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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사람들] 올해는 아들 산타도 함께 갑니다

산타할아버지를 닮은 경찰 한영랑씨

본문

[함께걷는 사람들]

 

 

"올해는 아들 산타도 함께 갑니다"


산타할아버지를 닮은 경찰 한영랑씨

 

 

▲산타할아버지한영랑씨

  부모가 없는 아이들, 그 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를 알까,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을까?
  크리스마스 전날 밤 머리맡에 놓여있는 선물을 보면서 산타에 대한 꿈을 간직하며 자라나는 여느 가정집 아이들과는 달리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없어도 좋을 그런 날인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에 받은 선물에 대해 얘기하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착한 일을 해도 자신들에게는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괜히 기가 죽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산타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었다. 인천시 청천동 제5기동대에서 근무하는 한영랑(42) 경사가 바로 그 아이들의 산타할아버지다.
  지난해 겨울 한영랑씨는 청각장애우 수용시설인 성동원의 교사 김은영씨로부터 산타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당시 그는 한달 후에 경사 진급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지만, 평소 성동원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거절을 못해왔던 지라 곧 그러마고 약속했다.
  1975년 경찰복을 처음 입은 한영랑 경사는 1992년 인천시 부평2동 파출소에 발령을 받았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경찰을 그리 반가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매일 한 번씩 순찰을 나가도 주민들과 좀처럼 가까워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성동원 앞을 지날 때면 사정이 달랐다. 성동원에 사는 청각장애아들은 경찰을 만나면 꼭 인사를 하는 것이다.
  "경찰을 보고 인사하는 사람은 성동원 아이들이 처음이었어요. 특히 기동대가 하는 일이란 게 시위진압을 하는 것이다 보니 저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좋을 리는 없죠. 심하게는 저희를 마치 일제시대 순사처럼 보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성동원 아이들은 저희를 만나면 꼭 인사하고, 반갑게 맞아주고 따르는 거예요. 그러니 아이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죠."
  한 경사가 일일이 인사를 받아주자 아이들은 이내 한 경사를 따르게 되었다. 그 자신도 순찰 나올 때면 꼭 한 번씩 성동원에 들러 무슨 일은 없는지, 아이들은 잘 있는지 보러 가곤 했다. 그러면서 한 경사는 성동원 김은영 교사와도 친해지게 되었다. 그때 김 교사에게 수화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성동원 김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산타가 되어달라고 제안을 한 것이다.
  "평소 한 경사님을 보면서 영화에서 본 산타할아버지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한 경사님이 산타옷을 입으면 아이들이 정말 믿을 것 같아 부탁을 드린 거죠."
  김 교사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산타옷을 입고 등장한 한 경사를 알아보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올해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뿐, 며칠 전부터 한 경사님이 아이들 모르게 산타 연습을 하고, 선물을 고르느라 바삐 움직인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한 경사는 낮에 있었던 일을 식구들에게 모두 이야기했다. 성동원 아이들이 산타로 변장한 한 경사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과 성동원 아이들이 준비한 무언의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듣는 식구들은 그 광경을 직접 보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 아쉬워했다.
  그래서 한 경사의 가족들은 올해 크리스마스는 가족 모두 성동원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또 올해는 한 경사뿐만 아니라 중3인 막내에게도 산타옷을 입힐 계획이다.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산타를 보고 성동원 아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올해 크리스마스가 기대된다"며 활짝 웃는 한 경사의 얼굴이 순간 정말 산타할아버지 같았다.
  그럼 한 달 후에 있다던 경사 진급 시험은 어떻게 됐을까? 눈치 빠른 사람은 처음부터 한영랑씨의 호칭이 경사였다는 것을 보고 알았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무사 통과"였단다. 좋은 일을 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생활철학을 가진 한 경사야말로 산타할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은 건 아닐까?

 

글/ 노윤미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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