다.

  

3) 고용관계성과 사회복지노동자 시각

  사회복지노동의 특성으로서의 고용관계성이란 클라이언트들에게 공적 서비스를 부여하는 활동을 하는  사회사업종사자가 일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적 임금노동관계에 존재함에 근거한다.  고용관계성의 특성을 강조하는 시각은 고용관계성이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사회복지종사자 특성을 규명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 고리로 상정하며, 따라서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과학적 고찰은 사회복지노동자라는 임금노동관계의 관점에 기반 하여야 할 것으로 지적한다.

  자본주의사회구조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노동자들을 생산과 정에 위치시켜 상품을 생산케 함으로써 잉여가치를 축적하는 자본가 계급과,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해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이를 소진시켜 잉여가치를 생산하여 줌으로써 삶의 재생산을 이룰 수밖에 없는 노동자 계급으로 구성된다. 자본주의사회의 계급 구성에 비추어 볼 때, 사회복지노동자는 생산수단의 무소유, 노동력 상품의 판매, 노동과정에서의 노동력 소진을 통한 임금의 획득, 이에 의한 노동력 재생산 등의 측면에서 임금노동자 일반과 공통된 측면을 지닌다.

  그러나 공통된 측면과는 달리 사회복지노동자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특수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첫째, 생산직 노동자와는 달리 교육노동자, 의료노동자와 같이 잉여가치 생산과는 직접적으로 무관한 서비스 상품을 생산 공급한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생산적 노동을 하는 노동계급이라는 점이다. 둘째, 자본과의 모순관계에 기초한 임노동자 일반과는 달리, 이의 굴절된 변형 형태인 총자본인 국가 및 시설 관리계층과 중층적인  임금노동관계에 사회복지노동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수성에 의거 자본주의 사회복지분야에 종사하는 사회복지노동자의 고용상태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노동자 내부구성에서 여성노동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복지노동의 많은 유형이 가사노동의 사회화된 부분이라는 점에서 기인된다.

  둘째, 사회복지시설 중 많은 시설이 가족노동에 의존한 영세시설인 점이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가부장적 경영이 잔존되어 있고, 근대적 노사관계가 확립되지 못한 상태는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셋째, 사회복지노동의 윤리성이 강조되며, 전통적 구제사상이 온존되어 직업노동으로서의 자각이 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복지실천영역에서 노동조합의 설립 및 이에의 가입, 활동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상태의 배경이 된다.

  넷째, 민간 사회복지시설의 행정기관에 종속화, 하청관화가 이루어져 민간 사회사업시설과 사회복지노동자는 국가정책 특히 저 복지정책의 실행기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이에 따른 정상적인 노동력 재생산의 위기, 시설 내 거주로 인한 사생활의 침해, 부당노동행위 등 사회복지노동자는 일반 노동자계급과는 비할 수 없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종사자를 사회복지노동자로 인식하는 시각이 지니는 함의는

 

첫째, 사회사업종사자 전반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과제는 계급중립적인 정부 관료의 이해와 관용에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을 담지한 사회복지종사자에게 부여된 과제임을 함축한다.

 

이는  곧 노동조건을 인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종사자 스스로 자신을 노동계급으로서 인식함이 요구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모순해결의 주체로 설정하여야 함을 함의한다.

  둘째, 사회복지노동자 시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열악한 사회복지수준의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사업노동자가 사회복지개선운동에 중심 축이 되어야 함을 함축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국민들로부터 고세금을 걷어 기존 사회질서 재생산을 위해 대부분의 국가재정을 투여하는 반면, 기층민중의 인간적인 삶의 재생산을 위한 부문 특히 사회복지부문에는  "비생산적" "경제에의 부담"이라는 명목 하에 가능한 재정투여를 줄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사회전반에 저 복지수준이 조장되고, 사회복지종사자에게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구조화된다. 사회복지영역에서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해결은 사회복지종사자에게 부여되며, 모순 지양의 단초는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자신들의 계급적 기반을 명확히 함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정체성의 기반 하에서 사회복지노동자들은 수혜자들의 저 복지수준과 더불어 사회복지종사자 자신의 열악한 존재조건의 개선을 위한 사회복지 개혁운동에 전문성을 기반으로 중심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사회복지종사자 유형의 역사적 전개와 사회복지종사자 시각


  지금까지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제 시각들 - 자혜적 봉사자 시각,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 시각, 사회복지노동자 시각- 의 특성과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사회복지노동의 제 특성 즉 윤리성, 전문성, 고용관계성을 근거로 검토하여 보았다. 검토결과는 자혜적 봉사자와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라는 시각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회복지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함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여 준다.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사회복지종사자 시각으로 자혜적 봉사자 시각과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시각이 더 이상 역사적으로 정합적이지 않음은 사회복지종사자 유형의 역사적 변천경향에서도 확인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사회복지가 생성, 정착되는 초기단계에서 사회사업활동에 필요한 노동력은 독지가인 시민들 개개인의 무급 봉사활동에 의존하였으며, 직업으로서의 사회복지 활동이란 하나의 명예직으로 취급되었다. 자본주의의 지속적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사업의 변화를 배경으로 사회복지영역에서의 사회복지종사자 유형도 변모된다.

 

특히 독점자본주의 단계에서 실업과 빈곤 등의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급격하게 표면화됨에 따라, 활동주체의 정열과 헌신, 개인적 체험에만 의존하는 무급 또는 저렴의 봉사활동은 효과적인 문제해결이라는 사회복지활동 목표에 한계를 노정 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해결의 효과성, 효율성, 합리성을 고양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체득한 사회복지인력을 일정수준의 고용조건에 채용함이 보편화되고, 이에 따라 "직업인"으로서 사회복지종사자가 출현하게 된다.

 

피고용 사회복지종사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한편에서의 경제적 풍요와 다른 한편에서의 사회적 문제를 담지한 개인들의 급증, 정신분석학등 사회심리 이론의 이론적 주류형성 등 사회적, 경제적, 학문적 상황을 배경으로 미국 등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사회복지종사자 일부가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로 변모한다.

 

그러나 국가독점주의 단계에서 사회복지영역에의 국가개입 확대, 이에 근거한 공부문 사회복지 영역의 발달과 사부문 사회복지영역의 국가에의 종속 심화, 그리고 사회복지조직에의 관료화 추세 등은 전문직(professionalism)의 속성인 자율성과 특권의 상실을 초래하고, 전문직 권위의 약화를 가져와 기존의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로서의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사회사업노동자로 전략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사회복지종사자 유형의 역사적 개괄에 비추어 볼 때, 현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사회복지종사자의 존재적 특성을 해명함에 있어서 뿐 아니라, 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미래상으로 자혜적 봉사자 시각과 전문적 사회사업가(professional social worker) 시각을 상정함에는 역사적 적합성이 상실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우리는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시각들을 자혜적 봉사자, 전문적 사회사업가, 사회복지노동자로 구분하여, 각각의 시각들의 특성과 이데올로기적 함의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검토결과, 제 시각들의 문제와 한계들을 명확히 하여 볼 수 있었다.

  여기에서 논의가 그간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들의 당위적 혹은 규범적 주장에 대한 문제제기 수준임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경험적 측면에서의 구체적인 연구들과 이에 관한 활발한 토론들이 후속 되어야 할 과제로 제기된다. 이러한 과제에 대한 해명은 한국 사회복지 발전 방향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작성자이상록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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