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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소명의식을 느낍니다"

국민복지기본선 정책기획단 단장 정세균 의원

본문

  지난 5월 26일 출범한 "국민복지기본선 정책기획단"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민간에서 "국민최저생계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시민운동화된 지 오년여만에 이제 정부 창원에서 상당한 울림이 있는 메아리가 들린다. 국민최저 생계선을 비롯한 복지가 본선을 연구하고 이를 직접적인 정책으로 개발, 시행하기 위해 국낸 각 분야의 복지관련 전문가들을 망라한 정책기획단이 구성된 것이다. 
  특히나 김대중 대통령이 5월 25일 신임 장관들과 함께 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국민복지를 3대 개혁과제의 하나의 언급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한 것과 최근 김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 복지(Workfare)논의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정책기획단에 실리는 무게도 크다. 지난 5월 12일 장애우 사격연맹의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고 이번에 기획단 단장을 맡아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세균 단장을 만나 보았다.

 


  새정치국민회의 원내수석부총무,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제1ㆍ2기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장을 현재 맡고 있는 직책들에서 알 수 있듯이 정세균 의원은 초선의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을 함께걸음이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사회ㆍ노동ㆍ복지분야 등 장애우 관련 정책을 당정간 협의ㆍ조정할 수 있는 여당의 제 3정책조저위원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농어민 및 도시영세민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의원은 국민 최저생계선을 비롯해 복지기본선을 연구해 이를 직접적인 종합 정책으로 개발, 시행하기 위해 지난 5울 26일 출범한 국민 복지기본선 정책기획단의 단장직도 맡고 있다.

  이렇게 몹시 분주한 정 단장이기에 인터뷰도 26일 오전 7시30분에 시작된 정책기획단의 출범식이 끝난 직후 이루어졌다. 직접 만나본 정 단장은 호감을 주는 인상에 학자풍의 세련된 매너를 가진 신사였다. 이야기는 먼저 정 의원의 흥미로운 개인 이력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기자 :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정계 입문 전에는 기업체의 임원으로 재직하고 계셨는데 시기나 연배에 있어서 어찌 보면 인생의 전환이 의외로도 느껴지는데요. 정치활동에 대한 계획은 언제부터 세우고 계셨습니까.

정세균 : 제가 아주 시골에서 자랐는데 사실 정치를 하는 것은 오랜 꿈이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  부터 정치를 하려면 우선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후에 정치에 입문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그래서 법대에 진학도 했는데 제가 71학번이니까 유신체제가 한창 맹위를 떨칠 때였어요.

  그런데 사법고시를 본다는 것은 당시에는 당연히 유신헌법을 공부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과연 내가 합격하면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대학시절에 학보사 기자로도 활동하기도 했기 때문에  사시를 포기한 다음에는 언론인이 되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검증받은 후 정치에 입문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모 일간지에 들어가기로 거의 얘기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언론탄압 떄문에 그 언론사의 여건이 여의치가 않게 됐어요. 그 때 우리 나라가 3대 외채국으로 꼽힐 정도로 외채가 많았는데 오일 쇼크가 일어나고 창원공단이 가동이 안될 정도로 경제가 어려웠는데 언론인도 아니라면 경제발전을 위한 수출전사가 되고자 기업체에 취직을 했던 거죠.

  제가 처음 미국지사에 발령받아 갔을 때 국내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외국에서 한국과 일본의 위상은 비교가 되지 않는 차이였어요. 아,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그러한 국가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치분야에 투신해 힘껫 일해보고 싶다고 결심을 굳히게 됐죠. 제가 미국에서 경제학 석사괴정을 마쳤지만 뭐 돈이 많아서 유학을 간 것이 아니라 미국 지사에 근무하는 동안 바쁜 짬을 내서라도 앞날을 보고 전문성을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사실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 아닙니까. 그래서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조간신문에 통합선거법이 통과됐다는 보도를 접하게 됐어요. 통합선거법하에서는 예전처럼 그렇게 큰 돈이 없어도 선거에 나갈수 있겠다 싶어서 15대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거죠.

 

 

 

  정 단장은 고려대 법대 졸업, 쌍용기업의 미국지사에 근무하면서 경제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정계 입문 직전까지 상무로 재직했던 경력으로 그가 속한 재정경제위기에서도 실물 경제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국감 때는 62개의 도표가 빽빽이 그려진 2백 페이지 분량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과제"라는 세 번째 정책자료집을 펴내 주위를 놀라게 했는데, 96년 정부인사백서, 97년 기아자동차 사태에 관한 정책자료집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었다. 그러한 노력과 활동에 힘입어 그는 98년 한국 유권자연협회가 의정활동을 평가한 후 뽑은 의정활동 10걸, 재경위 취우수위원으로 뽑혔는가 하면 한 일간지 실시한 평가에서는 의정활동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이렇게 몸소 이력으로 보여주고 있는 정 의원의 정치지론은 이렇다.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도 일단 자기분야로 나가서 최소 10년 동안 착실하게 자기 길을 가면서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각 분야에서 검증 받은 전문가들이 모두 국회에 들어와야 국회가 행정감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자 : 대학시절 총학생 회장을 역임하시기도 하고, 그래선지 개혁성향을 가진 합리적인 정치가라는 평이 있습니다만 당시 주변의 장애우에 대한 기억이랄지, 학창시절의 기억을 좀 들려주시죠.

정세균 : 제가 대학에 다닐 당시에는 유신반대 데모와 휴교령이 반복해서 계속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책을 들여다보지 못할 정도로 공부할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저와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닌 유신세대들은 참 불행한 세대예요.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암울했고, 그 분위기에 억눌려서 젊은 기백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죠. 장애우에 대한 기억은, 제기 다닌 고대는 당시에 비교적 장애우에 대한 문을 연 학교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제 동기 중에도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어요. 지금은 한림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만.
기자 :  최근 제 2대 장애우 사격연맹회장으로 취임하셨는데, 과거를 돌아볼 때 혹시 개인적인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한데요. 그리고 늦었지만 c임 소감도 좀 밝혀주시지요.

정세균 :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제가 쌍용 미국지사에 발령을 받아 미국 생활을 한 9년 정도 했는데 그 때 미국 사회의 장애우 인식수준에 영향을 좀 받았다고 해야 할 겁니다. 거기서 보니까 각 건물마다 가장 가깝고 편한 자리에 장애우를 위한 주차공간을 반드시 마련하고, 그곳은 아무리 다른 차들이 많아도 비장애들이 꼭 비워놓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이런 노력을 우리 한국 사회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애우 사격연맹 관계자분들이 찾아오셔서 좀 도와달라고 요청해 왔어요.

  제가 알아보니 장애우 사격연맹이 무척 열악한 상황이긴 하지만 제 힘이 작은 보탬이라고 됐으면 싶어 승낙을 했습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장애우 체욱대회에서도 가서 선수들과 식사를 하고 그랬습니다만 앞으로 사격교실도 대중화시며 장애우 사격인구 저변확대에도 힘을 쓸 생각입니다.

 

 

 

  그는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큰 일을 맡게 됐다. 국내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 사격대회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6월 25일부터 경기도 화성에서 열리는 "99년 국제장애우사격대회는 국내 최초의 국제 사격대회인만큼 출전선수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장애우들을 대회장에 초청해 한마당축제로 만들겠다며 정 단장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기자 :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제 국민복지기본선 정책기획단이 출범했는데요. 이 기구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간단히 좀 소개를 해주시죠.

정세균 : 국민 복지기본선이란 것이 원래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장해야 하는 최소한의 생계비 수준 아니겠습니까. 최근 저소득실직자 문제와 빈곤문제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만 기존의 실업대책이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에 강조점을 두었다면 국민복지기본선은 사회정책 전반의 과학적 인프라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거죠.

  현재 우리기획단은 민간 복지전문가들과 공공연구기관 관계자들을 정책자문위원회와 정책실무위원회 의원으로 위촉해서 한국형 복지국가 모형을 창출하는데 단초가 되는 복지기본선에 대한 이론적 검토 뿐만 아니라 소득, 건강ㆍ고용ㆍ주거ㆍ노인, 장애우, 아동과 여성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에 있어서이 기본선을 총괄적으로 검토하고 정책을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기자 ; 장애우들의 경우 장애로 인한 직접적인 추가비용이 계측되고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장애우복지 기본선이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높은데요. 장애우 복지와 어떠한 활동이 가능합니까. 또 단장님 개인의 각오랄까 소감도 밝혀주시죠.

정세균 : 예, 우리 기획단은 장애우들의 구체적인 특성을 고려한 복지 기본선을 규명하면서 장애우 복지의 장단기 과제도 명확하게 잡아나갈 것입니다. 암튼 기획단이 할 일이 참 많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최저생계비, 최저임금에 대한 규명이나 한국형 복지모형, 또 각 사회보장 분야별 정책을 분류하고 단계별 실현방안도 마련해가야 할 텐데 지난 해 일련의 외환우기 극복 과정에서 파생된 여려가지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보충할 그런 책무가 금년에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기획단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저는 복지 분야에 있어서는 과거에 큰 인연도 없었고 전문성도 사실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번에 기획단의 단장을 맡게 돼서 한편으로는 제가 오히겨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우려도 있습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시댁적으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과제를 풀어놓는데 제가 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는 점에서 대단히 기쁘고 반갑게 생각합니다.

기자 : 국민복지기본선을 보장함에 있어서 현재 제정논의가 활발한 국민기초생확보장법이 하나의 제도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국민 기초 생활보장법의 선례도 있듯이 여러 가지 개발된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시행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예산문제가 선결돼야만 하지 않습니까.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도 98년도에 저희 당에서 제출을 해서 복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까지 다 통과를 했는데 계류중인 것이 예산문제 때문에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기획단이 개발한 많은 정책들도 예산의 뒷받침이 없으면 정책으로 채택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요. 그 문제는 예산청이나 재경부, 기획예산처와도 긴밀하게 협조를 하면서 추진해 나갈 겁니다. 일단은 우리가 많은 정책을 개발해서 보고서를 만들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처리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그 밖에도 국가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 발맞춰서 우선 순위에 따라 적절하게 순차적으로 정책을 활용하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일거에 복지국가로 가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재정형편이나 또 경기회복 수준에 따라야겠죠. 

  다행히 경기가 회복되는 분위기니까 앞으로는 실업대책예산이 감소될 것이고, 그래서 그 감소부분을 돌려서 좋은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해나가는 자세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 실업대란을 겪으면서 국민 개개인들도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사회복지 안전망에 대한 요구와 인식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기획단의 활동과 결과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기획단의 구체적인 추진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정세균 : 5월 26일 발족한 이후에 6월 1일부터 매주 1회씩 실무위원회를 진행하고, 정책기획단의 대통령 보고를 마지막으로 8월까지는 일정을 마치게 됩니다. 그 동안 이제까지 나온 국민복지의 각 분야별 정책보고서들을 검토하고 관련부처 실국장간 정책간담회와 실제 예산을 담당하는 예산관련 실국장들과도 정책간담회 뿐만 아니라 6월 29일에는 공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기획단 내외의 전문가들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해나갈 겁니다. 기획단의 활동시한이 일단 8월까지지만 국민적 호응이 있으면 더 장기적으로 활동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생산적인 복지(Workfare)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신 자유주의적인 정책과 사회 통합적인 정책을 이제 적절하게 배합하고 균형점을 찾는, 한국식 제 3의 길이 논의되는 시점이 돼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바로 그 지점을 모색하는 기획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저도 상당한 사명감을 가지고 이 기획단을 맡고 있습니다. 여러 위원들뿐만 아니라 여러분들께서 우리 기획단이 방향을 잘 잡아나갈 수 있도록 잘 좀 도와주시고 같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 단장은  "정립전자를 방문했을 때 장애우들이 즐겁게 일하는 것을 보고 감명 깊었다"고 말한다. "제가 굳이 스티븐 호킹 박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장애를 이기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위에 참 많죠. 아직 일반 의식에 개선이 필요한 점은 많지만 여러 면에서 점차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변화의 속도가 내가 원하는 만큼 못 미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 나갔으면 합니다."

 

 


대담/김정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정리/한혜영   사진/김학리 기자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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