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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장애우의 차별은 죄악입니다."

한완상 방통대 총장

본문

[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 한완상 방통대 총장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장애우 차별은 죄악입니다"

 

 

  1970년대 말 의식 있는 젊은이들의 필독서였던 "민중과 지식인"의 저자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한완상씨, 그이는 현재 열린 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학의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방송대는 얼마 전 21세기 대학의 정보통신혁명에 의한 원격교육 기회를 보다 많은 장애우에게 제공하기 위해 정원 외 1%까지 특별전형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이를 만나 이 제도를 실시하게 된 배경과 전망, 그리고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사회학자로서 갖고 있는 장애우복지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시청각장애우 위한 수화통역방송, 점자교재 개발 중

 

- 최근에 방송대가 특별전형을 통해 장애우에게 문호를 대폭 개방했는데, 어떤 배경과 절차로 이런 조치가 내려졌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전에도 개방되어 있었죠. 다만 이번에 더 많은 장애우가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잘 아시는 대로 21세기의 정보사회는 첨단정보통신매체, 퍼스널 컴퓨터, 라디오, 텔레비전, 전통적인 인쇄매체인 교과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방송대는 이러한 시설들을 갖춰 놓았기 때문에 배움을 원하는 장애우들도 굳이 이동할 필요 없이 최첨단 매체를 통해 배울 수 있어 가장 적절한 고등교육기관입니다.
  또 하나 장애우에게 좋은 소식은 등록금이 일반대학의 1/20 수준으로 15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교육비로 고등교육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장애우에게 더 많은 기회를 드리기 위해 입학정원의 1%인 7백 명까지 특별전형으로 무조건 입학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아직 우리 학교를 잘 모르는 장애우가 많아서 지원자가 적습니다만 앞으로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던 장애우나 대학교육을 받은 장애우도 더 많이 평생교육차원에서 우리 대학에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 장애우 중에서 특히 시각장애우나 청각장애우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텐데요, 학교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시각장애우의 경우 시험치는 날 대독자나 대필자를 동반할 수 있고, 동반자가 없는 경우에는 시험치는 현장인 각 지역 학습관에 맹학교 교사들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맹인복지연합회와 공동으로 금년 말에 10개 과목을 점자교재로 개발해서 시각장애우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현재 준비작업 중입니다. 청각장애우들을 위해서는 현재 컴퓨터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강의가 나가고 있고요, 그리고 우리 학교가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케이블방송의 47번 채널에서 수화강의를 진행하려고 구상 중에 있습니다."

- 더불어 이동이 불편한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은 어떻게 하실 예정인지도 말씀해 주시죠.
  "휠체어를 탄 장애우 학생의 경우는 2층, 3층을 올라가지 않고 1층에서 시험을 보도록 따로 반을 마련해서 최대한 불편이 없도록 할 겁니다."

 

 

 

국가차원에서 차별철폐조치 마련해야

 

- 총장님은 방송대 총장이시기 이전에 사회원로이신데 장애우문제에 대해서 따로 관심을 가져보신 적이 계신지요.
  "물론 있지요. 장애우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관심사입니다. 저는 기독교인인데 예수가 세상에 오셔서 제일 많이 하신 일 가운데 하나가 요즘으로 말하면 장애우를 치료하는 일로 육체와 정신적으로 고통이 있는 자에게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하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자가 장애우문제에 무관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회학자이기 때문에 갖는 장애우에 대한 제 자신의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종류의 사회차별 중에서 제일 나쁜 것이 차별 받는 사람이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것 때문에 받는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장애, 그것 때문에 장애우를 차별하는 것은 일종의 죄악입니다.
  장애우문제를 보면서 드는 또 한 가지 생각은 민주복지사회에서 참다운 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출발선상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애우는 출발선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 있습니다. 이런 것을 충분히 감안하는 사회국가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미국에 있었을 때 소수민족의 차별철폐, 여성고용 등을 적극 추진하는 어포머티브 액션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말로는 아마 적극적 조치 정도로 번역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 교수를 뽑을 때 여자고 흑인이면 백인인 남자보다도 조건이 좀 불리하더라도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종과 성차별보다도 장애우에 대한 차별이 더 나쁜 것으로 보면 장애우에 대한 어포머티브 액션이 마땅히 있어야 된단 말이죠."

- 아무래도 우리 사회가 경제우선으로 가다보니까 뒤쳐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총장님 말씀대로 그 중에서도 장애우가 많이 뒤쳐져 있는데 따라서 문제는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선진국과 후진국을 차별할 때 흔히 쓰는 게 1인당 국민소득입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가면 선·후진국의 차이를 한 나라에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로 봅니다.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고부가가치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거나, 예를 들면 쥐라기공원같은 영화가 번 돈이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요는 아이디어라는 말이지요. 이런 재능은 상상력과 창조력 있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상상력과 창조력에 있어서 장애우가 일반사람보다 뒤떨어진다는 법은 없습니다. 공간적인 움직임이 적은 장애우가 공간적인 움직임이 적으면 적을수록 상상의 날개를 더 펼 수가 있다는 말이지요.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돈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게 나는 21세기적 복지비용이라고 보는데, 이 복지비용이 장애우에게 일반인 못지 않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장애우들을 위한 복지를 시설 만들고 집 지어주고 하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그러므로 21세기에는 장애우가 그들의 창조력을 개발만 한다면 국가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이를 위해서 국가가 투자를 해야 됩니다. 군대군사비용 쓰는 것 못지 않게 아낌없이 지원해야 하는 거죠."

 

 

"나는 희망한다 고로 존재한다"는게 신조

 

- 총장님은 "민중과 지식인"같은 대표적인 저서에서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강조하셨는데 보통 지식인의 사회참여는 민주화운동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지식인의 참여에 대해서는 어떤 방향을 제시해 주시겠는지요.
  "지식인의 바람직한 역할은 상황이 어둡고 양극화되어 있어 민중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억압당하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당할 때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극화가 풀어지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언로가 트이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야 합니다.
  사회복지에 대해서도 지식인들이 대안을 내놔야지요. 장애우문제도 마찬가지로 장애우가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사회가 정당하게 대우할 수 있도록 나서서 장애우들을 대변해야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 평소 생활신조가 있으시면 들려주시죠.
  "나는 희망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내 생활신조입니다. 1980년에 전두환씨가 싹쓸이할 때 안기부 지하실에 불려가서 60일간 고통스런 조사를 받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싹튼 신조입니다. 희망이 있다는 믿음이 나로 하여금 살 수 있게 했지요.
  그렇지 않았으면 죽었을 겁니다. 그래서 데커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지만 저는 "생각"보다 "희망"이 보다 인간답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나는 희망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제 생활신조가 됐어요."

- 마지막으로 장애우와 가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시죠.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인류발전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도전이라는 것은 상황의 어려움을 창조적으로 헤쳐나가는 것입니다.
  장애우가 비장애우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는 이러한 창조 능력이 있어야 가능할 겁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사람들 가운데 미국을 대공황에서 다시 활성화시킨 루즈벨트와 안질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성서를 기록한 사도바울과 같은 사람이 있지요.
  이분들이 모두 상황의 어려움을 창조적으로 헤쳐나가 인류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장애우였어요. 같은 업적이라도 이분들이 장애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감동은 없었을 겁니다.
  장애우가 자신의 장애를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도전의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완상 총장 약력]

  1936년 3월 경북 금릉군 봉산동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석사, 미국 에모리대학에서 사회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1966년부터 조지아주립대학강사를 거쳐 테네시주립 공과대학, 동캘리포니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70년 귀국해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76년 2월 유신체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임당했다.
  1980년 3월 복직되었으나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다시 해직된 후, 82년부터 84년까지 북미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회의 수석 부의장을 역임하고 84년 복직되어 92년 12월까지 서울대교수로 재직했다.
  1993년 2월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에 임명되어 그 해 12월까지 재직했다.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 총장으로 있으면서 한국경제정의실천연합회 고문, 한국사회문화연구원 회장, 부정부패시민연합 공동대표직 등을 겸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현재사회와 청년문화](1973) [지식인과 허위의식](1977) [민중과 지식인](1980) [한국현실과 한국사회학](1992) 등 다수가 있다.

 

 

글/ 박숙경 기자

사진/ 이정률 기자

작성자박숙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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