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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

[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본문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 중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만큼 소외계층에 특별한 관심을 거지고 있고, 소외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한 정치인은 없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때로는 그 관심이 지나쳐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그의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구체적인 증거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지난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의정 사상 처음으로 직능대표로 장애인을 영입해 국회에 진출시킨 것일 것이다.

김대중 총재가 양어깨 밑에 목발은 짚은 장애인 대표로 이성재 변호사를 영입함으로써 김 총재는 장애인문제의 해법을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장애계의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김대중 총재는 장애인 대표를 국회에 보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또 그의 소외계층, 구체적으로는 장애인문제에 관한 소신은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를 김대중 총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그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장애인문제에 관한 그의 구체적인 소신을 지면에서는 듣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 인터뷰는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대중 총재의 장애인문제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대중 총재는 토요일 이른 아침 일산 자택으로 찾아간 취재진을 "나한테는 제일 반가운 손님"이라고 반겼다. 그가 반긴 손님은 물어볼 것도 없이 이 기사를 읽을 장애인들이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김대중 총재, 김 총재와의 인터뷰는 그의 정치 철학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장애 원인을 올바로 이해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김성재 : 특별히 총재께서는 어느 정치인보다도 장애인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총재님이 장애인문제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애정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총재님이 가지고 계신 정치 철학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고 보이는데 총재님은 어떤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 해주시죠.

김대중 : 정치철학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나 자신도 장애인라는 사실을 먼저 밝히고 싶습니다. 나도 고관절을 다친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동병상련의 심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장애를 가지기 전에도 마찬가지로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아주 컸었습니다. 그렇게 된 데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내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모든 인간은 사랑 받을 권리가 있고 모든 인간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또 인간으로서 사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남의 행복과 인권을 위해서 봉사하는 게 가장 좋은 삶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정치건 경제건 모든 것의 목적은 인간 자체를 행복하게 만들고 인간 자신이 자신의 주인으로 살도록 인권과 환경을 채워주는 것이다. 평소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장애인은 인간 가운데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고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런 장애인들에 대해 동정심보다는 사랑 그리고 아픔을 같이 나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성재 : 총재님 말씀 중에 자신의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총재님이 장애를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군요.

김대중 : 지난 71년에 대통령 선거 끝나고 국회의원 지원유세를 다니다가 장애를 가지게 됐습니다. 그때 목포에서 지원유세를 끝내고 서울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려고 승용차로 광주 공항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도중의 국도에서 14톤 트럭이 90고 각도로 꺾으면서 내가 탄 차로 달려들었어요. 그걸 간신히 피했지만 내가 탄 승용차가 논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때 다친 것이 내가 장애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됐죠.

당시 그 사고로 나를 따라오던 뒷차에서는 세 사람이 즉사하고 세 사람이 중상을 입었을 만큼 큰 사고였어요. 그런데 그 트럭은 당시의 여당인 공화당이 전국구 8번 인사의 회사 차였습니다. 그 사고가 나자 공화당 정부는 단순 교통사고라고 발뺌했지만 수사검사는 살인미수로 운전사를 기소하려고 했죠. 그렇지만 정부에서 그 검사를 다른 곳으로 좌천시켜 버리는 바람에 수사는 흐지부지됐습니다.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이 71년 대통령 선거 때 사실상 지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다음을 위해서는 나를 없애버려야 되겠다고 판단하고 사고를 위장해서 나를 살해할 음모를 꾸몄던 것입니다.

김성재 : 장애를 가지신 후 정치인으로 활동하시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하신 점이 많았을 줄로 압니다. 때마침 최근 대통령 아들이 이성재 의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서 장애인계가 분노하고 있는데 장애를 가진 정치인으로서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시죠.

김대중 : 당시 정권이 보도통제를 해버렸기 때문에 내가 그런 과정을 겪어 장애인이 된 걸 국민들이 잘 모릅니다. 나는 국민을 위해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다가 이렇게 됐는데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내 장애를 보기 싫다며 여러 가지 얘기들을 할 때는 참 서글퍼요. 그런 말들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서글픈 심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 끝에 나는 억울하게 권력에 의해서 장애를 가지게 됐는데 이것조차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는데 나보다 약한 입장에 있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억울한 사연들이 많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장애인들이 자기 잘못으로 장애인이 된 것으로만 알고 왜 장애인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사회 풍토입니다.

이것은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때문에 사회가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는 사회가 속히 와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장애인이 고통받는 이유가 자기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고, 말하자면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이 잘못 됐다든지, 공장이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 그렇다든지, 교통안정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서 장애인이 됐다든지 하는 식으로 장애인 문제를 국가의 책임이고 사회의 책임으로 보면 장애인의 아픔을 내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가 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소외 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점에서 나는 내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장애인에게 격려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불편한 것은 나는 왼쪽 고관절 장애가 특히 심해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제일 힘듭니다. 등산도 잘 못하죠. 내려가는 것은 괜찮은데 올라가는 것은 잘 못합니다. 그래서 계단을 통해 이층 삼층 올라가는 것을 제일 싫어해요.

김성재 : 총재님 말씀을 듣다보니 예전에 민주화 투쟁하실 때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총재님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니까 모임에 오면 총재님이 바닥에 앉지 않고 의자에 앉으시는 걸 보고 총재님이 너무 권위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죠.

김대중 : 그래서 오해가 생길 것을 염려해 지금은 모임에 가면 미리 내 장애를 얘기하고 사전양해를 구합니다.

"이성재 의원 영입이 가장 자랑스럽다"

김성재 : 지난번 15대 국회 때 총재께서는 장애인에 대한 애정으로 결단 끝에 이성재 의원을 장애인 직능대표로 영입하셨습니다. 당시 장애계는 물론이고 여론도 총재님의 결단을 높이 샀는데, 앞서 정치철학을 이야기해 주셨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장애인을 직능대표로 영입하게 된 계기랄까 과정을 말씀해 주시죠.

김대중 : 비례대표라는 것은 역시 일종의 직능대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 대표라든가 학계 대표, 노동계 대표를 영입하는 것은 과거에 예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대표를 정당에서 영입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당시 15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내가 장애인 영입에 대해서 결심을 하게 된 까닭은 장애인이 용기를 가지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을 보고 싶고, 그러한 모습을 통해서 모든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하고 싶다는 데 있었습니다.

세계 각국이 인구의 약 10%를 장애인으로 봅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도 약 450만의 장애인이 있는데 장애인들이 많이 소외당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죠. 장애인 소외가 없어지려면 올바른 정부 정책도 필요하지만 장애인 자신도 자기 권리를 찾는 응집력이랄까 각성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장애인 대표가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15대 전국구 인선에 있어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이성재 의원 영입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의정사상 양 목발을 짚은 장애인이 의사당에 들어간 건 이성재 의원이 유일합니다. 그런 이성재 의원이 의사당 들어가는 걸 보면 굉장히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이성재 의원의 존재로 전국 장애인들에게 굉장히 큰 격려가 됐을 것이고, 장애인들이 뭔가 우리도 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노력해서 우리들이 권리를 보장받는 세상을 만들자고 결심하는데 계기로 작용했으면 더한 바람이 없습니다.

김성재 : 실례되는 질문인지 모르지만 어떻습니까? 총재님이 보시기에 이성재 의원이 제 몫을 잘 해내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대중 : 100% 이상 만족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의원들이 다 그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성재 의원의 인간성을 평가하고 싶은데, 이직도 소년같이 순수하더군요. 그렇지만 원칙에 대해서는 확고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점이 보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도 보기 좋고, 또한 이성재 의원이 국회에 들어와서 단순히 장애인문제 뿐만이 아니라 국정전반, 특히 사회복지문제에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성재 의원을 영입한 것이 장애인의 대표로 영입해서 장애인에게 큰 영향을 줬다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만족하고 있고, 원내 활동에 대해서도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정말 잘해야 하고 앞으로도 그런 자세로 나가면 장애인들이 정말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국민의 선량이 되겠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소외계층의 권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김성재 : 다시 소외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총재님은 비단 장애인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언제나 우리나라의 소외계층, 즉 노동자들이나 중소기업, 그리고 영세민들이나 농민들을 비롯한 소외계층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셨는데, 하지만 사실 정치적으로, 그리고 표로 나타난 반응을 보면 총재님의 애정에 못 미치는 대접을 받았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김대중 : 섭섭하지요. 그리고 답답합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백성이 하늘 아닙니까. 실망말고 국민을 위해 노력해야지요. 그러면 알아줄 날이 올 겁니다. 안되면 역사가 알아줍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5백 년 전에 중국에서 공자나 맹자는 늘 백성의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라며 백성을 존중할 것을 가르쳤습니다. 우리나라도 동학사상을 보면 사람이 곧 하늘이다. 그래서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이 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굳이 이런 예를 들 필요없이 정치인은 국민의 행복을 지키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 본연의 자세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맹자는 심지어 백성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면 천자(天子) 즉 하늘의 아들이 아니다. 그런 임금은 쫓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국민 전부가 주권자고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법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표방해온 서구사회를 봐도 정치적 민주주의, 즉 투표권은 평등하게 주고 국정에 참여할 기회는 주지만 경제적 사회적으로는 소외계층을 양산해 왔습니다. 그런 불합리한 점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많이 시정이 됐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그 불합리한 점이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중소기업들이 소외당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대표적으로 농민 노동자 장애인 노인 과부 고아 등이 소외되고 있죠. 문제는 이런 소외계층이 우리나라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나는 이런 소외계층 문제를 생각할 때 늘 정치인들이 정직한 마음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한다면 다수인 소외계층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 그것이 정치 목적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물론 자유경제, 시장경제를 지지하지만, 소외계층의 복지에 대해서는 그 사회에 알맞은 경제발전과 병행하는 복지는 꼭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볼 때 우리 사회는 너무 복지에 뒤쳐져 있는 사회입니다.

장애인 복지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자료를 보니까 올해 우리나라 예산이 60조가 넘는데 보건복지 예산이 2조5천억 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예산의 2.5%입니다. 그 중에서 의료보험 예산을 빼면 순수한 복지 예산은 1.5% 뿐입니다. 외국에서의 복지예산은 적은 나라는 15% 많은 나라는 30%가 넘는 나라도 많습니다. 이런 예산 배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매우 적은 실정입니다.

그리고 2조3천억 원에 그치고 있는 예산중에서 장애인복지 예산은 6백93억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예산도 대부분이 시설 지원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예산 대비 장애인복지 예산은 0.086%밖에 되지 않습니다. 장애인은 인구의 10%인데 장애인복지 예산은 이렇게 소외당하는 것이 현실인 겁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시정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아무리 시정해야 된다고 해도 시정할 정부가 나와야 시정되는 것이고 시정할 국회가 나와야 시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장애인문제도 다른 문제와 똑같이 정치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수가 4백50만 명이라고 주장하면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1천만이 넘는데 이 숫자만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지방선거까지 다 좌우할 숫자입니다. 그러면 굳이 장애인들이 나다니면서 여기를 도와 달라 알아 달라 할 것 없이 힘으로 자신들이 평등한 사회와 복지적 삶을 이룰 수 있는 정부와 국회를 만들 있단 말입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모두 소외계층들이 투표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덴마크가 프러시아와 전쟁을 해서 땅을 빼앗기고 황무지만 남았을 때 그룬두비, 달가스 등의 지도자들이 나서서 협동조합운동을 했는데,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협동조합 운동은 정치운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농민을 위한 정부가 있어야 우리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생산물 가격이 보장된다. 그러므로 먼저 정치운동을 해서 농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농민들이 열심히 정치운동을 해서 오늘날 덴마크를 세계의 낙원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스위스 같은 나라는 농민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밖에 안 됩니다. 그래도 똘똘 뭉쳐 가지고 나가니까 농민들의 권익이 충분히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농민 인구가 과거에는 50%를 넘었고 지금도 15%가 넘는데 자기 권리를 못 찾고 있고, 노동자도 인구가 1천2백만이지만 자기 권리를 지켜주는 정부를 못 갖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장애인, 여성, 노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나라 소외계층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소외를 한다고 원망만 하지말고, 소외를 할래야 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왜 그 힘을 쓰지 않는지 깊이 생각해 보시라는 겁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니까 국민이 권리를 가지고 끌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것은 우는 아이 젖주는 정치입니다. 때문에 소외계층들은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권리가 국정에 반영됩니다. 그리고 정당이 우리를 위해 얼마만큼 정치를 해주느냐를 감시해야 합니다. 저는 소외계층들이 각성하고 단결해서 힘을 보이지 않는 한 백년 천년이 가도 소외계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좋은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좋은 대통령을 뽑는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겁니다.

장애인문제만 해도 좋은 대통령, 좋은 국회의원이 후보로 나와도 장애인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해줄 사람을 뽑지 않아 낙선되면 해결이 안되는 거죠. 그래서 한 마디로 얘기해서 장애인 여러분이 내 권리를 내가 찾는다는 생각을 갖고, 그 힘을 찾길 바랍니다. 그 힘을 못 찾으면 안됩니다. 저는 장애인문제는 장애인의 각성과 단결 그리고 행동이 있어야만 해결될 거라고 봅니다.

김성재 :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드리는 질문인데 많은 장애인들이 궁금한 게 총재님의 장애인문제에 대한 소신입니다. 구체적으로 총재님은 장애인문제가 해결되려면 장애인들의 각성과 단결 외에 사회적으로 어떤 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대중 : 저는 우선 장애인 정책이 올바르게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째, 이 사회가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사람들 모두가 장애인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분적인 장애인이고 장애인이 될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서 마치 다른 이방인 같이 저주의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보는 생각부터 고쳐야 합니다.

장애인을 비하하고 장애인을 거부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예를 들어 장애인시설이 동네에 들어오면 못 들어오게 하고 그러는데 이건 정말 죄악적인 행동이라고 봅니다. 사회 전체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서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장애인도 똑같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다만 그들이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협조해서 핸디캡을 보완해줄 의무가 있고 그것이 인생사는 데 있어서 보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교육과 각성이 일어나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둘째는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두 가지로 분류되어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정책, 즉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일터를 갖게 하고 재활치료와 편의시설 마련 등으로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장애인 고용에 정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서 법정 숫자 이상이 되게 공무원으로 채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체에게 반드시 이익을 줘야 합니다. 기업이 명예를 높여 준다든가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줘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이익이다. 이니 이익이 못되더라도 손해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환영하는 고용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서 거룩한 마음 가지고 장애인 고용하라는 것은 이제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적극적인 취업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반면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을 저는 생산적 사회복지 정책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장애인을 만들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모자보건 정책을 제대로 시행한다든가 직장 산재 사고와 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해서 어떻게든 장애인이 늘어나지 않게 막는 그런 노력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장애인문제에 대한 저 소신입니다.

김성재 : 총재님이 장애인문제 해결에 강한 소신을 가지고 계시니까 총재님이 속한 국민회의의 장애인 정책도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배려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기겠군요.

김대중 : 외람되지만 그렇습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얘기해서 우리 당의 사람들이 전부 다 소외계층이나 장애인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 영향을 많이 받겠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장애인들이 우리 당을 계속 감시를 하고, 요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장애인 입장에서 볼 때 우리 당이 가장 장애인 권익을 잘 지키는 정당이라고 생각하면 적극 밀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정당이 선의를 가지고 일을 하고 싶어도 집권을 하지 못하고 의석이 없으면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당장에 우리 당에 있는 이성재 의원 한 명으로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까? 국회의원이 3백 명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의 권리를 대변하려고는 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성재 의원은 장애인의 권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성재 의원 한 명이 장애인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당을 움직입니다. 우리 당을 움직이는 것은 곧 국회를 어느 정도 움직인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이성재 의원의 경우는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국회의 역할 중 가장 좋은 케이스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꽃을 가꿀 때가 제일 행복하다"

김성재 : 지금까지 너무 딱딱한 질문만 드린 것 같아서 말미에 부드러운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총재님은 여가 때는 주로 뭘 하고 지내시는지요?

김대중 : 여가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나면 주로 독서를 하고 꽃을 가꿉니다. 지금 우리 집 마당에는 삼사십 종류의 꽃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그 꽃을 가꿉니다. 그런데 한가지 불편한 것은 나는 고관절의 장애 때문에 쪼그리고 앉지를 못하니까 약간 어려움이 있습니다.

꽃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전에 교도소에서 있을 때 교도소 화단을 빌려서 점심 때 한 시간 나가서 꽃을 가꿨는데 교도소 생활 중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온갖 시름을 다 잊고 꽃 가꾸는 데 열중할 수 있으니까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일요일은 못나가니까 굉장히 안타깝더라고요. 그렇게 정성들여 가꾸니까 교도소 마당에 있는 다른 꽃들보다 내가 가꾸는 꽃들이 늦가을에 한 달쯤 더 가더군요. 그런데 꽃을 가꾸다 보면 멀쩡한 가지를 쳐야 하거든요. 그러면 속으로 꽃가지하고 대화를 나누죠. 미안하지만 너를 쳐야 꽃 전체가 잘 피니까 용서하라고 하면서 가지를 치곤 했어요.

저는 꽃 중에서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좋아합니다. 봄에는 진달래가 많이 피는 장소를 알아요. 남산이나 북악스카이웨이 양 옆 산에 참 아름답게 핍니다. 원주로 내려가는 길 양쪽이라든가, 진달래꽃이 많이 피는 장소를 알기 때문에 꽃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산에 피는 진달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사실 진달래는 우리 집 마당에도 있는데 집에 피는 진달래보다 산에 피는 게 진짜 아름다움이 큽니다.

그리고 코스모스는 집단적으로 피는 것도 아름답긴 하나 따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코스모스는 하늘거리면서 굉장히 약한 것 같지만 또 굉장히 강하죠. 그래서 코스모스 꽃을 좋아하고, 또 코스모스가 많이 피는 곳도 내가 압니다. 가령 포천 가는 길, 임진각 가는 길 등입니다. 이렇게 꽃을 가꾸고 꽃을 보며 인생을 즐기고 사랑합니다.

김성재 : 총재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총재님은 정치철학은 바로 책과 꽃을 사랑하는 마음과 생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소외계층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겠지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 힘이 될 만한 말씀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대중 : 정치인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도 장애인 자신이 제일 중요합니다. 좋은 환경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이 자기에 대한 열등의식이라든가 자기에 대한 불행한 심정을 털어 버리지 못하면 장애인들은 영원히 행복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축복 받은 겁니까? 음성 꽃동네에 가면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하나님 은총이라는 말이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참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불행의식이라든가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그런 의식을 버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게 말은 쉽지만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 세상 전체가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장애인들이 모든 사람과 협력해서 이 세상을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합니다. 남에게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내 힘으로 세상을 바꾸어야 합니다. 여러분에겐 그 힘이 있습니다. 장애인 여러분들이 능히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는 걸 믿고 그 힘을 사용하길 촉구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주권행사를 올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나는 장애인을 아끼는 만큼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장애인 여러분의 단결과 각성을 바라면서 장애인 여러분들이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고 행복한 자세로 살면 정말 좋겠습니다.

김성재 : 오늘 귀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총재님과의 대담이 우리나라 장애인들 삶에 큰 힘이 되고 정말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대중 : 오셔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작성자김성재 (함께걸음 발행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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