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길] "두레가정" 안주인 김미영 > 세상, 한 걸음


[더불어 사는길] "두레가정" 안주인 김미영

본문

[더불어 사는길]

 

"두레가정" 안주인 김 미영

 

 

휠체어 장애우를 위해 경사로를 갖고 있는 다세대. 지금은 개조해서 전체가 16세대인데, 그중에 10세대가 무료임대자로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어울려 살아가며 이상적인 가족 공동체를 꿈꾸는 집 "두레가정". 서울 강동구 고덕 1동에 있는 이 집의 주인은 올해 마흔다섯 살인 김미영 씨다.
""두레가정"이란 우리 조상들이 농번기에 서로 협력하여 공동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인 두레를 뜻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김진홍 목사님의 "두레마을"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죠."
 고향인 부산에서 10년 전에 상경한 그녀는 한 사람의 아내로,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둔 주부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결혼 후 30대 후반에 사법고시에 응시한 적도 있다는 맹렬여성 김미영 씨.
 "서울은 남편의 직장 때문에 오게 됐어요. 지금은 남편도 제가 하는 일을 이해 해주고 많은 힘이 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집을 무료로 빌려주는 게 그리 쉬운 과정만은 아니었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하루는 울면서 칭얼대는 거예요. 엄마는 자기보다 옆방 애들을 더 사랑한다고, 그런 응석받이가 이제는 커서 장차 진로를 신문방송학에서 자기 오빠와 같은 사회복지 쪽으로 바꾸었죠. 아들에게는 요즘 수화도 배우고 있어요."
 조심스레 자신의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김미영 씨.
흐뭇한 미소가 함께 한다.
 "6년 전, 다세대인 이 집을 새로 장만해 이사를 와보니 세든 가정 중에서 편부 가정이 두 가구가 되더군요. 아빠가 직장에 나간 후 아이들이 돈을 뺏고 싸우는 등 갖가지 사고를 치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그 애들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의 따뜻한 정과 손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김치도 담가주고 같이 대화도 나누고 한 6개월 정도를 그렇게 했죠. 아이들이 달라지더군요."
 그걸 계기로 김미영 씨는 세든 가정뿐만 아니라 주변의 문제 아이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말동무가 되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메말라 가는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애를 쓰던 그녀는 5년 전 "한국어린이재단"(현 한국복지재단)의 문을 두드렸고, 그 후 본격적인 후원회 활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하게 된 일이 후원자 개발이었어요. 주변사람들에게 후원을 권하고, 낯선 이들에게 편지 보내기 등 재작년까지 분기별로 한 1만 5천통의 편지를 띄었습니다.
 그 결과 그녀가 개발한 후원자는 1년에 1백여 명. 후원금으로 환산한다면 적어도 1천 3백만 원 정도 됐다. 그렇게 불우 아동을 위해 애쓰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집을 불우 가정에 무료로 임대하기로 마음먹는다.
 "돈이나 물질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문제죠. 불우가정이 자존심을 회복하고, 따뜻한 가정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13세대였던 다세대 일부를 무료로 임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식구는 간질을 앓던 편모 가정이었습니다."
 대부분이 거택보호자이고, 장애우였던 무료 입주자들은 김미영 씨가 임대를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4년 6개월 동안 50여명이나 얼굴이 바뀌었다. 한국어린이재단.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을 통해 개인적인 알음으로 오게 된 그들은 거의다가 자립해서 독립해 나갔다.
 "운영비요? 대부분이 거택보호자들인 우리 식구들에게 국가의 보조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그 걸로는 생활이 안 되죠. 거의다가 아르바이트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가내공업체에 가서 일하기도 하고, 지하철 자판기 운영하는 사람. 컴퓨터 배워서 동사무소에서 사무보조 하는 사람 등등.. 우리 두레가정의 최대의 목표중의 하나는 완전한 자립생활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관리비는 제가 부담하죠. 사실은 두 번 정도 집을 은행에 압류당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두레가정"에는 무료임대자만 사는 것은 아니다. 무료임대자만 살 경우 그야말로 시설화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설 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료 임대자만 받지는 않고 있다고 김미영 씨는 강조한다.
  "현재 한국복지재단 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재소자 선교에도 힘을 쏟고 있죠. 청주, 공주 등의 교도소를 방문하고, 자녀교육 특강, 노인대학 등에 강의도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식구들을 비롯한 거택보호자들의 법률자문 역할도 하죠. 식구들의 민원에 대해 관할관청의 회신도 받아 내고요. 사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속상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아요."
 꿈 많던 소녀시절, 화려한 법관을 희망했던 그녀는 법복대신 두레가정의 당당한 바깥주인이란 옷을 입고 그 누구보다도 바쁜 중년을 보내고 있다.
 "개인적인 소망요? 10년 후면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책 한권쯤 낼 수 있을까요……. 우리 두레식구들  건강하고 하루빨리 자립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은 장애우 가정의 2세 교육문제입니다.. 아 참. 어디 참한 색시 없을까요? 장애는 있지만 성실하고 자립도 가능한 혼기 찬 식구들이 넷이나 있는데.."
 이렇게 말문을 닫는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집을 구입했을 당시인 9년 전, 처음부터 있었다는 앞마당의 백향목, 그 사이로 가슴 한복판을 시원스레 관통하는 갈바람, 상쾌한 갈바람의 끝에는 고덕동 "두레마을" 식구들의 미래가 담긴 "두레풍선"이 파란 하늘을 가르며 올라가고 있었다.

 

글/조 옥 기자

 

작성자조옥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과월호 모아보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