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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사람들] 40대의 진솔한 꿈 일구는 이택규 사장

"장애우 컴퓨터 설계반 계속 열겠습니다"

본문

[함께걷는 사람들 ]

 

40대의 진솔한 꿈 일구는 이택규 사장

"장애우 컴퓨터 설계반 계속 열겠습니다"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방송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개인사의 평가 이전에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대부분 그들은 공치사에 요란 떨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오늘의 주인공 이택규(40)씨, 그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주)영남방제엔지니어링 대표이사, 그가 내미는 명함에는 단순 명료하게 사회적 지위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서슴없이 다음과 같은 수식어를 덧붙이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장애우차량봉사대인 한벗회 회원, "산골소녀 옥진이"라는 시집으로 유명한 장애우 옥진씨의 후원자, 컴퓨터 설계(CAD)를 장애우에게 보급시키고 있는 장본인.
  이렇듯 소중한 직함들을 갖게 된 이택규씨가 자원활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흥미롭게도 라디오방송 덕분이었다.
  "가족들이랑 서울 근교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차가 밀려서 답답한 마음에 라디오볼륨을 높였습니다. 그때 한벗회 관계자분이 나오셔서 장애우차량봉사에 대해서 말씀하시더군요. 어찌나 강하게 마음에 박히던지, 즉시 한벗회에 연락해서 자원활동하겠다고 말씀드렸죠. 그 날이 94년 4월 20일, 바로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자원활동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었죠."
  당시를 회상하며 멋쩍게 웃는 이택규씨, 그 후 그는 한벗회 회원이 되어 월 2-3회씩 중증장애우 위주로 차량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접해보는 근이앙증 장애우나 손발이 심하게 불편한 중증장애우를 보면서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차츰 친숙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가까워졌고 그 사람들은 단지 신체적으로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것은 자신의 사고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94년 하반기부터 산골소녀 김옥진씨가 꾸리는 "사랑나누기"의 후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모 일간지의 단신기사가 계기가 되어 인연을 맺기 시작한 "사랑나누기" 후원사업은 그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활기를 띄게 되었다. 또한 사장인 그가 직접 홍보에 나서 6개의 거래업체에 15명 정도의 후원회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사랑나누기"의 후원대상자들이 있는 충남 논산 일대를 다녀오는 일도 그의 일과가 되었다.

 

 

컴퓨터 설계를 장애우에게

 

  "신체 조건에 따라 장애우들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교우위에 있는 직종을 우리 사회가 개발해야 한다는 자각도 하게 됐죠. 그 중의 하나가 제가 업으로 삼고 있는 캐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한 생각 끝에 이택규씨는 드디어 근이앙증장애우들을 중심으로 제1기 캐드기초교육반을 개설하게 되었다.
  그때가 작년 3월초였다. 매주 일요일 오후에 3-4시간씩 캐드의 이론과 실무 및 공동작업을 중심으로 강습을 시작해 나갔으며, 8개월 후인 11월 24일에 드디어 어엿한 여섯 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게 됐다. 장소는 물론 그의 사무실, 수강료는 무료였고 강사는 그를 포함한 베테랑급 자원활동자들이었다.
  "처음에 캐드 교육을 시작할 때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거동이 불편한 근이앙증장애우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그 우려를 씻고 다들 열심히 해주어서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밋빛 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업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각자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것인데, 중증장애우들에게 손을 내미는 업체는 거의 없기 때문이죠."
  이택규씨가 장애우들에게 캐드 교육을 시작할 즈음 꽤 이름있는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약속을 받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업체들은 하나둘 발을 빼, 현재 수료생 중 2-3명 정도만이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장애우고용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실감한 탓일까. 부드럽고 호남형인 그의 얼굴이 이 대목에서 작은 경련을 일으켰다.
  "요즘에는 넓은 뜰이 있고 지하 1층, 지상 3층 정도의 재활공동체를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캐드 일을 주업으로 하고 장애우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그런 집 말입니다."
  단시일 내에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허영기 없는 진솔한 40대의 꿈을 위해 그는 올 3월이면 어김없이 제2기 장애우캐드반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처럼 그렇게 말이다. 그의 올해 소원이란 건 2기반은 가급적 일요일을 피해 강의시간을 잡아 가족과도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일 정도로 소박하기만 하다.
  "우리 사장님 같은 남자 없을까요?" 경영자로서 그의 면모를 묻는 마지막 질문에 대뜸 들려오는 여직원들의 대답은 꽁꽁 얼어있는 이 시대의 겨울 속으로 파고들며 투명한 여운을 남겼다.

 

글/ 조옥 객원기자

작성자조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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